[조직의 단말쓴말] 에필로그
지금껏 '첫 직장', '공공기관', '홍보팀'으로 소개했던 나의 첫 직장의 정체는 사실 군대였다. 군의 홍보팀에서 직업군인으로 3년 간 복무했고, 전역 후 지금은 일반 사기업에 다니는 중이다. 비록 군대는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집단이 아니라 사기업과는 분명 차이가 있지만, '조직'이라는 측면에서 군대와 기업은 놀랍도록 유사하다. '목적을 위해 모인 집단'이기 때문에 그렇다.
누구나 자신의 군생활이 가장 힘들었다고 하지만, 나는 육체적인 힘듦보다 정신적인 힘듦이 컸다. 원체 하는 일이 일반 사기업의 홍보팀과 유사하다 보니(기자 접대, 공보업무, 홍보 등), 홍보팀에 근무하는 직장인들의 고충을 거의 비슷하게 느낄 수 있었다. 원하지 않는 회식, 실적으로 달달 볶는 결재권자, 눈치 없는 후임, 안달복달하는 중간 관리자 등. 그 과정에서 어찌나 괴로웠는지, 지금도 나는 어떤 일을 하든 업무의 성과뿐만 아니라 윗사람의 눈치까지 살피는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 "그때의 경험이 나에게는 좋은 자양분이 되었습니다."라고는, 도무지 못 하겠다. 실제로 자살 충동을 느껴 옥상을 올라간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첫 직장을 빌어 이렇게 브런치북으로까지 발간한 까닭은, 조직 적응이라는 측면에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신입사원들은 오늘도 이런저런 말을 듣는다. 마냥 "잘 하고 있어."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테고, 대부분은 쓴말, 그 중에서도 일부는 매운 말을 듣고 있을 테다. 그런 말을 듣고 있다 보면 자존감은 팍팍 떨어지고, 처음에 품었던 원대한 포부는 사라진 채 당장 하루를 살아가는 데 급급한 사람이 되고 만다. 그러다 몇몇은 퇴사하고, 몇몇은 회사에 남아 자신이 경험한 것을 그대로 반복한다.
"이딴 것도 못 해서 어떻게 여기에 들어왔냐?"
"네가 도대체 잘 하는 게 뭐야? 똑바로 하는 게 하나도 없어!"
하지만 이런 말들은 명백히 나쁘고 잘못된 말들이다. 사람을 성장시키는 데에는 분명 단말뿐만 아니라 쓴말도 필요한 법이지만, 적당한 쓴말의 기준이란 참 애매한 법이다. 마음이란 저마다 다른 법이어서, 누군가에겐 조금 쓰다고 느낄 말이 누군가에겐 큰 상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그 작업을 하기로 했다. 학보사 경력까지 합치면 8년, 오랜 기간 조직(!)에서 생활하며 나를 성장시킨 단말과 쓴말을 공개하기로 말이다. 예민하고 여린 나에게 상처가 되었던 말은 모두 내 기억 속으로만 삼키고, 신입사원이라면 누구나 들으면 좋을 만한 단말과 쓴말을 뽑았다. 그러니 적어도 내가 쓴 글로 인해 상처를 받은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면 나로서는 책의 기획의도를 달성했다고 본다.
아직 회사에서는 여전히 중간 관리자에도 못 미치는 입장이라 조직의 단말과 쓴말을 쓴다는 게 조금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진짜 '단맛쓴맛'을 다 보려면 최소한 10년 이상은 한 회사에 진득하게 붙어 있어야 하는데, 그러진 않았으니까. 그렇지만 누군가에겐 조언 받고 누군가에겐 조언해줄 애매한 위치라는 점이, 오히려 적합한 위치라는 생각도 든다. 아직 어떤 말이 상처가 되는지 예민하게 반응하지만, 동시에 성장을 추구하는 위치이기도 하니까. 만약 나에게 적절한 단말과 쓴말을 해주는 사회생활을 했다면 정말 좋았겠지만, 이미 지난 일. 다만 나의 조촐한 글들이 이제 막 사회 생활을 하는 신입사원들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