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겨울,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했다. 바로 운동을 제대로 배워 보는 것이었다. 어느 해부 터인지 모르겠지만 겨울만 되면 살이 찌고 몸의 붓기가 자주 생겼는데, 그 모습을 본 주위에서 '얼굴이 터질 것 같다'라며 가끔씩 건네는 농담이 은근 신경이 쓰였기 때문.
이런 '놀림'을 받아서도 있었지만, 작년에 실시한 건강검진에서 이상과 주의를 요구하는 결과지 역시 한몫했다. 더군다나 간 수치가 높아 수치를 조절하는 약을 복용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땐 어린 시절의 아버지가 생각나기도 헀다.
어린 시절의 아버지께서는 술을 무척 좋아하셨다. 거의 매일 저녁 밥상에는 소주 한 병이 놓여 있었다. 늘 건강만큼은 이상 없음을 자랑으로 삼으셨던 아버지셨지만, 나이 앞에서는 장사가 없다고 했던가, 몇 해 전부터는 급격히 나빠진 건강 때문에 병원이란 병원은 다 다녔다.
원인이 술과 불어난 체중 때문이라는 걸 알았고, 그 후 술을 줄이고 주말에는 부모님 두 분이 함께 등산을 시작하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우선 달리기라도 해볼까?' '집 근처 헬스장을 등록해 볼까?'. 이런저런 선택의 고민을 하는 데 마침 동료 중 한 명이 자신이 다니고 헬스장에 등록해 보는 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나는, 지금까지 헬스장을 다녀본 적도 없고 제대로 된 운동법도 모르는 데, 할 수 있을까?'.
결심에는 실행이 뒤따라야 한다는 말에 동료가 다니는 곳에 찾아갔다. 처음 느껴보는 헬스장의 분위기. 러닝 머신 위를 달리는 사람들도 있었고 한눈에도 무거워 보이는 원판 몇 장을 긴 막대에 꽂아 들어 올리는 사람도 보였다. 창문과 벽 곳곳에는 회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보즈를 잡고 촬영한 사진이 걸려있었는데, 각자만의 삶에 대한 열정에 내 마음에도 작은 동요가 일렁거렸다.
그중 유독 사진 몇 장이 눈에 들어왔다. 다이어트를 하기 전과 후의 모습이라는 일명 '비포, 애프터 '였다. 자세히 보니 지금 몸 상태가 사진 속의 '비포'가 나였고, 옆에 나란히 붙어있는 '애프터' 사진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모델의 모습이었다. 복근이 선명하게 잡혀 누가 봐도 멋있고, 건강해 보이는 모습에 쏙 빠져 있던 나는, 그 대로 1년권을 등록해버렸다.
미리 준비 해둔 옷을 입고 안내 주시는 선생님을 따라 헬스장 곳곳에 있는 기구를 설명 받았다. 새로운 도전은 가슴을 뛰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나와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남성 회원들의 동작을 훔쳐보기도 하며 천천히 운동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운동 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했기에 유튜브 영상을 보고 따라 이것저것 따라 하기에 바쁘다 보니 이렇다 할 재미도 못 느꼈고 목표로 두었던 체중 감량 역시 더디게 진행되었다.
한 달 즘 지났을까, 다이어트 반을 모집한다는 헬스장의 안내 문자에 곧장 데스크를 찾아가 '저도 다이어트 반'에 가입 희망 원서를 냈다.
"네, 회원님. 이번에 등록하시면 3개월 동안 다른 분들과 함께 운동도 하시면서 끝나면 식단도 관리해 드립니다."
"다이어트가 세상에서 힘든 일중 하나라는데, 잘할 수 있을까요?"
"회원님 말고도 40대, 50대 남성분들도 많아요!, 괜찮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100일의 다이어트 일정에 모인 사람은 나를 포함해서 10명. 대학생도 있었고 50대 회사원인 아저씨도 함께 했다.
초반에는 처음 시작한 회원들이 함께 모여 운동하고 식단 정보도 공유했는데, 점차 시간이 지나갈수록 하나 둘 안 보이기 시작하더니 결국 중반에 가서는 나를 포함해서 겨우 네 명만 운동을 나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평범한 직장인이 매일 정해진 시간에 운동을 한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나 또한 하루 이틀 빠지고 싶을 때마다 옆에서 땀 흘리며 함께 운동하고 계신 50대 아저씨를 보며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운동 신경이 별로 없어 남들은 곧잘 따라 하는 동작을 며칠이고 반복해야 그나마 비슷하게 할 수 있는 나로서는 이 분이야말로 운동 메이트이자, 거울인 셈이었다. 운동 중간에 무거운 아령을 놓아버리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잠시 호흡을 가다듬는 동안 쉴지언정 다시 끝까지 들었고 정해진 횟수를 마치고 나면 휴식 후에 다시 운동에 들어갔다.
사실 이 아저씨 덕분에 다이어트 반에서 끝까지 버티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퇴근 후 아무리 피곤 한 날이라도 시작만 하면 알 수 없는 힘이 생겨났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도, 아저씨도 함께 응원하며 기운을 냈다.
운동은 나를 공부하는 시간이다.
나보다 스무 살은 많은 아저씨인데도 열심히 하는 모습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운동 중 틈틈이 자신이 겪은 사회의 경험담이나, 직장에서 있었던 일을 나눌 땐 단순한 운동 시간이 아니라 인생을 공부하는 기분까지 들었다. 그동안 춥다는 핑계로 움츠리고 있었던 내가 창피했다.
공부 책상에 앉아서만 볼펜과 문제집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수 십 킬로그램의 양손으로 들어 올리면서도, 한 공간에서 같이 땀을 흘리면서도, 서로에게 파이팅을 외치며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심어줄 때도 배울 수 있다. 내 삶의 모든 경험에서 배우는 자세를 가져야 성장한다는 말이다. (Point)
특히 이번 다이어트 기간 동안 회식은 물론이고, 직장동료, 각종 모임도 정리가 필요했는데 그만큼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퇴근 후 운동과 식단을 위해 서는 규칙적인 루틴이 뒤따라야 했던 만큼 장을 보는 습관도 생기고 마트의 가격표도 일일이 비교해 보며 하나씩 장바구니를 채워 나갔다. 어느 순간부터 나에게 있어 이 모든 과정이 단순한 운동이 아닌, 삶을 뒤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3년이 지난 지금도 유지 중이다. 가끔은 몸을 짓누르는 무게가 원망스러울 때도 있지만 하나씩이겨낼 자신이 있다.
내년에는 보디빌딩 대회에 도전해 볼 생각이다. 첫 도전인 만큼 어렵겠지만 처음이라는 설렘을 가지고 한 걸음씩 걸어가다 보면 나아지지 않겠느냐는 말을 되뇌며, 우리에게 운동이 꼭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하고 싶다. (Benefit
'자격증이나 어학 등의 공부는 점수를 취득하는 것이 목표라면 '나'를 공부하는 시간이 바로 운동이라고. 도전의식과 꾸준함. 두 가지만 있으면 앞으로도 어떤 무게도 이겨낼 수 있을 것 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