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여유를 상실한 일상을 살아가느라 주변을 돌아보고 살핀다는 것이 마치 밀린 숙제처럼 느껴졌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은 꼭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발걸음마저 무겁게 만든다.
그러던 어느 날, 매일 켜져 있던 가로등이 꺼져 있어서 주변이 어두웠다. 망가져서 그런지 모를 일이었지만, 문득 이때가 기회다 싶어 가로등이 가로수에게 매일 자기 때문에 밤에 쉬지 못하는 미안함을 조용히 건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일부러 그 거리를 다시 찾았다. 가로등 쪽으로 그늘을 만들어준 가로수도 가로등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듯 보였다.
어쩌면 가로등과 가로수는 나의 내면의 소리일지도 모른다. 잠시 주변을 돌아볼 여유쯤은 가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