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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시우 Dec 24. 2018

한겨울 동파된 보일러, 수리비를 세입자가 낸다고?

[tvN] 응답하라 1988

한겨울 동파된 보일러, 수리비를 세입자가 낸다고?     


이젠 길거리에 그 흔한 캐럴송도 흘러나오지 않는다. 낭만적인 겨울이 사라진 지 오래전, 겨울이 다가오면 늘 걱정부터 앞서게 된다. 

오래된 집에서 거주하는 경우에는 보일러가 말썽을 일으키지는 않을까 복도식 아파트에 거주하는 경우에는 수도관이 동파되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에서부터 물도 조금 틀어 놓아야지 하는 작은 마음까지 갖은 걱정들을 마주하게 된다. 

크리스마스나 연말의 기쁨도, 내년을 바라보는 기대감도 사라진 지 오래된 지금으로서는 한겨울이 다가올수록 걱정이 늘어간다.      


#보일러 #보일러동파 #난방   

  

[tvN] 응답하라 1988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은 이우정이 극본을 쓰고 신원호가 연출한 20부작 드라마로 tvN에서 2015년 11월 6일부터 2016년 1월 16일까지 방영되었으며, 사람 사는 우리 동네에 대한 이야기를 주제로 숱한 향수를 불러왔다.          



Scene     

 

꽤 추워진 날씨 탓인지 유독 덕선(혜리 분)엄마는 연탄불에 신경을 쓴다. 기름보일러가 주를 이루고 있는데도 가난한 살림에 연탄보일러를 쓸 수밖에 없는 현실. 그러던 어느 날 가족 모두가 잠이 든 시간 덕선이 아빠 동일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워하고 있다. 

    

“아이고 대가리야~ 워메 대가리 아픈 거”    

 

순간 정신이 번쩍, 동일이 중얼대며 가족들을 깨운다.   

  

“가스야... 임자 일어나 봐, 야 노을아 야 연탄가스야 일어나 봐.”     


허둥지둥 아이들을 하나씩 둘러업고 대문 앞 평상으로 나온 동일과 일화는 순간 집에 두고 온 덕선이를 뒤늦게 생각하게 된다. 이때 기어 나온 덕선이가 장독에 있는 동치미를 들이켠다.                 

△ 연탄가스에 노출된 덕선이네 식구들

급한 대로 일단 연탄가스가 세어 나온 부분을 수리하긴 했으나 영 찜찜한 상황에 결국 며칠 지나지 않아 대대적인 공사를 감행하게 된다.           

△ 바닥공사에 나와서 떨고 있는 덕선이네 식구들

“아빠 이제 우리 어디서 자?”

“어디서 자긴 주인집에서 자야지.”     


Explanation     


매 해 겨울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부동산 관련 분쟁 중 하나는 수도나 보일러 등 생활밀착형 분쟁이다. 주인은 주인대로 세입자는 세입자대로 각자의 명분을 내세워 그 책임을 전가하는 유형이 주를 이룬다.

극 중에서는 평소 가족처럼 지내는 사이 인터에 분쟁이 발생하기는커녕 오히려 돈독한 정을 나누는 모습으로 전개되고 있지만 요즘처럼 앞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현실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임에는 분명하다.

그렇다면 한겨울 동파된 보일러의 수리비는 누가 부담해야 하는 걸까?     


먼저 민법 제623조는 ‘임대인은 계약 존속 중 그 사용 및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대법원은 이러한 민법의 규정에 대해 ‘파손의 정도’를 비용 부담의 기준으로 판시하고 있다. 즉 큰 비용이 들지 않는 소모품의 개념 정도라면 세입자(임차인)가 부담하고 즉시 수리하지 않을 시 거주하기 힘들 정도의 파손, 다시 말해 큰 비용이 들 경우 집주인(임대인)이 비용 지급의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0다 89876, 89883)    

      

△ 이미지 출처 : 한국가스안전공사

     

이러한 민법의 규정과 대법원의 판례를 근거로 서울특별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주택임대차상담실은 보일러의 사용연한을 집주인의 아주 양호한 관리를 받았을 경우에는 15년, 주택을 임대한 경우에는 8년을 기준으로 삼아 그 비용 부담의 주체를 정하고 있다. 

보일러의 사용연한을 기준으로 8년이 넘은 보일러의 경우 집주인(임대인)이 그 비용을 전적으로 부담하며, 사용연한이 남았을 경우에는 보일러의 잔존가치를 따져보아 비용을 부담하면 된다.

예를 들어 거실이 딸린 2칸짜리 방을 임차하여 5년 동안 무탈하게 사용 중인 갑돌이가 예상치 못한 한파가 몰아치던 어느 날 일주일간의 출장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보일러가 동파가 되어 수리비가 80만 원이 지출되었다고 가정했을 경우, 이는 명백하게 갑돌이의 부주의에 따른 고장이므로 보일러의 잔존가치를 따져 수리비를 부담하면 된다. 즉 갑돌이의 부담액은 ‘80만 원×(8-5)/8’이므로 30만 원을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지극히 상식적이며 정상적인 일상에서의 비용 부담이고 명백하게 세입자나 집주인의 중대한 과실이나 고의성이 있는 경우에는 일방 당사자가 당연히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한편, 수도계량기가 동파되었을 경우에는 수도사업소에서 부담한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그동안 소비자가 부담하던 것을 개선하라는 취지의 의결(계량기는 수도 사용료를 받기 위해 수도사업자가 설치하는 시설이므로 관리에 대한 비용은 사업자가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이 나오면서 시행되고 있다.  

   

사례로 보는 QnA     


지난여름 현 거주지로 이사를 왔으며, 처음으로 겨울을 맞았다. 여름에는 보일러를 틀어볼 일이 없어 확인을 하지 않았었지만 날이 갑자기 추워져 보일러를 가동하기 위해 전원을 연결하였으나 전혀 가동되지 않았다.

부랴부랴 A/S를 의뢰하여 견적을 받아보니 난방조절기, 유동 기어 등이 불량하여 총비용이 150만 원이 소요된다는 내용에 집주인에게 연락을 취하였으나 “뭐 그리 비싸냐?”, “나중에 주겠다.”라는 등 비용 지급을 꺼려하더니 나중에는 전화도 받지 않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Q : 이 경우 세입자가 우선 수리를 하고 나중에 비용을 받을 수 있나요?

A : 네 당연합니다. 세입자는 직접 수리를 하고 그 지급비용에 대한 영수증을 첨부하여 필요비를 상환하라는 내용증명을 집주인에게 발송하면 됩니다. 만약 그래도 집주인이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필요비 청구소송을 관할 법원에 제기하면 됩니다.        

  

서울특별시 주택종합상담실

http://cb-counsel.seoul.go.kr


https://youtu.be/43NUyJZ0sE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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