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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쏠이 Apr 19. 2024

물렁해지자

시 9


물렁해지자

물렁 물렁 물렁물렁

물렁한 것은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물렁한 피부로 감싸 안는다

그리고 좋은 것은 흡수한다

나쁜 것은 다시 뱉는다

하나의 상처도남지 않는다

애초에 물렁한 것은 잘 깨지지 않으며

원래모습으로 잘 돌아간다

물렁 물렁 말캉말캉 감촉은

누구나 좋아한다

한번 손대면계속 주무르고 싶다

물렁 물렁 물렁물렁

물렁 쪽 쪽

말랑말랑


귤을 먹다가 떠올린 시입니다. 사람들은 옳고 그름, 선과 악을 분리하여 악은 자신에게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억눌린 부정적 자아는 타인에게 투사되어 나타나고 그 타인을 미워하게 됩니다. 어떤 말이나 현상을 볼 때 화가 난다는 것은 억눌려진 자아가 건드려졌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씩 억눌린 자아를 인정해 주고 해소해 줌으로써 결국에는 선과 악, 나와 타인 등 분리해 왔던 것들이 모두 허상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자신을 돌아봤을 때 물렁한 귤 같나요? 딱딱한 수박 같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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