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20
풀 숲에 태어나
어드 덧 몸집이 커
세상을 탐험 한다
빛 따라 들어선 곳
따뜻한 온기의 집
그 속을 침범하고
주저 없이 살해당한다
버둥버둥
죽어가는 내 모습을 보아
난 창 틈으로 보았어
멎어가는 심장을 찍어 누르며
죽고 싶어 하는 인간을
다시 숨 쉬게 하던 걸,
떨어지는 맥박을
소리치며 다시 뛰게 하던 걸
그런 짓을 할 바엔 지금 날 살려달란 말이야!
귀뚜라미의 시선으로는 죽고 싶어 하는 생명을 억지로 살리려고 하면서 자신은 주저 없이 짓이겨 죽여버리는 인간에게 항의하는 시. 귀뚜라미의 영혼과 인간의 영혼의 무게는 차이가 없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