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저는 요가가 참 좋던데요?
건강을 회복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인 것 같아요. 어느 영상에서는 고강도의 근력운동이 건강의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하고, 어느 책에서는 수영이, 어느 책에서는 올바른 식습관이, 어느 블로그에서는 달리기라고 하더라구요.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다 하고 살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나에게 맞는 한 두 가지를 선택하고 그것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그리고, 체육인이 아닌 이상 하루 24시간 중 나의 건강에 쓸 수 있는 시간도 한정적이고, 체력도 한정적일 것입니다.
그리고, 회복해야 하는 건강도 여러 가지였어요. 크게 정신건강과 신체건강으로 나누어지던데, 이 둘이 별개의 것이 아니더라구요. 정신건강의 악화로 무기력증을 느끼면, 신체건강을 위한 운동을 시작할 수가 없구요, 신체건강을 위한 운동으로 기분 좋은 호르몬이 몸에서 분비가 되면, 우울감과 무기력함이 해소되면서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반대로, 정신건강이 호전되어야 신체건강을 위한 운동을 시작할 의지와 에너지가 생기구요, 신체건강이 약화되면 우울감과 무기력을 유발하는 호르몬이 분비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드는 것도 맞을 수 있는데, 몸이 편해서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라는 뻔한 말과 함께, 무턱대고 강도 높은 운동으로 밀어넣는 것 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견디기 힘들었던 스트레스 때문에 휴식을 하는데, 다른 종류의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로 그 시간을 망치고 싶지 않았거든요. 나약한 소리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우리가 결국 추구하는 것이 건강한 나 자신이라면, 건강한 정신이 건강한 신체를 갖는 것 만으로 가질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을 품어보기도 했었어요. 세상에는 신체만 건강한 사람도 있는 것 같더라구요.
올해 건강검진 결과에서 처음으로 고지혈증과 대사증후군 위험단계라는 진단을 받았어요. 스트레스 때문인지는 몰라도, 마시지도 못하는 소주를 매일 짜파구리 한 그릇을 저녁식사 겸 안주삼아 혼자서 매일같이 마셨고, 점점 불어나는 뱃살과 무거워지는 몸은 계단을 오르는 것 마저 힘들게 하였어요. 순식간에 쪄버린 10여 킬로그램의 체중에, 저의 무릎관절은 적응하기 힘들어했어요. 운동을 하려고 해도, 머릿속을 가득 채운 무력감과 절망감이 생산해 낸 귀찮음이 가로막았고, 허락해 주지 않는 체력이 운동능력 부족이라는 스스로의 진단을 합리화시켜 주는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2022년에 사고로 심하게 손상되어 큰 수술을 받았던 쇄골뼈와 절반정도 남아있는 어깨인대는 여전히 기대치만큼 재활이 되지 않아 근력은 고사하고 가동범위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어요.
체중감량, 코어근육 확보, 재활운동 이렇게 세 가지를 초점에 두고 각종 운동센터를 찾아다녔습니다. 홈트도 할 수는 있었겠지만, 주기적으로 출근도장을 찍을 곳이 필요하기도 했었으니까요. 주변에는 크로스핏, 헬스PT, 필라테스, 요가, 수영, 권투 정도의 선택지가 있었어요. 제일 먼저 요가 수강을 신청했어요. 오전 10시에 시작하는 클래스라서 규칙적인 아침루틴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었어요. 두 번째로 헬스PT를 신청했었어요. 회차별로 수강료를 납부하니, 한 달 정도는 다녀보자 싶어서 12회권을 끊었지요. 그리고, 휴직 2개월 차에 접어들 때 즈음 수영을 끊었었어요. 집 앞에 50m짜리 레인이 있는 수영장이 있는데, 자전거를 타다가 알게 된 지인이 같이 다니자고 해서 가게 되었지요.
수영은 참 좋은 유산소운동이었어요.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시작하기 전에는 진짜 들어가기 싫은 수영장도, 막상 들어가고 나면 그럭저럭 할 만했었고, 매일 조금씩 늘어나는 항속거리는 점점 좋아지고 있는 체력의 바로미터였고, 속도도 점점 붙고, 여러 가지 수영법도 배우면서 재미도 느낄 수 있었어요, 접영을 배우기 전까지는요. 자유영과 배영은 양팔을 교번으로 사용하는 영법이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이지 않았었고, 평영은 머리높이 아래에서 팔을 움직이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이지 않았는데, 접영을 배울 때에는 팔을 크게 휘둘러 머리뒤로 넘겨야 하는데, 아직 재활이 다 되지 않은 저의 어깨는 그 움직임을 소화하지 못하여 진행방향이 똑바르지 못했던 데다가, 20미터도 채 가지 못해 고통이 찾아왔어요. 그래서, 평영까지 배우고 그만두었습니다.
헬스PT는 개인PT를 하는 곳으로 알아봤었어요. 20여 년 전 군대에서 체대를 다녔던 후임이 들어와서 헬스를 시작하였는데, 그때 습득했던 지식으로 미루어 보아, 매일 책상에 앉아있던 제 몸뚱이는 코어근육이 매우 약해져 있어서, 짧은 시간 안에 드라마틱한 근육의 증가와 신체의 변화를 만들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크로스핏이나 단체PT는 따라가기 힘들 것이 너무나 자명했고, 어깨의 재활운동도 했어야 했기에, 운동강도를 부상이 없는 오른쪽이 아니라 부상이 있는 왼쪽에 맞추어야 한다는 핸디캡도 있었지요. 약해진 다리와 코어근육의 발달, 재활운동이 주된 과제였기 때문에 개인 PT샵을 찾아서 1:1 PT를 12회 받아 보았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연장하여 등록하지는 않았습니다. 1시간 동안 진행되는 PT시간 동안, PT강사의 무용담이 절반정도 차지하였었는데, 절박한 제 마음은 그것을 더 이상 수용할 수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신체만 건강했던 그분께는 죄송하지만요.
제가 휴직기간 마지막 순간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은 운동은 요가인 것 같습니다. 요즘 트렌드가 필라테스로 넘어가다 보니, 요가원들이 많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은데, 그 와중에도 남아있는 요가원들은 요가수련을 제대로 하신 분들일 것이라 생각해서, 필라테스가 아닌 요가를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바닷가 근처 요가원에 새벽요가를 다녔던 적이 있는데, 그때 참 좋았던 기억이 다시 시작하게 해 준 동기이기도 했었어요.
다행히 집 근처에 수련내공이 깊어 보이는 분이 운영하시는, 새로 오픈한 요가원이 있었고 그곳에 상담을 받으러 들어갔었어요.
어디가 불편하셔서 오시게 되었나요?
어깨 부상이 있어서 왼팔의 재활이 다 되지 않았는데, 그것을 제외하면
어디 특별하게 안 좋은 곳은 잘 모르겠는데, 딱히 좋은 곳도 없는 것 같아요.
라고 대답을 했어요. "잘 오셨습니다." 한 마디 해주시고는 등록을 도와주셨어요. 주 4회, 월, 화, 수, 목 오전 수업을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일 나갔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의 제 몸은, 손끝이 발가락 끝에 닿지도 않았고, 목 근육이 없어서 거북목에 목디스크 전조증상도 있었으며, 어깨와 등은 늘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있고, 얇은 다리, 엉망진창인 균형감각, 복부비만, 어두운 낯빛과 주름진 미간 등 전형적인 찌든 회사원의 모습을 하고 있었어요. 기본적인 동작도 따라 하기 힘들어했던 시간이 제법 길었습니다. 오전시간 특성상 가정주부이신 분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그분들은 새벽에 수영하고, 그 후에 러닝 하고, 중간에 요가를 하고, 끝나고는 웨이트를 하러 가는 무시무시한 분들이셨어요. 저는 요가 한 시간 하고 나면, 처음엔 힘들어서 낮잠을 자야 했었고, 온몸 이곳저곳이 아프고 쑤셨습니다.
"아프거나 안 되는 동작이 있으면, 심호흡으로 아픔을 달래보고, 그래도 안 되겠다 싶으면 할 수 있는 범위까지만 해도 됩니다." 라고 수련시간에 제가 힘들어할 때마다 종종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 그 이야기가 스스로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힘듦을 이겨내고 내일을 기약할 수 있는 에너지를 주었던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그곳에 다니는 다른 분들보다 열악했던 건강상태, 비교도 안되게 부족한 유연성 등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제가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더 많은 근육통이나 관절통을 느꼈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그렇기도 했구요. 신체의 운동도 운동이지만, 진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스스로에 대한 압박감과, 저분들은 되는 동작이 저는 되지 않을 때 낙오되는 느낌에서 해방되는 것이 더 중요했던 것인데 말이죠. 그래서 일부러 눈을 감고 수련을 하려고 노력했는데, 요가강사님이 주기적으로 하셨던 저 말은, 경쟁하는 마음이나 스스로 따라가지 못해 가지게 되는 조급한 마음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수련할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조금씩 바꾸어 주었던 것 같습니다.
오래전 학교에 다닐 때에는, 공부 경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 늘 애를 썼었고, 성인이 되어 자전거나 등산을 여럿이서 할 때면,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뒤쳐질 때 사람들의 눈치가 느껴지는 것이 두려웠는데 말이지요.
실제로는 나를 향해 날아오고 있음에도, 제 눈에는 저 멀리 그저 작았던 것이 제 크기만큼 점점 커지다가 제 몸에 닿고 나서야 다가오던 움직임을 느끼게 되는 야구공과 같기에, 온갖 감각을 동원하여 언제 나에게 닿을지 모를 것들을 예측하며 산다고 고생이 많습니다. 요가를 하면서 제 몸 여기저기에 굴러다니는 야구공은, 아픈 곳에도 머물렀다가, 힘을 주어야 하는 곳에도 머물렀다가, 이완해야 하는 곳에도 머무르는데, 비록 눈으로는 볼 수 없지만, 어느 하나조차도, 예측할 필요가 없으니, 그 시간만큼은 마음이 참 편안합니다.
저의 장래희망인 우주먼지가 될 수 있었던 시간을 잠시나마 선사해 주었던 것이 요가였던 것 같습니다.
저는 6개월 동안 13kg의 체중감량과 조금의 유연성을 얻었고, 십여 년 만에 처음으로 어깨가 말랑해져서 이제 좀 살 것 같다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