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갈대의 사랑노래~기다리다 죽어도, 죽어도 기다리는
시에 대해 강고한 장벽을 치고 살아온 그들의 틈을 뚫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습니다.
인스턴트에 길들여진 그들에게 시의 깊은 맛을 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레시피가 필요했습니다.
목련꽃은 냉큼 죽지 않고 한꺼번에 통째로 뚝 떨어지지도 않는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채, 꽃잎 조각들은 저마다의 생로병사를 끝까지 치러낸다. 목련꽃의 죽음은 느리고도 무겁다.
기다림이란 오늘 하루를 다른 날과 다르게 만드는 일이다. 그러니 어제와 늘 같이 오늘을 살면서 내일이 변화되길 기다리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 하지만 그보다 더 어리석은 것은 이미 지나간 버스를 기다리는 것일 테다. 안타까워도 그것이 진실인데, 무서운 것은 과연 그 버스가 지나갔는지 여부를 알 길이 없다는 데 있다. 기다림에 녹이 슨 채, 그러다 우리는 죽을 테고, 그런 생각을 할 때면 가끔 인생은 두렵다. p.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