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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수 Feb 05. 2021

사는 동안 꽃처럼

-이철수의 나뭇잎 편지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판화가인 이철수는 민중 판화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나는 작가의 판화를 처음 접했을 때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판화가 어떻게 이토록 강열하고, 분노와 슬픔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목판화가인 이철수는 1981년 첫 개인전을 통해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폭압적인 사회에 보내는 저항의 언어들로, 서정적이면서도 격렬한 선묘 판화와 처음 본격화하던 출판 미술운동 등, 1980년대 내내 판화를 통한 현실 변혁운동에 열심이던 그는 1988년 무렵 자기 성찰과 생명의 본질에 대한 관심으로 판화 영역을 확대해가기 시작한다.
간결하고 단아한 그림과 선가의 언어 방식을 끌어온 촌철살인의 화제들 혹은, 시정이 넘치는 짧은 글이 어우러져 현대적이면서도 깊이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그의 판화는 '판화로 시를 쓴다'는 평판을 들으면서 갈수록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삶과 그 아름다움이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의 것이 되기를 바라는 그는, 제천 외곽의 농촌마을에서 아내와 함께 농사를 짓고, 판화를 새기고, 책을 읽으면서 조용히 지낸다.
저서 : [응달에 피는 꽃] / [한 -신학과 미술의 만남]  / [새벽이 온다, 북을 쳐라!]  / [새도 무게가 있습니다]  / [산 벚나무 꽃 피었는데…]  / [마른풀의 노래] / [이렇게 좋은 날]  / [소리 하나] / [배꽃 하얗게 피던 밤에] / [새도 무게가 있습니다] / [작은 선물] / [생명의 노래] 등
출처 : 이철수의 집


80년대 말부터 투쟁적이고 저항의 작품 세계는, 자기 성찰과 생명의 본질에 대한 관심으로 판화 영역을 확대해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현실의 여러 가지 모순들에 곧장 반응하는 차원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쪽으로 작품 세계가 바뀌기 시작하면서, 세상 사람들의 일상에도 관심을 가진 것 같다.


"거짓말하지 말아야지.

성내고 다투지 말아야지.

힘 앞에 고개 숙이지 말아야지. 가난하게 살아야지.

세상을 외면하지 말아야지.”

 출처 : 작품도록집 『이렇게 좋은 날』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슴에, 희망과 설레임과 눈물 한 줌 심어주는 것도 예술의 힘이 아닐까?

 '사는 동안 꽃처럼'은 나뭇잎 편지 10년에 출간되었는데, 나는 이 책의 제목이 너무 좋다.

'사는 동안 꽃처럼'이란 짧은 말속에 사람의 일생이 압축된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은 사람 냄새가 특히 많이 난다.


"인터넷 사랑방을 꿈꾸면서 <이철수의 집>을 열었습니다.

거기서 2002년 10월 15일 첫 엽서를 보내기 시작하고 벌써 10년입니다."로 이 책은 시작된다.

그런데 벌써 2021년이 시작되었으니, 그로부터 벌써 또 약 10년...... 세월은 기다림 없이 너무 빨리 스쳐 지나는 것만 같다.

나뭇잎 편지는 이메일로 받아보는 편지로, 작가가 새로 그린 그림과 글을 회원들에게 보내주었다고 한다.

일상, 생명, 환경, 존재, 평화 등의 주제로 특별한 일 없으면 매일 밤 보냈다고 하니, 그 정성과 성실함에 감동할 수밖에 없다.

나뭇잎 편지 엽서를 모아 책으로 출판했는데, <사는 동안 꽃처럼> 은, "페이지 상단에 작가의 판화작품과 손글씨를, 하단에는 손글씨를 활자로 다시 싣는 형식"으로 되어있다.


'사는 동안 꽃처럼' 살지 않으면, 삶은 회환과 근심과 절망과 불만으로 쌓여 갈 것만 같다.


새들의 무리를 보면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돌아보는 작가의 시선.

조금 뒤처진 자리에서 날갯짓하는 새의 모습에서, 왠지 우리는 한번쯤 자신을 돌아볼 것 같다.


작품 '번뇌'는 설명이나 다른 말이 필요 없을 것 같다.

성실과 정직으로 쌓아가는 것만이 진정한 행복이고 성공이기에.....


이 작품을 보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생의 마지막에 이런 자세로 떠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사는 동안 꽃처럼 살았기에 죽음 앞에서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일까?

"나, 별세 중이다." 강열한 이 한 문장은 슬프면서도 웃음이 난다.

그리고 어른이 하신 말씀을 우리들도 꼭 기억해야 할 것 같다.

 "그대들도 별세 중임을 명심할 것"


자연과 사람을 진정하게 대하는 자세,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게 하는 작품들이다.


물고기와 모든 동물들, 식물들 그리고 환경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이다.

말하지 못하는 모든 것들에게, 우리 인간들이 행하고 있는 일들을 한번쯤 돌아보자.

그들의 눈물을 진정 가슴으로 느낄 수 있다면 지구 환경은 조금이라도 변하게 될까?


보고만 있어도 가슴이 따뜻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작품들


'사는 동안 꽃처럼' 한 권에는 좋은 작품들이 가득하다.

책의 내용을 음미하면서, 우리 모두 사는 동안 꽃처럼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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