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이사를 참 많이 다녔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도 서너 번을 옮길 정도로 전월세 계약이 끝나면 새로운 터전을 찾아 나섰다. 그렇게 벼룩과 같이 이리저리 옮겨다니다 몸도 마음도 힘겨운 한 보금자리에 머물게 되었는데, 바로 구식 빌라의 방 세 칸짜리 반지하였다.
이사를 다니는 것도 진이 빠졌지만, 창문을 열어도 숨이 턱턱 막히는 반지하에서의 생활은 하루하루가 고달팠다.
반지하로 이사를 간 첫 해 여름, 폭우가 내렸다.
혹시나 빗물이 집 안으로 스며들까봐 창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일기예보를 예의주시했다.
다행히도 장마를 무사히 이겨낼 수 있었지만, 이후에 예상치 못한 적군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곰팡이 녀석들이었는데, 거실과 내 방 구석구석에 거무스름한 곰팡이가 피어나 공기가 늘 퀘퀘했다.
곰팡이 제거제를 쓰면 일부 없어지기는 했지만, 공기 자체가 좋지 않아서 숨을 제대로 쉬기가 힘들었다.
잘 때도 이불을 덮어써야 냄새가 코를 파고들지 않아서 그나마 잠을 청할 수가 있었다.
곰팡이뿐만이 아니었다.
한 번은 불청객이 찾아들었다.
그들은 다름 아닌 동네 중학생들이었는데, 한창 영화 기생충이 유행할 때였기 때문에 반지하에 대해서 호기심을 갖고 있는 아이들인 듯 했다.
아이들은 대여섯명이 모여 열린 창문 틈새로 집안을 들여다보면서 깔깔거리며 웃고 있었다.
야! 정말 기생충이랑 똑같애!!!
그들은 반지하 창문 너머 실외기를 놓기 위한 담벼락 좁은 공간으로 뛰어들어와 시끄럽게 떠들어 댔다.
심지어 널찍한 방범창 사이를 비집고 집안으로 들어오려고 시도 중이었다.
그러다 거실로 나온 나와 눈이 마주쳤는데, 안그래도 불편한 반지하 거실이 범죄 현장이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순간적으로 심장이 덜컥 내려앉아 크게 소리를 질렀다.
뭐하는 짓이야!!! 당장 안 나가!!!
그러자 그들은 아쉽게 됐다는 듯 웃어제끼며 우당탕탕 소리와 함께 서둘러 담장을 빠져나갔다.
불청객들이 돌아간 뒤에도 한참 동안 심장이 뛰었다.
가족들에게 얘기를 해도 어떤 일이 일어나든 더이상 이상하지 않다는 듯 큰 반응이 없었고, 아버지만 잘 대처했다고 흐뭇해할 뿐이었다.
종일 집안 창문을 닫아놓고 지낼 수가 없었기 때문에 때때로 문을 열어 놓을 때면 골목길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다리 언저리가 스쳐 지나갔다.
사람들의 대화 소리, 자동차 시동거는 소리와 매연이 방안으로 흘러들어오는 게 여간 머리 아픈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엄마 아빠가 부부 싸움까지 하는 날이면 정말이지 깊은 구렁텅이에 빠져든 느낌이었다.
어떻게 하면 이 공간을 탈출할 수 있을까.
늘 고심했다.
정작 벽지에 핀 곰팡이와 불청객보다 더 신경이 쓰이는 것은 따로 있었다.
그것은 날이 지날수록 반지하에서의 삶에 익숙해져서 그 자리에 계속 머물고 싶은 게으른 마음과 싸워야한다는 사실이었다.
반지하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하루빨리 반지하를 탈출하는 길 밖에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든 빛을 향해 스스로를 일으켜 세워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