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이란 걸 입고 반강제로 교실의 한 구성원이 되어 앉아있었을 때,
자동응답기처럼 외우고는 했던 문학 공식이 있다.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주관식 객관식 가리지 않고 지겹도록 나왔던 이 공식은
시간이 꽤 흐르고 나서도 잊히지 않았는데
그건 아마 '삶' 자체를 통틀어 정리한 단어였음을 꾸준히 느껴서였을 거다.
때에 따라 그 과정의 깊이와 무게는 전부 달랐지만
어찌 된 일인지 겪으면 겪을수록
'위기'에서 재빨리 고개를 돌려 버리는 요령만 터득했다.
'결말'의 근처도 가지 않았으면서
'위기'와 '절정'에서 결론을 지어버리고 피하는 것이다.
어렵고 불편한 상황을 섣부른 경험치로 결론짓고 피해버리는 건
정답일 리가 없었다.
갈등과 위기, 그리고 고난은 필요에 의해 존재한다.
그로 인해 더 나은 결말과 경우의 수를 만들 수 있었기에.
암기력도 약한 내가 단 하나의 문학 공식을 여태껏 뿌리내린 듯 외우고 있었으니
삶에 있어 '위기-절정' 뒤에는 항상 더 나아진 '결말'도 존재한다는 것도 외워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