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가지의 향 중에서 내 취향의 향을 골라내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이런저런 향들을 시험 삼아 맡아볼 때마다 눈앞에는 각각 다른 장면들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펼쳐지고는 했다.
그렇게 하나씩 리스트에서 제외하며 마지막까지 내 손에 남은 향들은
대부분 숲과 나무의 느낌으로 가득한 것들이었다.
오감이야말로 가장 솔직한 수단이 아닐까.
표정은 마음만 먹으면 숨길 수 있고
생각과 가치관은 언제든 거짓말로 꾸며낼 수도 있지만
오감만큼은 신경이 먼저 반응하는 일일 테니 말이다.
좋은 향에는 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거부감이 드는 향에는 절로 고개가 뒤로 빠져 버릴 것이다.
살아가는 수많은 날에서도 오감을 느끼듯 살 수 있다면 좋겠다.
생각을 하고 계획을 하며 머리를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음이 가는 대로, 신경세포가 이끄는 대로 따라갈 때도 있는 그런 삶.
그런 살아있는 삶을 살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