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다녕 Nov 08. 2019

위자료 많이 받는 방법

내가 누구와 싸우는지를 파악하라

변호사도 입을 쩍 벌리게 만든 위자료 청구서와 재산 분할 소송서를 작성하여 법원에 제출했다. 남편은 아직 모르는 상태였으니 집으로 와 차근차근 집정리를 시작했다. 한달은 걸린다고 했으니까 3주 동안 정리를 하고 4주차에는 여행을 다닐 계획을 짰다. 분명 친정이나 친구들에게 연락을 할 것이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은 이순신 전략이다.


양파를 까다가도, 압력솥 바닥에 붙은 누룽지를 쇠수세미로 문지르다가도 넋을 놓고 울었다.버스에서 나오는 나훈아 노래에도 눈물이 주르르, 웨딩촬영한 커다란 액자를 보고도 꺼이꺼이. 주머니에서 모래가 와락 쏟아지는 아들의 바지에 코를 박고 통곡. 그렇게 한달을 살았다.


4주차 되던 때, 간단하게 짐을 싸서 근처 도시를 여기저기 다니며 서점에서, 재래시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배도 안고플 줄 알았는데 신기하게 밥때되면 배가 고파와서 삼시 세끼 잘 먹으며 여행을 다녔다.며칠 지나서 일하던 한복집으로 연락을하니 난리가 났다.시댁 쪽으로 법원에서 가압류한 게 연락이 가고 시집식구들 기함하고, 친정으로 수소문을 했지만, 나는 사라지고. 아이들은 엄마를 찾고.


전남편은 내가 작성한 소송서를 봤나보다. 무섭고 독하다 비난하다가, 빌며 매달리다가, 불쌍한 작전으로 자기 신세한탄을 하다가 온갖 작전을 다 쓰는게 눈에 보였다. 살짝 흔들렸고,애들을 생각하면 맘이 아려왔지만 더이상은 나에게도, 애들에게도 독이라는 결론을 내렸기에 돌이킬 수가 없었다.


일 주일 후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갔다. 아이들을 어린이집에서 데려운 전남편은 여섯살 큰애에게 꽃다발을 들려 집으로 왔다. 보는 자리에서 꽃다발을 휴지통에 넣었다. 그걸 가지고 또 성질을 냈다. 이다지도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 인간이 있나?


애들 할머니, 할아버지, 고모까지 설득하려는 전화가 빗발쳤다. 아마 내가 겁주다 말거라고 생각했는지 처음에는 부드럽게 타이르다 금방 본색을 드러내며 짜증을 냈다. 어쩌면 이렇게까지 못됐게 뒤통수를 치냐고. 심지어 애들 고모는 애들은 자기가 키울테니 나는 몸만 나가라는 소리도 했다.


사람은 헤어져봐야 본성을 안다. 완전히 끝이라고 생각하면 밑바닥이 나오는 것이다. 얕은 사람은 참 금방도 나오더라. 그때 완전히 정을 떼 줘서 마지막 죄책감을 싹 덜어줬다. 어찌나 고맙든지. 끝까지 빌고 매달렸으면 맘이 약해져서 다시 그 쳇바퀴 속으로 들어 갔을지 모른다.그리고는 제사상에 오를 굴비처럼 베들베들 골아가며 암을 키웠겠지.


법원에 출석 날을 고지 받은 후에 전남편은 합의를 하자고 했다. 위자료를 깍자고 수작을 부렸다. 그럴 수는 없었다. 지금은 성급한 이혼을 막기위한 조정과 숙려의 기간이 있다고 들었다. 그 당시에는 재판이혼이 조정위원에게 설명을 하고 말그대로 '4주후에' 만나서 결론이 나는 것이었다.


그럼 여기서 위자료 많이 받는 법을 고민해 보자. 남편이 부자라면 액수 크겠지만 상대편에서 독한 변호사를 선임할 것이다. 부유하든 아니든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양육비 또한 남편이 가진 범위 안에서 설정 되는 것이니 일단 남편이 경제 활동을 하는 걸 막으면 나에게 손해가 온다. 아무리 미워도 '사회적으로 매장시켜야지' 하는 그런 분노는 영리하지 못한 선택이다.


1. 증거-지금은  예전 보다 사진과 녹음이 훨씬 좋아졌다. 항상 기록하고 정리하라. 녹음도 문서상으로 남겨야하니 법원 주변에 있는, 녹취한 걸 문서로 만들어 공증해 주는 사무실을 이용하면 된다. 나야 손으로 한땀 한땀 손글씨로 썼다. 이런 브런치에 작가명으로 기록을 하면, 위자료 벌어 주는 효자노릇을 하게 될수도 있다.


3.남자를 설득해야 한다.-판사, 변호사, 조정위원들은 남자 비율이 높다.나이도 많다. 그들에게 나의 억울함을 호소해서 내 편을 들게 만들어야한다. 전남편이 상담을 한 변호사 사무실에서 만난적이 있었다. 내가 시부모한테 상냥하지 않은 것이나(외도후라는 얘기는 안함),  명절에 제사상 치우자 마자 친정으로 간 것, 이런 얘기를 변호사가 흉이라고 섬겨댔다. 그자리에서, 상간녀 머리채 못잡은게 한이던 참에 전남편 머리채 잡을 뻔 했다.


3. 충분한 준비기간-이혼을 불쑥 결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 분노에 힘으로 내가 여기만 벗어나면 되지, 아무것도 필요 없어, 하는 호기를 부리지 않길 바라는 맘이다.혹은 싸울 힘이 없어 애 끓이느라 위장병을 만들면 안된다. 경제적 독립을 최우선으로 하고,또한 멘탈관리도 해야한다. 한약 먹어가며 싸워야 한다.


동네 할머니가 해 주신이야기다. 평생을 할아버지가 돈을 꽉쥐고 안 주셨는데, 유일하게 허락 된 돈이 있었단다. 태풍이 와서 과수원에 과일이 떨어지면 그 낙과를 판 돈은 할머니에게 허락을 해 주셨단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손자들 용돈도 주시고 파마도 맘대로 하니 맘이 좋으셨단다. 그 후론 태풍이 오는게 기다려 졌고 바람에 낙과가 생기면 '저건 다 내돈이다' 싶어 신다고 했다.


멍든 사과를 주워 팔아 내 돈을 만든 할머니의 정신으로, 저건 내 몫이지 하며 태풍을 즐겁게 맞이하는 할머니 심정이 되어,이혼이라는 태풍 깊숙히 들어갔다.




아, 오늘도 이혼 못했네. 일일 드라마 회차 늘리려고 질질 끄는 거 같이, 그런거 아닙니다. 내일은 꼭 한다, 이혼.

힘들었으니 이혼했고,이제부터 덜 힘들테니, 축하해야지.




https://brunch.co.kr/@red7h2k/5


https://brunch.co.kr/@red7h2k/2


작가의 이전글 글쓰기가 내 위자료에 끼친영향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