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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녕 Nov 23. 2019

글쓰기는 내 다이어트

주전부리를  끊게 만드는 입막음 활동

입맛 없다는 게 뭔지 모르는 나는, 평생 먹을 걸 입에 달고 산다. 심지어 이혼 소송을 하러 다닐 때도 밥은 잘 먹고 다녔다. 그런 내가 먹는 행동을 까먹을 때가 있다.


시간이 나면 부엌을 서성거리며 뭐 먹을까를 즐겁게 고민한다. 배가 너무 부를 때는, 냉장고 문을 열고 한참 망설이다, 냉장고 문에 굴러다니는 유산균이라도 먹어 준다.


어느 날은 내가 하루 종일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미싱 앞에서 땀을 흘리며 뭔가를 열심히 만들고 있자니, 현 남편이 나를 들여다보며,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먹고 일을 하냐고, 괞찮냐 묻는다 생각해 보니 내가 점심도 안 먹었다는 걸 알았다. 나는 내가 점심을 안 먹은 걸 모르는 내가 기특했다.


재미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게 만드는 것이다. 바느질은 나를 밥까지 잊게 만드는 재미를 준다. 요즘 글쓰기가 그렇다. 오전 시간에 주로 글을 써 놓고, 저녁에 다시 한번 다듬어 저장해 놓는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한 번 후루룩 읽고  발행 버튼을 누른다. 그때부터 한두 시간 또 글쓰기를 한다.


오전 두 시간이 내게는 운동시간이었다. 뒷산을 걸으며 라디오나 팟캐를 들었다. 글쓰기를 시작한 이후 3주간 한 번도 산을 못 갔다. 최근 남편과 함께 에어로빅 수업을 받으러 간다. 음악에 맞춰 정신없이 한 시간 동안 몸을 흔들어 대면 몸이 좀 개운 하다. 그것도 남편 혼자 보낸 적이 많다. 그러니 내 운동량은 부쩍 줄었다. 그럼에도 글을 쓴 이후 배는 오히려 들어간 느낌이다.


바보야, 문제는 주전부리였어. 글을 쓴다고 독한 커피로 나를 업시키고, 오전 내내 의도치 않은 간헐적 단식을 한 것이었다. 이렇게 쭉 가면 살이 좀 빠질 것 같다. 글쓰기는 등산 3년 해도 안 빠진 뱃살을 줄여줬다. 계속 열심히 써야겠다.


남편에게 "나 나중에 책을 내면 출판기념회도 해야 되는데 보톡스를 미리 맞아야 하지 앉을까?" 했더니, 남편은 주름은 그냥 중력이고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That's gravity, it's natural.) 아주 스뚜피드 한 아이디어란다. 친구들에게 출판 기념회 하면 뭐 입을까 걱정을 했더니, 친구들은 나는 아무거나 입으라면서, 지들은 뭐 입냐며 자기네 입을 옷을 걱정하고 있다.


글 발행을 하면 바로 아이들에게 링크를 걸어 준다. 아이들에게 괜찮고 컨펌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딸은 엄마 편이니 항상 지지를 하는데, 아들은 가끔 삐딱하게 군다. 그래도 대체로 응원 모드이다. 나는 책까지 내면 애들 혼사에 진짜 지장이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행여 반대하면 접을 생각이었다. 다행히 아들도, 엄마 맘껏 작가 꿈을 펼쳐 봐, 한다.


가끔 '다음' 포털에 오래 걸려 있으면 겁이 날 때가 있다. 전남편 친구나 친척이 볼까 봐. 혹시 전남편의 상간녀 쪽에서 보게 되면 어쩌나 걱정이 된다. 최대한 눈치를 못 채게 지명을 바꿀까도 고민해 봤다.  


다행히 현 남편은 내 글을 못 읽는다. 3주간 일어난 변화들에 현 남편도 신나하고 자랑스러워한다. 내가 무슨 글을 쓰는지도 모르고. 남편직장동료에게도 자랑을 했다고 한다. 동료들이 글을 어디서 어떻게 검색하냐고 물었는데, 남편은 한글이라 아무것도 모른다고 했다. 한국어가 지독히도 안 늘어 항상 답답했는데 , 남편이 한글을 모르는 게 이렇게 다행일 수가.


내가 나를 키우며 쓴 육아일기에 힘을 받는다니, 글감을 찾느라 다시 애들과 옛날 기억을 쥐어짠다. 애들에게 예전 상황을, 최면 수사라도 하듯이 묻고 답하며 기억을 조립한다.  잊었던 아픈 기억을 불쑥 만나면 서로 눈물을 그렁거린다. 그럼 웃긴 기억을 빨리 찾아내서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주전부리도 잊게 만드는 글쓰기는 나에게 치유의 시간주고 있다.


너의 신선도를 유지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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