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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녕 Dec 05. 2019

드라마엔 동백이, 브런치엔 피드백이

나 대신 삐딱한 댓글에 싸워주시는 댓글에 감사하며.

주말 동안 화제였던 동백이를 몰아서 봤다. 왜 그리 동백이 동백이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우울해 보이지만, 코믹 만화 같은 드라마, 미스터리 장르인 까불이를 넣고, 용식이의 비현실적 돈키호테 캐릭터를 잘 버무린 드라마였다.  누가 주인공이고 조연이라 할 수 없이 각각의 캐릭터가 살아있는 것도 드라마의 재미를 더 했다고 본다.


누군가 내 전남편이 노규태를 닮았다고 해서 그가 어떤 인물인지 궁금했다. 드라마를 보니 과연 비슷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노규태는 자신의 지질함을 시인했다. 아내 자영이에게 '남자'하고 싶었다고, '엄마'시켜서 미안하다고 했다. 향미에게도 '존경'이란 말에 홀랑 넘어가는 것도 자신을 인정하는 태도였다. 전남편은 절대 인정도 안 할 뿐만 아니라 자기를 들여다보려고도 안 한다.


나에게 최고의 댓글은 '곽덕순 같다'는 말이라는 걸 드라마를 본 후에야 알았다. 곽덕순의 자기희생과 넓은 배포를 따라갈 수 있을까 싶지만 이제부터 흉내라도 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필구에게 밥을 먹이는 마음이나 동백이를 편들어 주는 마음은 따라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장 짠하게 본 캐릭터는 제시카였다. 수많은 제시카들이 '좋아요'에 목숨 걸고 인스타에서 행복 경쟁을 한다. 행복의 요소에는 '내가 즐기며 사는 삶'과 내 모습을 '부러워해 주는 이'가 있어야 한단다. 제시카도 '부러워요'라는 말이 듣고 싶어 포장을 하며 산다. '힘내요'는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나도 제시카의 하나였었던 같아 뜨끔했다. '힘내요'라는 말은 듣고 싶지 않았었다. 지금은 그 말도 기쁘게 받는다.


내 글의 장르가 헷갈릴 것 같은 독자를 위해 설명을 좀 해야 할 것 같았다. 처음엔 막장 일일드라마 인가 싶다가 뜬금없이 자기 계발서 오프라 윈프리 같은 색을 풍겼다. 어느 순간 턱 하니 컬트 사이비 장르 '구해줘'로 넘어갔다. 근데 내 인생 장르가 그런 걸 어쩌랴? 드라마 동백이도 명랑 만화 같다가 로코인가 싶더니 범죄물도 섞였단 말이지. 사람의 인생이 대하드라마 '토지'처럼 진지하게 한 장르로 일관하지 않을 수도 있다.


글을 올린 후, 댓글들을 몇 번씩 읽으며 목구멍이 뜨끈해지는 걸 느낀다. 읽어주고 라이킷도 감사한데 성가시게 공감을 댓글로 주시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글을 쓰는 게 내 안의 '제시카'가 올라와 관심을 구걸하는 거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그러다가 힘을 받았다는 댓글을 보면, 내가 글 쓸 이유를 발견한다. 그래 봐, 난 애정결핍으로 글을 쓰는 게 아니라 힘을 받는다 잖아. 공감하기 위해 글을 쓰는 거야, 한다.


간혹, 좀 삐딱한 댓글에는 당황을 했다. 뭐라 댓글을 달아야 할지 몰라 그냥 두면 누군가 나 대신 싸워주시는 분이 있어 얼마나 신나던지. 약간의 악플은 내 글이 많이 읽힌다는 좋은 신호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자신의 삶을 고백하며 힘을 받았다는 댓글은 오히려 나를 힘나게 해 준다. 그래도 내가 헛 산건 아니구나 싶어서.


지난주에 출판사 편집자님을 만났다. 계약서도 받았고 아직 싸인을 하진 않은 상태이다. 아들에게 책을 내도 되는지 컨펌을 받긴 했다. 혹시나 혼사길을 막을까 싶어. 내 사생활을 빼박인 책으로 찍어 놓는 것은 누드사진을 찍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누드는 찍었는데 팔리지도 않아 가족에게 민폐만 주고 돈도 못 버는 그런 사태가 생길까 싶어 망설여진다. 누가 책을 사기나 살까 싶다. 그냥 재미로 브런치에서 조용히 읽고 말지.



예전에 현 남편이 나에게 한 말이 있다. 나를 'show me person'이라 불렀는데, 이 것은 나의 태도가 '너를 보여줘 봐, 난 다 받아 줄 수 있어' 하는 모습이란다. 내 앞에 앉으면 어느새 속 얘기를 주절주절 풀고 있다고 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장점으로 잘 써먹고 싶다. 좀 더 어른스럽게 내 상처들을 치료하고 싶다.


내 힘들었던 지난 얘기를 공유하고, 남들 힘든 얘기를 들어주며, 나만 힘들었던 거 아니구나, 하는 위안을 받는다. 또한 겁먹은 젊은 엄마들에게 괜찮다고, 다 방법이 있을 거라고 손 잡아 주고 싶다.


드라마에서 동백이가 있다면 브런치에는 수많은 피드백이 있어 든든합니다. 나를 울렸다 웃겼다 하는. 그리고 내 편이 되어 싸워주기도 하니까요.


내가 뭔 대답이 듣고 싶은 건지... 분명, 열화와 같은 성원을 바랄 텐데 이렇게 묻는 심보 하고는 ㅉㅉ.

근데요  솔직히, 저 책 내요? 말아요? 책을 내면 사실 건가요?


이제는 우리가 필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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