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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가운 무스탕 Jan 04. 2022

<인상적인 인트로> 스어억스어억, 거친 숨소리

호흡음 불량

너무 춥다.

난방을 58도까지 높였으니 베란다와의 온도차로 연결문 아래로 물이 흘러들었다가 마른 흔적이 있다. 에잇! 이놈의 집 나가던가 해야지 매년 겨울마다 이러고 어떻게 살아.


방탄 커피를 하나 물고, 옷을 하나씩 주워 입고, 모먼트를 뿌리고, 몽벨을 입고, 반스를 메고, 어그를 반쯤 신고,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머릿속으론 불은 다 껐는지, 온수매트는 껐는지, 안방 불은 껐는지, 히터는 껐는지, 가스는 잠겄는지 막 생각한다. 24층이라도 마음이 불안하면 다시 뛰어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씩은 불안한 마음 끄기 연습을 하느라 그냥 출근해버리기도 한다. 내 마음을 내가 다스려야지 하면서.


매일 보면서 마을버스 시간을 역으로 계산하며 준비를 하는데 아무래도 분침이 이상했다. 그래서 초침을 뚫어지게 봤더니만 요지부동이다. 배터리가 다 닳았나 봐. 핸드폰 시계를 보니 20분 차이가 난다. 하마터면 환자를 기다릴 뻔하게 했다.


엘리베이터 공사를 한지 일주일이 채 안됐기 때문에 매번 마음이 쓰인다. 한 날은 16층과 17층 사이에서 엘리베이터가 멈춰버렸다. 헤드폰을 쓰고 노래를 듣고 있어서 갑자기 놓인 상황에 당황, 인터스텔라 같은 무중력 상태에 빠진 듯한 공황에 놓였었다. 구조요청을 해야 하니 엘베 계기판에 호출을 막 눌러댔다. 헤드폰을 벗으니 갇혀있는 게 더 실감이 났다. 대여섯 번을 막 누르고 벌벌 떩ㅎ 있었는데 갑자기 엘베가 움직여서 17층에 나를 내려줬다. 그 길로 나와 지하 일층까지 걸어서 내려왔다.


이렇게 기나긴 생각과 상황을 다 겪고 지상에 발을 내닫었더니, 버스 출발시간까지 5분이 남았다. 비탈길을 내려가면서 녹색 버스의 뒷꽁무니를 확인하고 막 뛰었다. '띡, 승차하셨습니다!' 맨 앞좌석에 앉는데 구멍닌 타이어에 바람 넣는 소리가 난다. '어랏! 뭐지? 뭘까?' 살짝 보니 뒤에 앉은 어르신의 숨소리였다. '뛰어오신 건가?' 버스가 출발해서 종점역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 '스어억스어억' 소리가 난다. '폐가 안 좋으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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