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중2 엄마 2명과 동네 치킨집에서 소맥을 마셨다. 원래 소주는 잼병인데 거기서 파는 술은 맥주와 소주뿐이었다. 맥주만 마시게 되면 대화의 흐름이 끊길 정도로 화장실을 자주 가야 하기 때문에 과감히 소맥으로 시작했다. 엄마들의 오고 가는 즐거운 대화 속에 나란 사람. 결국 막판 기억이 사라졌다.
다음날 숙취 때문에 괴로워하면서 이런저런 걱정에 휩싸였다.
내가 취해서 무슨 실수라도 한건 아닌지..
그 엄마들과 오래된 사이도 아닌데 이를 어쩌나..
오전에 다른 엄마들이 서로의 안부를 묻는 톡들이 오고 갔고, 생각보다 큰 실수를 한건 아닌 것 같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인생이란..
항상 반전이 도사리고 있달까..
그날 저녁 중2 아들이 나에게 쫑알쫑알 말을 건넨다.
- 엄마 혹시 기억나세요?
- 뭘?
- ㅎㅎㅎㅎ 어젯밤요. 기억 안 나세요?
- 뭐.. 엄마 약속 갔다가 와서 잤잖아
- 몇 시에 들어오셨는진 아세요?
- 12시 넘어서 왔겠지
- ㅎㅎㅎㅎㅎㅎㅎㅎㅎ 기억 못 하실 것 같아서 제가 다 찍어놨어요
- 응???
- 좀 긴데.. 천천히 보세요.
중2는 내 폰(이건 매우 고마운 일이다)으로 술 취한 엄마를 18분짜리 동영상으로 남겨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