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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 Sep 10. 2024

인성은 1등급

but .....

여름방학은 생각한 것보다 더더 짧았다.

3박 4일 동안 지인들과 각흘계곡으로 캠핑을 다녀왔는데 그 무더위 속에서도 잣나무존은 너무나 시원했고,

아이들은 계곡에서 바위 미끄럼틀을 타며 신나게 놀았다.

우리 중2는 개학이 빨라서 하루 늦게 합류했는데,

2박 3일 동안 지인 가족의 7살 남자아이를 친형처럼 보살펴주며 폰게임에 열중했다.


3주나 연재를 하지 못한 이유는 너무 바빴거나 게을러서거나 흥미가 없어져서가 아니다.

이제 나의 중2는 사춘기를 완전히 벗어나기 시작했고, 그런 아이를 지켜보면서 감칠맛 나거나 감동적인 글감을 발견하기보다는 그저 아이의 미래에 대한 걱정과 어른처럼 변화하는 외모에 므흣한 감정만이 반복될 뿐이어서 다.

유치원 다닐 때부터 영어를 배웠는데 실력은 초등학생 수준이고,

수학도 그저 그렇고, 무엇보다 꿈도 없다 하고,,

그래서 나는 요즘 중2를 위한 최선이 무엇인지 너무나 고민스럽다.


중2는 2학기 반대표선거에 출마하였다. 본인이 출마하게 된 이유와 공약을 준비하여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였고, 5명의 후보 중에 압도적인 득표수로 당선했다고 한다. 담임선생님 말씀으로는 1학기때 반친구들에게 쌓은 신뢰와 선거 당일의 진심이 느껴지는 연설로 인해 여학생이 많아 다소 불리할 수 있는 선거지만 멋지게 당선한 거라고 연락해 주셨다.

내 새끼라서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봐도 우리 중2의 인성은 그야말로 1등급이다.

사람됨됨이로 대학을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젯밤 초6 딸이 파리크기의 벌레가 날아다니다가 갑자기 사라졌다고 방에 들어가지 못하겠다며 거실에서 멍 때리고 있었다. (이 연재가 끝나면 다음번에는 외계에서 온듯한 이 여자아이에 대해 써 볼 생각이다)

초6은 나에게 그 벌레를 찾아서 치워줘야만 방에 들어가서 숙제를 할 수 있다고 했고,

그런 동생에게 중2는 분노했다.

"야! 엄마가 니 하인이야? 최소한 벌레는 네가 찾아서 치워달라고 해야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데 엄마 보고 찾아달라면 어떻게 해!!"

나는 둘의 말싸움을 못 들은 척하고 치카치카를 하며 잘 준비를 시작했다.

잠시 후 중2가 보이지 않아서 찾아보니 손가락만 한 손전등 같은 걸로 벌레가 마지막으로 목격되었다는 여동생의 책상밑을 수색하고 있었다.

ㅎㅎㅎㅎㅎㅎ

그놈 참....

내 스타일일세...

 

단.언.컨.대!

지금 공부는 좀 거시기해도 넌 나중에 꽤 멋진 휴먼이 될 거다.

그런 너를

엄마가 엄청 자랑스러워 할 거라는 것에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사랑하는 아들아...

아주 조금만...

아주 조금만이라도 공부를 해주면 안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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