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이노베이션 실무 매뉴얼
☕안녕하세요, Dr. Jin입니다.
오픈이노베이션 프로젝트에서 가장 긴장되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많은 분들이 첫 만남이나 계약 체결을 떠올리시겠지만, 제 경험상 진짜 critical moment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PoC(Proof of Concept, 개념검증)가 막 끝났을 때입니다.
7년간 국내외 대기업, 중견기업, 공공기관의 오픈이노베이션 현장에서 수많은 PoC를 지켜보며 깨달은 게 있습니다. PoC의 성공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다음'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PoC라도 후속조치 없이는 그저 값비싼 실험으로 끝나버립니다. 반대로 기대에 미치지 못한 PoC라도 적절한 후속조치를 통해 의미 있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하죠.
여러 차례 인용했지만, 무협 2025년 조사에서 오픈이노베이션은 평균 7.2회의 밋업 시도 끝에 성사되며, 최초 시작부터 유의미한 성과 창출까지 평균 2~3년이 소요된다는 것입니다. 이 긴 여정에서 PoC 종료 시점은 하나의 이정표일 뿐, 진짜 게임은 그 이후에 펼쳐집니다.
오늘은 PoC가 끝난 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수요기업(사업부서), 혁신중개자(OI조직 및 3rd Party), 그리고 스타트업 각각의 관점에서 실전 노하우를 나눠보겠습니다.
PoC가 끝나면 대부분의 조직이 조용히 내부 평가만 하고 넘어갑니다. 큰 실수입니다.
성과공유회는 단순한 결과 발표가 아닙니다. 이는 세 가지 핵심 기능을 수행하는 전략적 이벤트입니다:
첫째, 객관적 평가의 장
내부 회의실에서만 평가하면 편향이 생깁니다. 사업부서는 "기대에 못 미친다"고 하고, 스타트업은 "완벽히 성공했다"고 주장하죠. 성과공유회는 이해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같은 데이터를 보고 공통된 이해에 도달하는 공간입니다.
2025년 경기도 민간주도 오픈이노베이션 성과공유회에서 대표 발표를 했던 4개 스타트업(뉴로비비, 포네이처스, 모빌리오, 자라소프트)의 사례를 보면, 대중견기업 60여 명과 함께 PoC 결과를 공유하면서 단순 기술 검증을 넘어선 비즈니스 가치를 재발견했습니다.
둘째, 조직 내 공감대 형성
PoC는 보통 특정 부서나 팀 단위로 진행됩니다. 하지만 확장(scale-up)을 위해서는 전사적 지지가 필요하죠. 성과공유회는 임원진, 타 부서, 재무팀, 구매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왜 이 협업이 중요한가"를 각인시키는 기회입니다.
제가 N사의 오픈이노베이션을 설계할 때 강조한 것도 이것이었습니다. PoC 종료 후 단순히 보고서를 돌리는 게 아니라, 실제 데모와 함께 임원 앞에서 발표하도록 했습니다. CFO가 직접 ROI 질문을 던지고, CTO가 기술적 확장성을 체크하는 순간, 그 프로젝트는 '실험'에서 '전략'으로 격상됩니다.
셋째, 다음 스텝의 모멘텀 확보
사람의 열정은 시간이 지나면 식습니다. PoC 중에는 모두가 뜨거웠다가도, 끝나고 2-3개월 지나면 다들 각자 할 일로 돌아가죠. 성과공유회는 이 모멘텀을 유지하고 증폭시키는 장치입니다. "다음 단계는 언제 시작하나요?"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죠.
수요기업 사업부서의 핵심 목표는 명확합니다: "이 PoC 결과로 우리 비즈니스가 실제로 개선되었는가?" /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는가?" / "전략적 가치를 실체화할 검증을 해냈는가?"
성과공유회 준비 시 다음을 챙기세요:
감성적 스토리도 중요하지만, 숫자가 말합니다. 2025년 중기부 성과공유회에서 대상을 받은 앰버로드가 에코프로와 협업한 'AI 기반 이차전지 제조공정 최적화'사례는 "연간 약 55억원 재무 효과 창출"이라는 구체적 숫자를 제시했습니다. 물론 정교한 breakdown과 신뢰도를 확보한 숫자나, 대금결제가 완료된 이후 등 실체화된 숫자여야 의미가 있겠지만요.
성과지표는 대체로 세 층위로 나눠서 볼 수 있습니다.
기술적 성과: 목표 정확도 달성률, 처리 속도, 안정성 등
비즈니스 성과: 비용 절감액, 매출 증가분, 시간 단축률 등
전략적 가치: 신시장 진입 가능성, 경쟁 우위 확보, 조직 학습 등
모든 PoC가 성공하는 건 아닙니다. 사실 실패율이 더 높죠. Sapphire Ventures의 조사에 따르면 Global 2,000 기업 IT 임원의 78%가 "참여한 PoC 중 절반 이하만 실제 도입으로 이어진다"고 답했습니다.
중요한 건 실패를 어떻게 프레이밍하느냐입니다. "실패했습니다"가 아니라 "3가지 중요한 학습을 얻었습니다"로 말하세요. 어떤 접근이 작동하지 않는지 아는 것도 가치입니다. 그게 바로 fail fast, learn fast의 정신이죠.
성과공유회는 회고가 아니라 전진의 발판입니다. 발표 마지막에 반드시 "Next Steps" 슬라이드를 넣으세요. Scale-up PoC, PoV(Proof of Value), R&D 전환 등의 옵션과 각각의 타임라인, 예산, 기대효과를 간략히 제시하는 겁니다.
OI 조직이나 3rd Party 중개자는 성과공유회의 연출가입니다. 단순히 발표 순서를 짜는 게 아니라, 전략적으로 스토리를 구성해야 합니다.
성과공유회 참석자는 다양합니다: 실무진, 중간관리자, 임원, 재무담당자, 법무팀, 투자자 등. 각자 관심사가 다릅니다.
한 세션으로 모두를 만족시키려 하지 마세요. 예전 LG테크페어 사례처럼, 두 트랙으로 나눠 전개해봐도 좋습니다.
Executive Track: 전략적 가치, ROI, 리스크 중심 (30분 압축)
Practitioner Track: 기술 상세, 구현 과제, 향후 로드맵 (60분 심화)
요즘 성과공유회는, 외부 VC 또는 CVC, 타 대기업 OI팀 등에게 오픈해 진행하는 것이 트렌드입니다. 2025년 경과원-티비지파트너스의 오픈그라운드 성과공유회는 PoC 성과 발표와 함께 라이트하우스컴바인인베스트, 케이런벤처스 등 전문 투자기관을 파트너로 초청해, 현장에서 투자 검토가 동시에 진행되도록 설계했습니다.
성과공유회를 단순 보고회가 아니라 Deal Flow의 장으로 만드는 겁니다. 앱파인더테라퓨틱스처럼 성과공유회에서 투자협약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나올 수 있습니다.
여러 PoC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었다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을 만드세요. "우리는 이렇게 해서 실패했는데, A팀은 어떻게 극복했나요?" 같은 질문이 오가는 순간, 단순 발표회가 학습 커뮤니티로 변합니다.
스타트업에게 성과공유회는 visibility를 높이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하지만 많은 스타트업이 이 기회를 날립니다. 왜? 준비 부족 때문입니다.
스토리를 팔아야 합니다, 기술을 팔지 말고요. 엔지니어 출신 창업자들이 자주 하는 실수가 기술 스펙만 늘어놓는 겁니다. "우리 알고리즘은 transformer 기반에 attention mechanism을..." 청중의 90%는 관심 없습니다. 그들이 궁금한 건 "그래서 우리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나?"입니다.
좋은 발표 구조:
문제 정의 (Before): "고객사는 XX 문제로 연간 YY억 손실"
솔루션 적용 (During): "우리 기술을 3개월간 테스트"
결과 증명 (After): "ZZ% 개선, 구체적 사례는..."
미래 전망 (Next): "전사 확대시 예상 효과는..."
성과공유회에서 수요기업 담당자와 함께 발표하세요. 스타트업 혼자 "좋았습니다"라고 하는 것과, 대기업 부장이 "정말 유용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의 무게감은 천지차이입니다.
협업사의 로고를 홈페이지와 투자자료에 쓸 수 있는 권리, 공동 보도자료 발행 권한, 추천서 발급 등을 미리 협의하세요. 이게 진짜 자산입니다.
PoC 중 예상치 못한 use case를 발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래 A 문제를 해결하려 했는데, 실제로는 B 영역에서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깨닫는 거죠.
성과공유회에서 이런 인사이트를 공유하세요. "당초 목표는 달성했지만, 더 큰 기회를 발견했습니다"라는 메시지는 오히려 민첩성과 학습능력을 보여줍니다.
PoC가 끝나면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계속 갈 것인가, 멈출 것인가?
많은 조직이 이 결정을 감정적으로 합니다. "이미 여기까지 왔는데", "CEO가 관심있어 하는데", "스타트업이 불쌍한데"... 이런 이유로 억지로 끌고 가면 더 큰 비용만 발생합니다.
Fujitsu의 2025년 리포트가 제시하는 PoV(Proof of Value) 관점이 여기서 핵심입니다. PoC는 "기술적으로 가능한가?"를 답하지만, PoV는 "비즈니스적으로 가치있는가?"를 묻습니다.
Go/No-Go 의 가이드라인을 내부적으로 갖고 의사결정을 신속히 합니다.
기술 검증: 핵심 기능이 실제 환경에서 작동하는가?
- Yes: 80% 이상 목표 달성
- Maybe: 60-80%
- No: 60% 미만
비즈니스 임팩트: 정량적 가치가 측정되었는가?
- Yes: ROI 명확히 산출됨
- Maybe: 잠재 가치는 있으나 정량화 어려움
- No: 실질적 개선 없음
조직 수용성: 실사용자들이 긍정적인가?
- Yes: 전사 확대 요청 있음
- Maybe: 일부는 호의적, 일부는 회의적
- No: 저항 심함
확장 가능성: Scale-up이 현실적인가?
- Yes: 명확한 확장 경로 존재
- Maybe: 추가 검증 필요
- No: 구조적 제약 존재
전략 정합성: 회사 장기 전략과 맞는가?
- Yes: 핵심 전략에 기여
- Maybe: 관련은 있으나 우선순위 낮음
- No: 전략과 무관
예컨대 위 5개 체크리스트 중 4개 이상 Yes면 강력한 Go, 3개 Yes면 조건부 Go, 2개 이하면 No 또는 피봇 검토를 기준으로 삼을 수도 있죠.
[수요기업 관점]
수요기업은 다음을 고민해야 합니다:
Option 1: Full Stop (완전 중단)
기술이 우리 문제 해결에 부적합
투입 대비 효과가 미미
전략 우선순위 변경
이 경우에도 깔끔하게 정리하세요. 스타트업에게 명확한 피드백을 주고, 향후 다른 협업 가능성은 열어두는 겁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안 맞았지만, 귀사의 XX 기술은 우리 YY 부서와 잘 맞을 것 같습니다"라는 소개가 서로에게 win-win입니다.
Option 2: Pause & Refine (일시 중단 후 재설계)
아이디어는 좋으나 실행이 미흡
내부 준비가 덜 됨
예산/리소스 제약
3-6개월 gap을 두고 재개하되, 그 사이 무엇을 준비할지 명확히 하세요. 단순히 "나중에"는 영원한 보류를 의미합니다.
Option 3: Pivot (방향 전환)
당초 목표는 미달이나 다른 가치 발견
타겟 유저나 use case 변경 필요
처음 의도와 다른 응용이 발견되면 과감한 피봇도 고려합니다. 어느 방향에서든 사업적 시사점을 학습하고 축적해야 합니다.
Option 4: Scale-up (확장)
목표 달성, 비즈니스 케이스 명확
전사 또는 타 사업장 확대 추진
이 경우 다음 섹션의 Scale-up PoC나 PoV로 넘어갑니다.
[혁신중개자 관점]
중개자는 양쪽의 이해를 조율해야 합니다. 수요기업은 "더 저렴하게, 더 빠르게"를 원하고, 스타트업은 "더 많은 시간과 리소스"를 원하죠.
여기서 중개자의 역할은 객관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현실적 옵션을 제시하는 겁니다. 저는 Post-PoC 미팅에서 앞서 4가지 option들에 대해 "Decision Matrix" 상에서 곧잘 정리해봅니다. 각 옵션(Stop/Pause/Pivot/Scale)의 비용, 기간, 리스크, 기대효과를 2x2 매트릭스로 시각화하는 거죠. 보다 논리적인 토론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 관점]
스타트업은 여기서 냉정해야 합니다.
대기업이 "일단 보류"라고 하면 대부분 끝입니다. 무한정 기다리지 마세요. 명확한 재개 시점과 조건을 받지 못하면, 다른 기회로 빠르게 이동하는 게 맞습니다.
동시에, 섣불리 "실패"로 낙인찍지도 마세요. PoC가 기대에 못 미쳤더라도:
레퍼런스 고객은 확보했습니다
실제 사용 데이터를 얻었습니다
제품 개선 인사이트를 확보했습니다
네트워크를 확장했습니다
이 자산들을 다음 고객 영업에 활용하세요. "A사와 PoC를 진행했고, 다음 개선사항을 도출 / 인사이트를 획득했습니다"에서 구체적인 성장(Growth) 모멘텀을 발굴했다면 훌륭한 세일즈 스토리입니다.
PoC가 성공했다고 바로 전사 도입하는 건 위험합니다. 작은 환경에서 작동한다고 큰 규모에서도 된다는 보장은 없죠.
Scale-up PoC의 목적
더 많은 사용자/데이터/거래로 확장시 안정성 검증
다양한 환경/부서/지역에서의 범용성 확인
운영 프로세스와의 통합 가능성 테스트
규모를 3-5배 키워라
초기 PoC가 10명 사용자였다면, Scale-up은 30-50명으로. 한 공장이었다면 3개 공장으로.
여기서 병목, 예외 상황, 프로세스 충돌 등이 드러납니다. Volvo Group의 CampX 프로그램이 지난 3년간 70개 이상의 PoV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강조한 것도 이겁니다: "작은 성공을 빠르게 반복하면서 점진적으로 키워라."
3개월 vs 6개월의 함정
많은 기업이 Scale-up PoC를 너무 길게 잡습니다. 6개월, 1년씩...
저는 3개월을 권장합니다. 왜?
긴급성(urgency)이 사라지면 프로젝트가 죽습니다
시장이 변합니다 (특히 AI/tech 분야)
인력이 바뀝니다 (이직, 부서이동)
3개월 안에 critical한 확장 이슈를 찾아내고, 해결 방안을 도출하세요. 완벽한 시스템을 만드는 게 목표가 아닙니다. 확장 가능성을 검증하는 거죠.
PoC와 PoV는 다릅니다.
PoC: "이게 작동하나?" (Can we make it work?)
PoV: "이게 가치있나?" (Is it worth it?)
많은 기업이 기술 검증에만 집중하고 비즈니스 가치 입증을 놓칩니다. 그래서 PoC는 성공했는데 도입이 안 되는 겁니다.
PoV의 핵심: 명확한 ROI 산출
Fujitsu가 2025년 블로그에서 강조한 것처럼, PoV는 반드시 정량적 지표를 포함해야 합니다:
정량 지표 예시:
비용 절감: "연간 X억원 절감"
매출 증대: "신규 고객 Y명 확보, Z억 매출"
시간 단축: "프로세스 A가 N일 → M일로 단축"
품질 향상: "불량률 P% → Q%로 감소"
정성 지표 예시:
고객 만족도: NPS, 만족도 점수 등
직원 만족도: 업무 편의성, 학습곡선 등
전략적 가치: 시장 포지셔닝, 브랜드 이미지 등
가능하면 PoV 단계에서 반드시 CFO 또는 재무담당자를 참여시킬 것을 추천합니다. 엔지니어끼리만 하면 "기술적으로 훌륭해요!"로 끝나지만, 재무가 들어오면 "근데 이게 얼마나 돈이 되는데요?"라는 질문이 나옵니다.
처음엔 불편하지만, 이 과정을 거쳐야 진짜 비즈니스 케이스가 만들어집니다.
PoV의 기간과 범위
PoC보다 약간 길게, 하지만 너무 길지 않게. 2-4개월 추천합니다.그리고 실제 비즈니스 환경에서 테스트해야 합니다. 샌드박스가 아니라 프로덕션에서요. 물론 리스크 관리는 필수입니다만, 진짜 고객, 진짜 데이터, 진짜 프로세스에서 돌려봐야 진짜 가치를 알 수 있습니다.
때로는 PoC 결과가 "기술은 유망한데 상용화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혹은 이제 사업성은 검증되었지만, 기술의 개발을 통해 MVP 이상의 제품화를 해야하는 단계에 돌입합니다.
이 경우 즉각 도입보다는 공동 R&D 프로젝트로 전환하는 게 맞습니다.
공동 R&D의 장점
리스크 분산: 양측이 비용과 리스크를 나눔
IP 공동 소유: 개발 결과물에 대한 권리 협의 가능
깊은 협업: 단순 공급자-고객 관계를 넘어선 파트너십
장기적 관계: 1-2년 이상의 중장기 프로젝트
R&D 프로젝트 구조화
정부 R&D 지원사업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한국의 경우:
중기부 민관협력 오픈이노베이션 지원사업
산업부 산업혁신운동 지원
과기부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프로그램
이런 프로그램들은 대기업-스타트업 매칭 비용의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므로, 양측의 재무적 부담을 줄여줍니다.
주의사항: R&D의 늪
R&D로 전환할 때 가장 큰 리스크는 끝이 없다는 겁니다. "조금만 더", "이것만 더 개선하면"... 이렇게 2년, 3년이 지나갑니다.
반드시 milestone과 deliverable을 명확히 하세요:
6개월차: Prototype version 1.0 완성
12개월차: Pilot 고객 3개사 확보
18개월차: 상용화 및 판매 시작
각 시점마다 Go/No-Go 결정을 내리는 겁니다.
[플레이어별 전략]
수요기업: R&D 단계에서는 명확한 IP 협약이 필수입니다. 누가 무엇을 소유하고, 상업화 시 어떻게 나눌지 사전 합의 없으면 나중에 분쟁의 씨앗이 됩니다.
혁신중개자: R&D 프로젝트의 project manager 역할이 중요합니다. 양측이 기술 개발에만 몰입하면 비즈니스 목표를 놓치기 쉽습니다. 분기마다 "이 기술이 시장에 나가면 누가 얼마에 살 것인가?"를 상기시켜야 합니다.
스타트업: R&D는 좋지만, 한 대기업에 올인하지 마세요. 그 대기업이 2년 후 전략을 바꾸면 여러분은 길을 잃습니다. 병렬로 다른 고객 파이프라인을 유지하세요.
PoC가 성공적이면 자연스럽게 투자 논의가 시작됩니다.
CVC 투자의 타이밍
대기업 CVC 투자는 보통 세 시점에 발생합니다:
Pre-PoC 투자: 전략적으로 중요한 영역이라 선제적 투자
Post-PoC 투자: PoC로 검증된 후 본격 투자
Scale-up 투자: 사업 확장 단계에서 대규모 투자
가장 흔한 건 2번, Post-PoC 투자입니다.
투자 구조 설계
단순히 지분을 사는 게 아니라, 협업 조건을 포함시켜야 합니다:
최소 구매 물량 보장 (Minimum Purchase Agreement)
독점 또는 우선 공급권
공동 마케팅 및 영업
기술 개발 우선순위 협의
PoC 성과가 명확하면 투자 결정도 빨라집니다.
주의: 전략적 투자 ≠ 재무적 투자
대기업 CVC는 VC와 다릅니다. 그들은 10배 수익보다 전략적 가치를 봅니다.
스타트업은 이를 이해하고:
밸류에이션을 약간 낮춰도 전략적 파트너를 확보하는 게 나을 수 있음
단, 사업 자율성은 반드시 보장받아야 함
경쟁사 투자 금지 조항(no-compete) 주의
투자 없이 순수 사업 파트너십으로 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JDA (Joint Development Agreement) 구조
전형적인 공동개발 계약은:
목적: "양사는 XX 솔루션을 공동 개발한다"
역할: 대기업은 자금/데이터/시장, 스타트업은 기술/속도
비용: 개발비를 X:Y 비율로 분담
IP: 결과물의 소유권 및 사용권
수익: 상용화 시 매출 배분
기간: N년, M회 연장 가능
이런 파트너십의 핵심은 '상호보완성' 구조입니다. 각자 가진 게 달라야 합니다. 같은 걸 가졌으면 굳이 협업할 이유가 없죠.
장기 파트너십으로 가는 법
1회성 프로젝트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관계를 만들려면:
정기 리뷰: 분기마다 양사 임원이 만나는 Steering Committee 운영
파이프라인: 당장 프로젝트 + 다음 프로젝트가 항상 준비됨
인력 교류: 양사 인력이 상주하거나 정기 교환
문화 융합: 워크숍, 해커톤 등으로 관계 강화
PoC를 통해 "이 스타트업의 솔루션은 반드시 우리 회사에 내재화해야 한다"는 확신이 서면 M&A를 고려합니다.
M&A 타이밍
기술 M&A: 핵심 기술 확보가 목적 (Early stage도 가능)
사업 M&A: 사업 portfolio 확장이 목적 (Growth stage 이상)
인재 M&A (Acqui-hire): 팀 확보가 목적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대기업-스타트업 협업의 궁극적 성과 중 하나가 M&A입니다. 다만 한국은 미국에 비해 M&A 빈도가 낮은 편이죠
M&A 프로세스
PoC → PoV → Pilot → 전사 도입 → M&A 검토... 이 과정이 통상 2-3년 걸립니다.
급하게 하면 실패합니다. 양측 문화가 맞는지, 팀이 잘 융합되는지 충분히 검증해야 합니다.
M&A 후가 더 중요합니다. 통합 과정에서 핵심 인력이 이탈하면 M&A는 실패합니다. PMI는 추후 별도 주제로 다룰 예정이지만,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과제입니다.
[플레이어별 고려사항]
수요기업: M&A는 투자위원회, 이사회 승인이 필요한 중대사입니다. PoC 단계부터 경영진과 소통하며 가능성을 타진하세요. 갑자기 제안하면 "왜 이제야?"라는 반응을 받습니다.
혁신중개자: M&A는 중개자의 fee 구조에도 영향을 줍니다. 성공 수수료(success fee) 모델이라면 M&A 시점의 보상을 사전에 명확히 해야 합니다.
스타트업: M&A는 exit이자 새로운 시작입니다. "대기업 리소스로 10배 성장한다"는 관점으로 보세요. 물론 자율성 보장, earn-out 조건, 팀 처우 등은 철저히 협상해야 합니다.

케바케입니다만, 제가 추천하는 표준 타임라인은,
PoC: 2-3개월
성과공유회 & 의사결정: 2-4주
Scale-up PoC: 3개월
PoV: 2-4개월
본격 도입 or R&D: 6-12개월
짜임새 있게 구성된다면, 총 12-18개월이면 initial PoC부터 실제 사업 임팩트까지 갈 수 있습니다.
이보다 빠르면 성급하고, 느리면 모멘텀을 잃습니다.
PoC 후 관계가 흐지부지되는 이유? 소통 부재입니다.
정기 미팅 구조:
실무 팀: 주 1회 (진행사항 체크)
PM 레벨: 격주 1회 (이슈 해결)
임원 레벨: 월 1회 또는 분기 1회 (전략 정렬)
문서화: 모든 주요 결정은 문서로 남기세요. Meeting minutes, decision log, issue tracker 등.
6개월 후 "누가 그랬죠?", "그런 적 없는데요?"라는 논쟁을 피하려면 기록이 필수입니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속도 차이는 현실입니다.
대기업: "한 달 내로 검토하겠습니다" = 실제 3개월
스타트업: "내일 보내드립니다" = 실제 내일
중개자는 이 갭을 줄이는 번역가 역할을 해야 합니다.
대기업에게: "스타트업은 runway가 짧습니다. 빠른 의사결정 부탁드립니다"
스타트업에게: "대기업은 프로세스가 있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PoC의 50% 이상은 기대에 못 미칩니다. 이건 통계적 사실입니다.
중요한 건 실패를 stigma로 만들지 않는 문화입니다.
"A 프로젝트는 안 됐지만, 우리는 B를 배웠다. 다음에 C를 시도해보자."
이런 분위기가 되면 사람들이 과감하게 도전합니다. 반대로 실패를 비난하면 모두가 안전한 선택만 하게 되죠.
7년간 현장에서 수십 건의 PoC를 봤습니다. 그중 실제 사업 임팩트로 이어진 건 20% 내외? 실패율이 높습니다. 왜?
기술은 검증했는데 다음 단계를 못 밟아서입니다. 성과에 대한 공감대가 약했거나, Go/No-Go를 질질 끌거나, Scale-up 계획 없이 바로 전사 도입하려다 실패하거나, 투자나 파트너십 논의를 제때 시작하지 못해서 등 실패의 이유는 사안마다 다양합니다.
PoC는 마라톤의 5km 지점입니다. 결승선은 아직 멀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후속조치 플랜이 있다면, 이 5km의 학습을 바탕으로 다음 단계를 더 빠르고 확실하게 밟아갈 수 있습니다.
수요기업, 혁신중개자, 스타트업 모두에게 당부드립니다:
PoC,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성과공유회를 전략적으로 활용하세요.
냉정하게 Go/No-Go를 결정하세요.
다음 단계(Scale-up, PoV, R&D)를 명확히 하세요.
협업 관계를 장기 파트너십으로 발전시키세요.
2025년 현재, 한국의 오픈이노베이션 생태계는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습니다. 이제는 질적 성숙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PoC를 했다는 숫자가 아니라, PoC 이후 실제 비즈니스 성과를 만들어낸 사례가 늘어나야 합니다.
여러분의 PoC가 단순한 실험에서 끝나지 않고, 진짜 혁신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여정에서 오늘 이 글이 작은 나침반이 되었으면 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사업화 및 성과관리"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소개팅 -> 결혼, 이라는 단순 도식에 빠지지 않도록, 장기전에 필요한, 중간 과정의 사다리 역할이 될 OKR/KPI들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소개팅 - 고백 - 영화보기 - 생일 파티 - 당일 여행 - 국내 여행 - ????? - ???? - ????? - ?????? - 프로포즈 - 스드메 - 상견례 - 결혼... 남녀 둘이 맺어지는 과정에도 중간에 뭐가 참 많습니다)
오늘도 혁신의 현장에서 고군분투하시는 모든 분들께 응원을 보냅니다.
이상 Dr. Jin이었습니다.

참고자료
한국무역협회, "한국의 오픈이노베이션 현황 및 활성화 정책 제언", 2024
Sapphire Ventures, "Over 50% of Proof of Concepts Fail — Here's How to Fix Yours", 2024
Fujitsu Global Blog, "New Technology Adoption: Avoiding Pilot Purgatory and Moving Beyond the PoC towards Proof of Value", 2025
GlassDollar, "Using Success Metrics to Validate a Startup Proof of Concept", 2024
Mind the Bridge, "Open Innovation Outlook 2025", 2025
중소벤처기업부, "2025년 민관협력 오픈이노베이션 성과공유회" 자료,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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