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직접 찾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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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정신과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 가셨는가? 진료를 받아볼 의향이 생겼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
내가 다닐 정신과를 골라보자!
1. 집 근처 정신과를 검색한다.
아무리 명의가 있는 병원이어도 멀면 가기 귀찮다. 특히나 몸과 마음이 무기력해진 상태라면 더더욱 가까운 병원을 찾기를 권한다. 가능하다면 걸어서 10분~15분, 혹은 대중교통으로 20~30분 이내로 갈 수 있는 병원을 지도 앱에서 검색해보자. 거리가 멀지 않아 부담이 적고, 병원에 가는 동안 의도치 않게 햇빛을 쬘 수 있어서 좋다. 우울하면 방구석에 웅크리게 되기 마련인데, 병원 진료를 받게 되면 어쨌든 밖에 나가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나는 매주 월요일 오후에 병원에 간다. 월요일마다 자연스럽게 외출을 하게 되고, 나간 김에 필요한 물건을 사거나 맛있는 걸 먹으면서 기분을 전환한다. 덧붙여, 나처럼 백수라면 '오늘은 집 밖에 나갔다 왔다' 혹은 '오늘 무엇인가 했다'는 모종의 뿌듯함까지 얻을 수 있다.
2. 정신과 후기를 찾아본다.
맛집이나 카페 후기는 블로그에 넘쳐나지만, 정신과 후기는 흔치 않다. 그래도 검색하면 다 나오는 인터넷 세상이다. 관심 있는 병원 이름을 구글링 해보자. 마땅한 후기가 없다면 '모두닥', '굿닥' 등의 어플을 사용할 수 있다. 사실 이 어플들은 브런치 글을 쓰기 위해 검색하다가 이제야 알게 되었다. 내가 이걸 예전에 알았다면 훨씬 더 수월하게 병원을 고르고 초진 예약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어플에는 실제로 병원에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가 나와있다. 의사 선생님은 상냥하신지, 병원의 분위기는 어떤지, 진료비는 어느 정도였는지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혹시 '당근마켓'을 사용하고 있다면 동네 생활 탭을 이용해 보는 것도 괜찮다. 찐 동네 주민이 추천하는 병원을 찾을 수 있다. '정신과'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나오는 글이 없다면, 용기 내어 추천해달라고 글을 올려보자. 친절한 주민들이 금세 댓글을 달아줄 것이다. 물론 나도 추천 댓글을 단 적이 있다.
3. 직접 경험해본다.
백문이 불여일견. 마음이 가는 병원이 있다면 서둘러 초진을 예약한다. 예약 없이는 진료하지 않는 병원도 있기 때문이다. 빨리 예약해야 빨리 병원에 갈 수 있다. 나는 머뭇거리고 망설이다가 초진 예약 전화를 걸었더니, 한 달 정도 기다리라는 답변을 받아 좌절했었다. "지금 너무 괴로운데 한 달이나 더 참으라고?" 그러니 미루지 말고 예약해야 한다.
막상 진료를 받았는데 마음에 안 든다면? 당연히 초진은 어색하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나의 증상을 고백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사 선생님이 내 말을 잘 들어주지 않는 느낌이 든다면 다른 병원으로 옮기길 권한다. 그렇다면 정신과 명의를 찾아가야 할까? 개인적인 생각으로,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의사 선생님이 곧 명의라고 생각한다. 짧은 진료 시간 동안 나의 증상과 감정을 충분히,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유명하고 후기가 좋은 병원이어도 나와 잘 맞지 않으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물론 자신의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하고 싶지 않고 약 처방만을 원하는 사람도 있다. 속마음 말하기를 재촉하거나 꼬치꼬치 캐묻는다면 역시 좋은 의사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병원 진료는 무조건 '나'를 우선으로 생각하자.
정신과 초진은 이렇다!
처음 의사 선생님을 만나면 내가 왜 병원에 오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한다. 의사 선생님 앞에서 머리가 새하얘질까 봐, 나는 주요 증상을 메모해서 갔다.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낯설지만 온화한 의사 선생님의 얼굴을 보자마자 그동안 마음에 갇혀 있던 이야기가 술술 나왔다. 부끄럽지만 펑펑 울기도 했다. 그동안 마음이 괴로운데도 눈물조차 안 나서 힘들었는데, 차라리 눈물을 흘리고 나니 속이 후련해지는 기분이었다. 병원에 오길 잘했다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심리검사를 받지 않았지만, 필요에 따라 별도의 검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보통 분리된 공간에서 검사 질문지에 응답을 작성하면 된다. 이때 다소 시간이 소요되므로 여유 있게 스케줄을 잡고 병원에 가는 것이 좋다.
진료 후 약을 받을 수도 있다. 처음 약을 먹게 되는 경우에는 약물에 차차 적응할 수 있도록 적은 양의 약을 준다고 했다. 이때, 약을 복용하면서 느낀 불편감은 다음 진료에서 꼭 이야기해야 한다. 나는 지나치게 졸리거나, 변비가 온다거나, 체중이 증가하는 등 다양한 부작용을 겪었다. 증상에 따라 여러 차례 약을 조절해가면서 적정한 선을 찾게 되었다.
병원에 얼마나 오래 다녀야 하냐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반년 이상은 생각해야 한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좌절했었다. 지금은 병원에 다닌 지 2년이 다 되어 간다. 병원 없이 행복하게 살아간다면 말할 것 없이 좋겠지만, 나는 만족한다. 전보다 훨씬 나아졌고, 나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들 아프면 병원에 가시길.
건강하게 살아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