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엘프와 함께
지금은 놀이터에 가도 아이들을 만나기 힘들지만, 나의 어린 시절 놀이터에는 많은 아이들이 항상 놀고 있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다정함 보다 꾸지람을 듣고 살았고, 회초리는 옵션이다. 무뚝뚝한 사랑이 기본이던 나의 어린 시절에도 부모님은 머리맡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놓아주셨다. 산타클로스가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기도 전에 무미건조한 말투와 표정으로 언니가 말했다.
"이거 엄마가 놓아둔 거야."
세월이 흘러, 어느덧 45세가 된 79년생 어른과 곧 고등학생이 될 딸이 함께 떠난 해외여행. 이번 여행은 캐나다에 사는 한국인 아내(나의 중학교 동창 YJ)와 캐나다인 남편(스캇)의 가정을 방문하는 여정이었다. 두 나라의 문화를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다르게, 그들의 일상은 너무나도 캐나다스러웠다.
특히 12월에 방문한 캐나다의 크리스마스 전통은 다채롭고 특별하게 다가왔다. 캐나다는 다양한 민족의 영향을 받아 지역마다 서로 다른 크리스마스 풍습이 있었다. YJ가 살고 있는 오타와 근처 첼시라는 작은 마을에서는 대부분의 가정이 크리스마스를 맞아 집 앞 정원을 화려한 조명으로 꾸몄다. 거실에는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해 창문 밖에서도 환하게 보이도록 했고, 커튼을 열어주며 지나가는 사람들이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사람들은 마을을 산책하며 크리스마스 장식을 구경하고, 서로 웃으며 인사를 나누곤 했다. 이 장면은 마치 미국 드라마에서 보던 것처럼 낭만적이고 따뜻 기분을 줬다.
한국에서는 주로 쇼핑몰에서나 볼 수 잇었던 대형 크리스마스 장식을, 이곳에서는 동네 곳곳에서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캐나다의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한국과 많이 달랐고, 우리에게 새로운 감동은 선사했다.
캐나다의 작은 마을 첼시에는 YJ와 그녀의 캐나다인 남편이 아이들과 함께 살고 있다. 그들의 크리스마스 전통 중 기억에 남는 것은, 가족사진을 엽서로 제작해 크리스마스 안부를 적어 가족, 친지, 그리고 친구들에게 보내는 것이다. 그들은 이 오랜 전통을 지금까지도 이어오고 있다. 한국의 40대들이 종종 경험하는 인간관계의 단절과는 정반대로, 그들의 문화는 매우 다정하고 따뜻하다.
캐나다에서는 크리스마스가 한국의 설날처럼 온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하고 선물을 나누는 중요한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그들에게 크리스마스는 1년 중 가장 큰 행사로, 두 달이 넘는 시간 동안 정성을 들여 준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가족과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함께 모여 나누는 따뜻한 시간이 그들의 삶에 깊이 스며들어 있었다.
온 가족이 서로의 선물을 미리 준비해 크리스마스 날 한 자리에 모여 함께 선물을 열어보는 것은 캐나다 크리스마스의 중요한 전통이다. 선물은 크리스마스트리 아래 차곡차곡 쌓아두고, 그날이 되면 가족 모두가 모여 하나씩 열어보며 기쁨을 나눈다. 이 과정은 단순한 선물 교환을 넘어, 가족 간의 사랑과 유대감을 깊게 만드는 중요한 순간으로 여겨졌다.
오늘 내가 소개할 크리스마스 문화는 바로
크리스마스 '엘프'
크리스마스 '엘프'는 전 세계적으로 크리스마스와 산타클로스의 전설 속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엘프는 산타클로스가 어린이에게 선물을 배달하는 과정에서 많은 역할을 담당한다. 어린아이들은 이런 엘프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엘프는 작은 키에 날카로운 귀 크리스마스 의상을 입고 있다. 파란색과 붉은색의 크리스마스 옷을 입고 모자와 신발을 신고 있다. 엘프는 크리스마스에 빠질 수 없는 인기 아이템이다.
캐나다 마트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엘프인형은 동화책이 함께 들어 있다. 동화책 이야기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동요처럼 말을 잘 듣는 아이에게만 산타의 선물이 배달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감시자가 바로 엘프!
엘프는 산타클로스의 비밀 공장에서 일하며 전 세계 아이들을 위한 선물을 포장하는 일과 선물목록을 검토한다. 전설의 엘프는 좋은 아이와 나쁜 아이를 구분해, 산타가 선물을 주거나 주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유행을 시작하여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어느 집에서나 엘프를 만날 수 있다. 부모들은 아이가 엘프를 만나기 전 엘프 동화책을 읽어준다. 엘프가 너를 관찰할 것이며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고 싶다면 좋은 아이가 되어야 한다는 동화 속 이야기. 다음 날 크리스마스트리 어딘가에 엘프를 올려놓고 아이는 엘프를 발견한다. 크리스마스 당일이 될 때까지 매일 엘프의 위치를 바꾸어놓으며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시킨다.
YJ의 집에서 처음 접하게 된 엘프는 무척 신기했다. 만약 빅키가 어렸다면, 나도 비키를 위해 크리스마스 트리에 엘프를 장식하며 즐거운 경험을 선물해 주었을 것 같다. 이제 고등학생이 된 빅키지만 우리가 함께 올 크리스마스에 엘프를 데려오는 것을 고민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크리스마스 마법 같은 분위기 속에서, 과거의 추억과 현재의 즐거움을 모두 함께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네이버'에 엘프를 검색하니 한국의 몇몇 엄마들은 벌써 아이에게 엘프의 경험을 선물해주고 있었다.
드라마 '에밀리 파리에 가다'에서 주인공 에밀리가 크리스마스에 어글리 스웨터를 입고 프랑스사람들에게 비웃음을 당하던 장면이 떠오른다. 크리스마스 아침에 등장한 스캇은 파란색 루돌프 모양의 어글리 스웨터 차림이었다. 그는 하루 종일 얼마나 오래된지 판단이 되지 않는 그 낡은 스웨터를 입고 행복해했다. 그는 그 모습 그대로 스마일맨이 되어 우리에게 크리스마스 양말을 나누어 주었다. 우리는 YJ의 부부가 미리 준비해 둔 양말을 개봉하며 크리스마스 아침을 시작했다. 신기했던 것은 캐나다에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즉석복권을 나눈다는 사실이었다. 크리스마스 아침의 복권 개봉은 또 다른 재미를 더해줬다. 빅키는 한국 돈으로 몇만 원이 당첨! 나는 꽝이다.
가족들이 모두 모이자, 간단한 스낵과 치즈로 크리스마스 가족 모임이 시작되었다. 테이블 위에는 다양한 간식과 음료가 놓였고, 모두가 자연스럽게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웠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아이들은 크리스마스 장난감을 들고 뛰어다니며 즐거워했다. 그렇게 소박하고 따뜻하게 시작된 가족 모임은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금 느끼게 해 주었다.
캐나다의 술 문화는 마치 집에서 가족과 함께 한두 잔씩 가볍게 즐기는 듯한 분위기였다. 스캇은 술잔을 고정시킬 수 있는 나무 스키를 들고 개구쟁이 같은 미소를 지으며 등장했다. 손님이 방문하면 스키에 술잔을 놓고 함께 마시는 것이 그들의 전통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았고, 손님인 내 자리도 있었다. 마치 다 같이 해야 하는 의식처럼, 해맑게 웃는 그들의 얼굴을 보며 나도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스캇은 "동시에 마셔야 해!"라고 회치며, 모두가 긴장된 웃음을 머금은 채 서서 준비를 하게 만들었고, 드디어 "시작!"이라고 외치자 동시에 의지와는 상관없이 술잔은 우리의 입으로 돌진했다. 내가 마시는지 흘렸는지 유쾌하게 감시하는 스캇의 모습은 카메라에 찍혀있었다. 그 장면을 볼 때마다 웃음이 나와 지금도 뱃속이 간질거릴 정도로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들의 크리스마스 식사는 전통적인 칠면조 요리였다. 바쁜 YJ를 대신해 내가 아기를 재우느라 아쉽게도 그 순간의 사진을 남지기 못했지만, 음식은 정말 맛있었다. 특히 감동적이었던 것은, 가족들이 내가 아기를 재우고 돌아올 때까지 식사를 시작하지 않고 기다려주었다는 점이었다. 그들의 따뜻한 배려가 마음에 깊이 남았다. 다정한 캐나다 가족들과 함께할 그 식사 시간은 우리 여행 내내 그리움으로 남아있었다.
선물이 가득하고 화목한 분위기, 맛있는 음식과 술이 함께하는 캐나다의 크리스마스는 정말 따뜻하고 정겨웠다. 모든 가정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한국 남자와의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던 YJ가 꿈꾸던 따뜻한 가정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을 보니 내 마음도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했다. "자주 올게. YJ!"
예전에 내 과자를 나눠 먹던 YJ는 이제 직접 쿠키를 구워 나에게 나누어 준다. 그녀가 구워주는 땅콩쿠키는 언제 먹어도 정말 맛있다.
2024년 12월, 우리 집에도 크리스마스트리가 장식될 예정이다. 캐나다에서 경험한 크리스마스 문화를 우리 집에 가져오기로 결정했다. 나는 트리 아래 빅키의 이름이 적힌 선물을 놓고, 크리스마스 전까지 그 선물의 내용물이 무엇인지 절대 알려주지 않을 것이다. 상상만으로 웃음이 난다.
여행 후 우리 집은 더욱 웃음꽃이 활짝 피고 있다. 캐나다에서의 특별한 경험들이 일상 속 적은 순간들에 스며들었고, 빅키와 나는 그 추억을 이야기하며 자주 웃는다. 크리스마스트리 장식뿐만 아니라, 서로의 일상을 나누는 대화의 시간이 더 많아졌다. 여행에서 얻은 추억이 우리 가속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것 같다.
이제는 정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