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화실
아빠는 가을이 오기 전에
최대한 많은 일을 미리 끝내고
2주 정도 ‘자체 방학’을 가지곤 했다.
그리고 괴산에 있는 화실로 향했다.
그곳에서 송이버섯을 따며 시간을 보내셨다.
이름하여, ‘송이방학’.
내가 중학교에 다닐 때였던가.
어느 날 아빠가 송이버섯을 구해 와서 보여주셨다.
그때까지 우리 가족은 송이버섯에 대해 잘 몰랐다.
마침 고기를 구워 먹으려던 참이라
새송이버섯처럼 넓게 썰어
그 귀한 송이버섯을 무심히 구워 먹어버렸다.
아빠는 “이렇게 먹는 게 아닌데…” 하시며,
“일본에서는 송이를 아주 얇게 저며 먹기도 한다”
말씀해 주셨다.
그리고 덧붙이셨다.
“송이버섯은 정말 귀한 거야.”
하지만 그때의 나는,
‘그래도 버섯인데 얼마나 비쌀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그게 송이버섯에 대한 나의 첫인상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송이버섯은 우리 가족에게 조금씩 익숙해졌다.
괴산 화실이 생긴 뒤로는
아빠가 가을마다 본격적으로 송이를 따러 다니셨다.
송이방학을 앞두면
아빠는 어린아이처럼 들떠 보이셨다.
아빠가 직접 따 온 송이를 나에게도 주셨다.
먹어본 나는 그저,
“향은 좋은 것 같다.”
그 정도의 생각만 했던 것 같다.
몇 해 전 송이방학을 다녀온 아빠는
송이를 많이 따게 해달라고
산신령에게 기도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나는 그 모습을 상상하며 웃었다.
그때가 아빠의 마지막 송이방학이었던 것 같다.
아빠가 그렇게 좋아하시던 송이버섯을
직접 그리신 민화는 없었다.
하지만 민화에도 버섯은 등장한다.
십장생도의 불로초.
영지버섯을 닮은 모습으로 그려진다.
아빠가 그린 백로도는
아빠가 그렇게도 좋아하며 찾아다녔던
소나무 밑의 보물, 송이버섯을 떠올리게 한다.
그림을 그릴 때 아빠의 의도는 전혀 달랐겠지만,
그림의 감상은 결국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니까.
그날 산신령은
정말로 아빠에게 송이를 많이 따게 해 주셨을까.
가을마다 찾아왔던 소소한 이벤트
‘송이방학’이 생각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