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8. 그래, 이건 달마 호랑이다!

기억의 화실

by 그냥 그림이

인사동에 있던 6층 화실에서 있었던 일이다.


2009년 어느 날,

나는 아빠를 만나러 인사동에 있는 6층 화실을 찾았다.

그날 아빠는 기분 좋게 그림을 그리고 계셨다.



호랑이해를 앞두고

2010년은 경인년, 호랑이의 해였다.

그즈음 아빠는 호랑이 그림을 여러 점 작업하고 계셨다.


케이팝 데몬헌터스에도 등장한 호작도를 비롯해,

입에 장미를 물고 있는 호랑이,

그리고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을 재현한 호랑이 등

다양하고 개성 있는 작품들이 있었다.


아빠는 작업이 잘 풀려서인지

연신 싱글벙글 웃으며

이 그림, 저 그림을 자랑스럽게 보여주셨다.

호작도-2.jpg




달마호랑이의 탄생

그중에서도 아빠가 특히 마음에 들어 하신 작품이 있었다.

빨강과 파랑, 태극의 색이 어우러진 호랑이 그림이었다.

호랑이의 상반신은 옆모습이었지만,

얼굴은 정면에 가까운 반측면으로 그려진 독특한 구도였다.


그 그림을 보자마자 나는 아빠께 말했다.

“아빠, 이 호랑이 달마대사 같아.”


그 순간 아빠의 눈빛이 환하게 빛났고,

매우 기쁜 얼굴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래, 이건 달마호랑이다!”


그리고는 너털웃음을 지으셨다.

내 작은 생각이 아빠께 도움이 된 것 같아 기뻤지만,

사실 누구라도 그 그림을 보면

달마대사를 떠올릴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달마호랑이s.jpg


호랑이해 특별전

당시 아빠가 준비하신 전시는

인사동 교동아트센터에서 열린

호랑이해 특별초대전 《한국전통민화 전》이었다.

전시는 2009년 12월부터 2010년 1월까지 이어졌고,

새해를 맞이하는 전시였다.


그곳에는 <호랑이 가족>이라는 작품도 있었는데

어미 호랑이와 세 마리의 아기 호랑이가 등장하는 그림이었다.


우리 자매가 세 명이라서,

아빠는 호랑이를 그리든 선녀를 그리든

상징적으로 세 명을 담는다고

얼핏 말씀하셨던 기억이 난다.


호랑이가족.jpg


6층 화실의 아빠

인사동의 6층 화실에서 나는

무엇보다도 그림을 그리는 일을

신나 하고 즐거워하던 아빠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그 화실은 아마도 여러모로 열악했을지 모르지만,

아빠께는 가장 창작의 기쁨이 살아 있던

소중한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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