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에 반한 것도 아니었는데,
너는 그저 말없이 내 술잔을 채워준 것뿐인데.
나는 너와 눈 한 번 맞춘 적이 없는데.
너의 옆에는 그녀가 있었는데.
왜.
나는 너를 의식했을까.
네가 좋아 보였을까.
네가 갖고 싶어 졌을까.
내 곁에 있던 네 친구가 나에게 고백했을 때
왜
네가 떠올랐을까.
술에 취한 그녀를 네가 데려갔을 때,
왜
속이 상했을까.
그녀가 부러워졌던 걸까.
너의 친구와 만난다는 소식을
왜 네가 알았으면 했을까.
따로 만나자는 너의 연락에
왜 그리 두근 댔을까.
너의 친구를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단 그 말에,
왜 난 설레었던 걸까.
무엇을 기대했었던 걸까.
우린 아무 일도 없었는데,
난 왜 너의 그녀에게 미안했을까.
그리고 네가 말리는 그 말에,
난 왜 굳이 네 친구를 만난 걸까.
너를 좋아했던 걸까?
너를 가진 그녀를 향한 질투였을까?
아님, 난 정말 너를 사랑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