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내 인생에서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 일은 없다’ 라는 말을 체감하게 됐다.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은 없었다. 굳이 끔찍한 강력범죄를 언급하거나 예상치 못한 질병에 걸린 경우를 말하는 게 아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드라마 작가가 되기 위해 수도 없이 공모전에 글을 보내고 모든 글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내가 겪은 이야기에 상상을 더해서 좋은 드라마를 만들어 내고 싶었다. 끊임없이 낙방하는 가운데 드라마가 시시해서 안 본다는 사람들을 만나곤 했다. 삶이 더 드라마 같다는 이유에서 였다. 생각해 보니 나의 경우도 그러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권력의 피라미드 꼭지점에 있는 사람이 하루 아침에 짐을 싸는 경우도 있었고, 한 달 전까지 함께 회식했던 남자 직원이 급성 간암 말기로 판정 받아 두 달 뒤 이 세상에서 사라진 경우도 있었다. 삶과 생 뿐 아니라 ‘세상에 일어나지 못할 일은 없다’는 법칙은 사랑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 누구보다 평온하고 행복해 보이는 ‘즐거운 나의 집 (Home sweet home)’에 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던 가족구성원들이 수개월 지나지 않아서 뿔뿔이 흩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그들은 헤어진 이후에야 얼마나 서로 얄팍한 관계맺음 이었는지를 실토하곤 했다. 가족 해체의 이유로는 혼외 이성문제, 경제적 문제, 고부간의 갈등, 권태기, 이유를 알 수 없는 변심까지 제법 굵직한 문제부터 사소한 문제까지 다양했다. 외부에서 던지는 돌에 와르르 무너지는 건 그만큼 관계가 견고하지 않았다는 반증이었다. 정말 단단한 부부관계에서는 위기를 넘기는 법을 알았다. 아무리 외부 자극이 있고 내부적으로 밥벌이와 일상생활의 피곤함이 있어도 서로의 발목을 묶어 함께 뛰는 2인 3각 게임을 포기하지 않았다. 너와 내가 힘을 내서 뚜벅뚜벅 걸어 가거나, 네가 쓰러지면 나도 쓰러진다는 생각으로 부부관계를 최우선으로 포지셔닝 해 놓는 부부들은 그깟 유혹에 흔들리지 않았다.
삼십대 후반, 어쩌다 보니 미혼으로 살아가지만 사랑을 시작하기 너무 늦은 나이란 없다는 것을 안다. 또한 여전히 결혼에 환상을 품고 있는 많은 미혼 남녀에게 노력하지 않고, 문제의 원인을 상대방 탓을 하는 미성숙한 자세로서는 원만히 결혼 생활을 해 나가기 힘들다는 것을 꼭 말해주고 싶었다. 내가 겪은 일, 주위의 기혼 여성으로부터 들은 크고 작은 일들, 그들의 후회와 다짐에 대해 얘기를 들으며 좀 더 생생하게 얘기를 담고 싶었다.
인생의 후반전을 준비는 정신 건강한 성인에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받는 인정 욕구는 중요한 에너지 인 것을 알았다. 그래서 사랑의 완성형으로 보이는 ‘결혼’ 이라는 관계, 결혼 이후의 사랑이 어떻게 재탄생되고 소멸되는지 탐구할 수 밖에 없었다.
내 인생에 절대로 ‘불륜’은 없다고 단언할 수 없다. 불륜을 경험했던 모든 당사자들 처음부터 작정하지 않았으리라. 따라서 내 이야기가 될 수 있고, 내 가족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이 이야기를 통해 진심으로 상처를 주지 않는 ‘안전한’ 사랑을 할 수 있기만을 바라는 마음이다.
당신의 인생에도 그리고 내 인생에도 ‘절대로’ 불륜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