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다람쥐 Oct 21. 2023

주변에 어떤 사람이 있길 원하는가

| 나를 어떤 환경에 데려다 놓을 것인가 |

 명문대 재학생의 인터뷰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좋은 학교를 다니면서 얻는 장점으로는 무엇이 있냐는 질문에 그 학생은 주변 친구들을 언급했다. 배울 점 많은 친구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어서 좋다는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차르트가 잘츠부르크를 떠나고 싶어 했던 이유 중 한 가지도 배울 점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고 싶어서였다. 비행기는커녕 자동차도 없던 시대였지만 덜컹거리는 마차를 타고 어린 시절부터 문화가 발달한 대도시 여행을 다녔던 모차르트의 눈에 잘츠부르크가 성에 찰 리가 없었다. 

 잘츠부르크에서 염증을 느끼는 오직 하나의 일을 토로한다면, 사람들과 제대로 사귈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음악이 조금도 존경받지 못한다는 것, 그리고 대주교(콜로레도 백작)가 여행을 해본 적 있는 현명한 사람들을 믿지 않는다는 겁니다. 
- 1778년 9월 11일, 모차르트가 아버지 레오폴트에게 쓴 편지 중에서 - 


 모차르트가 살던 시대에는 음악 감상이 오로지 라이브로만 이루어졌다. 음반은 존재하지 않던 시기였다. 자기 집에 가만히 앉아 있어서는 다른 작곡가의 음악을 들을 수가 없었다. 그는 여행을 통해 다른 나라의 음악 조류를 배울 수 있었다. 타고난 재능도 있지만 거기에 이런 경험이 더해졌기에 우리가 아는 모차르트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모차르트는 자기 자신을 어떤 환경에 데려다 놓을 것인지를 끊임없이 생각했다.



| 서로에게 환경으로 작용하거늘 |

 디지털 환경의 발달이 교육 격차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 바 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창궐하여 학교 안팎으로 온라인 수업이 이루어지던 때 우리가 확인한 사실은 학습자의 의지가 없으면 온라인 학습은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존 카우치는 <공부의 미래>에서 구조화된 온라인 학습은 믿기 힘들 정도의 자기 훈련과 동기부여(학교에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은 흔히 이것이 부족하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온라인 학습에 성공하기 위해서 믿기 힘들 정도의 자기 훈련과 동기부여가 필요하다면, 친구들과 함께 교실에서 수업을 듣는 것에는 어느 정도가 필요할까? 온라인 학습만큼은 아닐 것이다. 학습자를 둘러싼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교실에서는 동기부여가 잘 되어있지 않은 학생이라도 옆 친구가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으면 어영부영 비슷하게라도 따라 한다. 다 같이 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면 그냥 묻어가는 것이다(공부만 그렇다면 좋겠지만 학생들은 나쁜 짓도 그렇게 휩쓸리는 경우가 많다). 교실에 앉아 있는 학생들은 서로에게 좋은 환경, 혹은 나쁜 환경으로 작용한다.



| 내 주변 사람들의 특징은 |

 그렇다면 어른들은 어떨까? 학생들은 학교에서 학급 친구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성인들은 직장에서 보는 동료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나는 음대를 졸업하고 학교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음대생으로 둘러싸여 있던 대학 생활과 각 과목 선생님들로 둘러싸인 교무실 생활은 판이하게 달랐다. 수업을 듣는 대학생과 수업을 하는 교사라는 입장 차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비교적 균일한 연령대의 대학생과 다양한 연령대의 교사가 갖는 차이를 말하는 것도 아니다. 어떤 일을 하든 개인에 따른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하는 사람들이 갖는 특징이 있고 학생 지도와 행정 업무를 하는 교육공무원의 특징이 있었다. 그리고 그 둘의 차이가 내겐 크게 느껴졌다. 신규 교사 시절의 나는 A 부족민이 갑자기 B 부족민들과 함께 지내게 된 느낌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던 기억이 있다.


 어떤 일을 시작한다는 것은 그 분야에 일하는 사람들을 자신의 주변에 두기로 결정했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 철벽을 치고 사는 게 아닌 이상 어떻게든 우리는 서로에게 환경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그 일을 하는 연차가 쌓이다 보면 개인에 따른 차이와는 별개로 그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갖는 은은한 공통점 한 자락을 자신에게 드리우게 되는 것이다.


 희망 진로 분야에 대해 전혀 가닥을 잡지 못하는 학생에게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있다. 일을 하면서 자주 보게 되는 사람이 어떤 특징을 가진 사람이면 좋겠는지를 생각해 보는 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말과 그 분야에서 일을 하다 보면 시간이 쌓임에 따라 같이 쌓여가는 능력이 있을 텐데 그 능력이 무엇이면 좋겠는지를 생각해 보라는 말. 학생에게 하는 말이면서 동시에 나 자신에게도 하는 말이었다.



모차르트에게 둘러싸인 모차르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