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자녀 돌보는 군인을 위한 작은 변화의 시작

“당직 대신, 아이 곁에 있어도 됩니까”

“밤을 지키는 군인이 아니라,
오늘 밤엔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자도 되겠습니까?”

군복을 입은 부모에게 '하루'는 조금 다르게 흘러갑니다.
아침 6시, 출근과 동시에 전투준비태세.
일과가 끝나도 퇴근은 없습니다.
한 달에 몇 차례 돌아오는 '당직근무'.
부대나 군 시설을 지키기 위한 필수적인 이 제도는 군인의 삶을 24시간 체제로 만들며,
집에 있는 가족의 하루도 함께 휘청이게 합니다. 그런데 만약, 그 가족이 ‘장애가 있는 자녀’라면 어떨까요?

자녀가 말을 하지 못하고, 혼자서 밥을 먹지 못하고, 밤마다 자다가 갑자기 경련을 일으킨다면?
그 순간 곁에 있어야 할 부모가 부대에 묶여 있다면? 그 현실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제도적 변화가

2025년 7월, 드디어 시작됐습니다. 국방부는 최근 ‘부대관리훈령’ 일부 개정안을 마련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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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8월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핵심 내용은 장애 자녀를 돌보는 군인·군무원은 당직근무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조항. 이전까지 당직근무 면제는 임신 중인 여성이나 세 자녀 이상의 어머니 등, 여성 중심의 특수 상황에 한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성별과 무관하게, 실제로 장애 자녀와 함께 살며 돌보고 있는 남녀 군인 모두를 포함합니다. 대상 자녀는 다음과 같습니다.

만 19세 이하의 신체적·정신적 장애 아동

또는 만 19세 이상이더라도 ‘장애인복지법’상 ‘심한 장애’로 분류되는 자녀

단, 부부가 모두 군인 혹은 군무원이라면 그중 1명만 면제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군의 당직근무는 단순한 야근이 아닙니다. 일과 후 퇴근하지 못하고, 한밤중에도 상황 발생에 대비하며 근무태세를 유지해야 합니다. 이런 구조에서 돌봄의 공백은 곧 가족의 위험으로 연결됩니다.

특히 장애 자녀를 둔 가정은 일상의 순간마다 ‘긴급 상황’이 상시 대기 중인 전장과도 같기 때문입니다.
낮에는 치료센터, 심리치료, 특수교육을 받고 밤에는 예기치 않은 상황을 대비해 부모가 깨어 있어야 합니다.
이 아이들에게 ‘단 한 사람’이라도 곁에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면, 그건 단순한 불편이 아닌 생존의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군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다자녀 아버지 군인을 중심으로 당직근무 면제를 제한적으로 적용해왔습니다.


2024년에는 육군이 시범부대 10곳을 운영했고, 공군과 해군도 각각 지휘관 재량 하에

3자녀 이상 남성 군인의 당직을 면제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단순한 ‘자녀 수’가 아닌,

자녀의 건강 상태와 부모의 양육 부담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에서 보다 현실적이고 본질적인 접근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국방부 관계자는 “단순히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군인의 삶 속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전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는 계기”라며 “앞으로도 가족 친화적인 근무 환경을 만들기 위한 개선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우리는 종종 묻습니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대가가 충분한가?” 하지만 오늘은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지금, 그들의 가정은 지켜지고 있는가?”


군대는 집단입니다. 규율과 질서, 전투력과 사명이 우선입니다. 그러나 그 안에서 누군가는 부모이고, 보호자이고, 간병인입니다. 그들의 ‘개인적 사정’이 아닌, 국가가 함께 짊어져야 할*‘국방의 사각지대’입니다.

국가를 지키는 군인이, 오늘은 아이의 손을 잡고 재울 수 있도록. 이 조용한 변화가,
‘강한 군대는 따뜻한 배려에서 시작된다’는 믿음을 키워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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