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moon
내 인생도 너의 페이지에 기록될 수 있을까. 우리가 함께 했던 날들만 그러한 게 아니라, 내가 죽고 나서도 나를 계속 기억해 줄래. 매번 그러한 게 아니라, 힘든 일이 있거나 외롭거나, 아니면 정말 기쁜 날에 내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면서 그렇게라도 나를 꺼내어 줄래.
멀리 떨어져 지내거나 아예 볼 일이 없어지면 잊기 마련이지, 알고 있어. 하지만 욕심이 난다. 적어도 너를 두고 내가 떠난다면, 지켜줄 수도, 잘 해내고 있다고 말해줄 수 없잖아. 그저 나는 내가 네게 그런 말을 언제나 해 주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잘 지냈으면,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욕심을 내 본거야.
서로를 사랑하며, 서로를 위해 걱정하며, 유일하게 믿고 기다려주며, 한없이 이 자리를 지켜내고 있을 존재가 있다는 건 정말 특별한 일이야. 내가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기꺼이 그렇게 살아도 될 만큼 가슴이 벅차고, 이 느낌이 영원할 것만 같은 순간을 알게 해 줘서 고마워. 어떻게 우연의 우연을 거쳐, 그것이 필연이 되어, 수많은 사람 중에 나에게, 그리고 서로에게 왔을까. 잘 못 살았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는데 너로 인해 충분히 괜찮은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아.
꼼꼼하고 꼬깃하여 구겨지거나 펴지거나 밖에 못하는 나의 직선적인 마음에 너는 언제든 틈과 곡률을 만들어 주었어. 나의 마음은 점점 지구가 되어 간다. 바다든 육지든 모든 곳에 너의 발자국이 새겨져 있어. 더, 더, 나를 위해 이곳에 오래 머물며 뛰어놀아도 돼. 패인 곳들은 모두 소중한 너의 흔적일 테고, 아직 남은 곳들은 너의 소망과 꿈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