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을 사는 동안에도 당신이 눈을 녹이듯 맑게 웃을 수 있는 까닭을 묻고 싶었습니다. 나도 그런 법을 배워 미소를 머금을 수 있었다면 조금은 덜 아프고, 더 좋은 마음으로 무언가를 해낼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사람의 태어난 날과 시간이 다르고, 길러준 부모와 만났던 사람들이 다른 탓에 서로 다른 세상에 던져진 우리가 같을 수 없음을 알지만, 내가 동경하는 세계를 탐험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나에게 있음을 느낄 때 우리가 건너지 못하는 간격이 커 보입니다. 그저 멍하니 지켜보며 이대로 굳어진 삶의 테가 때론 아쉽습니다. 부단히 변하려고 노력을 하지만, 지금보다 곱절의 헌신이 없다면 제자리걸음을 하며 헤맬 것 같습니다. 그만큼 나의 땅이라는 말도 있던데, 넓혀진 땅만큼 심어둔 씨앗을 사는 내내 잘 키워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얼마 전 귀한 경험을 했습니다. 늦은 밤, 목이 마르고 할 일도 없어 터벅터벅 편의점으로 향했습니다. 물은 마시고 싶지 않고, 자극은 채우고 싶어 따끔한 음료를 들이켜려고 했습니다. 그날은 밤하늘의 구름이 스산히 드리웠는데 갑자기 걷히기 시작하더니 조명등처럼 밝은 달과 옆자리에서 더 밝게 비추는 행성이 나란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깜빡임 없이 또렷하게 나를 내려보는 그것은 목성이었던 것 같은데, 달과 행성이 나와 대치하듯 마주하는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겨울이 아니었다면 조금 더 그 자리에 머물며 무엇을 그리 보았는지 마음속으로 물었을 겁니다. 어두운 겨울과 밝은 당신의 한가운데에서 나는 어떤 존재로 이곳에 있을까 생각에 잠겼습니다. 분명히 내가 존재하는 이유가 있을 텐데, 그걸 거기다 대고 물을 건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되묻고 싶은 것이 많았습니다.
그때의 순간이 강렬했는데, 아무렇지 않게 변했습니다. 며칠도 안 지난 기억인데도 일기의 한 단락을 채우는 데에도 시간이 걸리는 어렴풋한 것이 되었습니다. 살면서 얼마나 많은 기억을 시간의 힘으로 잊었을까요. 내가 간직하고 싶었던 특별한 순간들도 시간이 가진 순수의 힘에 따라 숱하게 사라져 갔겠죠. 그래서 사람들은 사진을 찍고 영상으로 남기며 그 시절의 한 폭을 남기려 하나 봅니다. 어느날 그때로 돌아가고 싶을 때 마음의 저장소를 뒤지다 그것도 한계가 있어 핸드폰의 사진첩을 키면 어디서부터 봐야 할지도 모르는 나와 가족의 흔적들이 담겨 있습니다. 그때부터는 원래 찾던 일을 그만두고, 한 장씩 더듬거립니다.
그제야 씩 웃곤 합니다. 이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그때만 알고 다시 마음의 문을 닫습니다. 나 편한대로 행복을 쓰다 마는 습관도 언젠가는 고쳐야겠습니다. 그런데 오늘만큼은 당신 같진 않더라도 맑게 웃고 고운 마음을 쓰며 하루를 녹일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가져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