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이 있소

딸랑딸랑

by Revlis

할 말이 있소


내 코가 아직 덜 여물어 물렁했을 때

말 한 마디 없이

중간을 푹 찔러 뚜레를 채우더니

펄쩍이는 나를 보며 웃던 것을 기억하오


팔월의 태양 아래

그늘 한 조각 없는 데로 끌어다 놓더니

내 등짝에 그리 무거운 걸 하나 얹고선

앞만 보고 걸으라 혼을 낸 것도 기억하오


달빛도 구름에 번져

내 자는 곳은 어두캄캄했고

달랑이는 귀 끝을 에는 북서풍

그 찬바람을 홀로 맞게 내버려 둔 것도 기억하오


그런데 말이오

당신이 가끔 가만히 쳐다보던

꼭 구슬같다는 내 눈에는 말이오


매일이면 매일

수탉이 울음을 끝맺기도 전에 일어나

다 뜨지도 못한 눈을 하고

내 밥을 쑤러가는

당신의 뒤통수가 담겼소


그리 부려먹고서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등판을 묵직하게 쓰다듬던

당신의 손바닥이 담겼소


당신이 어쩐지 나를 매어두지 않았던 날

조용히 자유의 몸이 되고자 했건만


방문 박차고 뛰쳐나오더니

대문 앞 서성이는 나를 보고

와락 끌어안던

당신의 눈가주름이 담겼소


그러니 당신 눈에도 나를 담으시오


내 처음을 담은 그 눈에

내 마지막도 담으시오


눈물은 흘리지 마시오

눈물에 내 모습 떨구어질까 무서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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