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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운동의 효과

by rextoys

최근 일이 잘 안풀려 우울해진 김자증씨. 자증씨는 회사에서 준비중인 프로젝트안 때문에 요즘 밤잠도 설칠 만큼 늘 신경이 곤두서 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자니 리스크가 너무 커서 자칫하면 승진길에 발목이 잡힐 수도 있지만, 성공할 경우 고속 승진 엘레베이터를 탈 수 있어 버리기도 아까운 상황. 몇 날 몇 일을 프로젝트 때문에 고민중인 김자증씨.


어느 날 자증씨는 일찍 반차를 내고 집 근처 산책로 벤치에 앉아 멍하니 있었다.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증권앱을 켰다. 평소 눈여겨 보던 종목이 갑자기 가격이 빠져 있었다. 매수할까? 하지만 최근 고민 때문에 끙끙 앓아서인지 자꾸 부정적인 생각만 떠오른다. '이 기업,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문제가 있는 걸지도 몰라' 기사를 찾아보니 역시나 그렇단다. 물론 기사가 정답은 아니니 오히려 이를 매수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지만.. 쉽사리 매수 버튼에 손이 가질 않는다.


머리 속이 더 복잡해지는 것 같다. 김자증씨는 일어나서 무작정 걷기로 한다. 땡볕이었지만 생각을 조금이라도 없애기 위해 무작정 걷는다. 산책로 중간에 잠자리떼들과 모기떼들, 하루살이 떼들이 눈 앞을 성가시게 했지만 신경 쓰지 않고 걷는다. 점점 속도를 높인다. 바닥엔 '5km' '350kcal' '허리를 펴고' 따위의 문구가 쓰여 있다. 자증씨는 계속 걸었다.


한참 걷다가 시계를 보니 어느새 시간이 30분 지나 있었다. '너무 멀리 왔나?' 자증씨는 다시 빽해서 원래 자리로 돌아가기로 한다. 다시 걷기 시작한 자증씨. 한참을 걷다보니 아까 만났던 잠자리, 모기, 하루살이떼들을 다시 만났다. 걷고 또 걸었다. 처음 앉아서 멍 때리던 벤치로 돌아와 시계를 보니 한 시간이 지나 있었다.


자증씨는 머리 속이 환하게 맑아지는 것을 느꼈다. 다리는 좀 아프지만, 처음보다 기분이 확 달라져 있었다. 왠지 모를 자신감과 확신이 생겨났다. 폰을 꺼낸 자증씨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들리고...누군가 전화를 받았다. 자증씨가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프로젝트, 진행 시켜."


전화를 끈 자증씨는 증권앱을 켰다. 아까 가격이 급떨어졌던 주식을 클릭했다. 그리고.. 매수 버튼을 꾹 눌렀다.


한 시간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그 한 시간 동안, 자증씨가 기획했던 프로젝트의 리스크가 줄어들만한 일이 발생했던 걸까? 가격이 급락한 기업 주식은 어떻게 된걸까? 그 한 시간 사이에 해당 기업 주식을 급락시킨 리스크는 다 루머였다는 소식이 알림으로 뜬 걸까?


변한 건 자증씨의 신체 내부 밖에 없었다. 한 시간동안 걸으면서 다리 정맥의 판막이 열심히 움직여 혈액을 위로 끌어올렸고, 그로 인해 심장에 많은 혈액이 공급되었고, 산소와 혈액을 공급받은 심장은 열심히 혈액을 전신으로 공급했다. 그 덕분에 온 몸에 세로토닌, 도파민, 엔돌핀 등의 행복 호르몬이 늘어나게 되었다. 행복 호르몬이 증가하자 자증씨의 생각에 변화가 생겼다. 부정적인 생각이 사라지고 확신과 자신감 넘치는 생각이 솟아 오르게 되었고, 자증씨는 그 순간의 생각을 행동에 옮긴 것.


인간의 두뇌 속 생각은 논리나 이성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리스크가 높은 결정을 할 때, 그 결과가 성공할 확률과 실패할 확률 양 쪽을 치밀하게 계산해서 좀 더 큰 쪽을 선택한다고 [ 우리 자신은 ] 믿고 있지만, 이는 착각이다.


그냥 행복 호르몬이 많이 나오면 성공 확률을 실제보다 높게 생각하고, 행복 호르몬이 적어 우울하거나 마음이 힘든 상황일 땐 실패 확률을 실제보다 높게 생각하고 결정을 내린다. 더 엄밀히 말하자면 우울할 땐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주식시장이 활황일 땐 평소 도파민 분비가 높은 펀드 매니져들이 투자 수익을 많이 내 인정받고, 침체기 때는 도파민 분비가 다소 적은 펀드 매니저들이 손실 최소화를 잘해서 인정받는다. 펀드 매니저로 취직해서 성공하는 것은 그 사람이 어떤 성향인지, 그리고 어떤 시기에 투자 기업에 취직하는지가 매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부정적인 생각이 들거나 우울한 것은 현실적으로 일이 잘 안풀려서라기 보다는, 그냥 어떤 이유에서든 행복 호르몬이 부족한 상황이어서일 뿐이다.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혈액 순환도 잘되는 상황에선 행복 호르몬이 부족할 이유가 없고, 그런 상태에선 현실이 어떻든 우울에 빠질 이유가 별로 없다. 일이 잘 안되거나 인간관계에서 문제가 생겨서 우울해진다? 정치인들이 밉거나 세상 여기저기서 끔찍한 소식들이 들려와서 내 마음이 우울해진다? 착각이다.


매일 한 두 시간씩 걷기만 해도 몸이 가벼워지고 정신도 매우 긍정적으로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사람의 생각이라는 것은 생각 그 자체가 아닌 호르몬에서 나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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