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키우면 맞닥뜨리게 되는 몇 가지 어려운 점이 있다. 부모는 처음이라 모든 게 다 낯설고 어렵겠지만, 나에게 있어 최고난도는 바로 이유식이었다. 이유식을 시작하기가 겁이나 미룰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미뤘다. 빠르면 4개월쯤에 시작하는 이유식을, 나는 6개월이 되어 마지못해 시작했다. GP가 '이제는 진짜로 이유식을 시작해야 한다'라고 했기 때문이다.
잠잠이의 첫 이유식은 바나나였다. 쌀미음으로 많이 시작하긴 하지만, 호주에 살면서 한국 이유식을 계속 해먹이기 어려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또, '아이 주도 이유식'으로 이유식을 진행하기로 했기 때문에 입에 넣었을 때 부드러우면서 손으로 직접 잡을 수 있는 음식을 떠올리다 보니 바나나로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으로 이유식을 시작한 날
바나나가 입으로 들어가는지 눈으로 들어가는지
같은 이유에서 두 번째 이유식은 아보카도가 되었다. 그런데 어째 입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눈으로, 머리로, 바닥으로 떨어지는 양이 더 많았다. 먹기는 한 거니? 아기가 혼자 먹을 수 있도록 부모는 보조만 해야 한다길래 계속해서 두고 봤더니, 먹는 게 아니라 이건 아보카도로 샤워를 한 수준이 되어버렸는 걸.
한동안은 이유식을 먹일 때마다 전쟁을 치렀다. 잠잠이는 뭐가 마음에 안 드는지 계속 울고 불고 했다. 노래도 불러보고, 다른 음식도 줘보고, 숟가락을 쥐여줘 보기도, 물을 줘보기도 했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징징거리는 아기를 붙잡고 이유식을 먹이자니, 이토록 진땀 빠지는 일이 앞으로 또 있을까 싶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건대 '먹고 싶은데 자기 손이 잘 못 따라와 줘서 혹은 음식이 입에 들어오는 속도가 느려서'가 울지 않았을까 싶다.
울면 답 없다
이렇게 웃으면서 잘 먹기 시작한게 얼마 되지 않았다.
돌이 지난 지금은 엄마 아빠와 한 식탁에 앉아 식사가 가능해졌다. 흡착 식판에 음식을 담아주면 혼자서도 잘 먹는다. 손가락에 힘도 생겨 작은 음식도 잘 잡고, 음식을 잡으면 곧장 입으로 넣을 줄도 안다. 좋아하는 음식이 있으면 먼저 다 먹어치우는데, 그렇다고 덜 좋아하는 음식을 남기지는 않는다. 시피컵을 기울여 혼자 물을 마실 줄 안다. 큰 음식은 손으로 뜯어먹거나 앞니 네 개로 잘라먹는다. 6개월 만에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
자기 주도 이유식의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다. 이유식을 먹고 나면 사방이 난장판이 된다는 거다. 식탁, 하이체어, 바닥, 그리고 잠잠이까지. 이유식 용 턱받이를 채우지만 얼굴과 머리는 음식 범벅이 돼버린다. 그러면 이유식을 먹은 후 항상 목욕을 시켜줘야 하는데 요즘에는 욕조에 들어가면 밖으로 나오려고 안간힘을 쓴다. 물놀이는 좋아하면서 목욕은 왜...
그리고는 기저귀를 안 입겠다고 도망 다닌다. 발가벗고 돌아다니는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언제 오줌을 쌀지 몰라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도망가는 걸 잡아서 기저귀 입히고, 잡아서 로션 바르고, 잡아서 옷 입히고, 또 도망가는 걸 잡아서 머리 말리고 면봉으로 귀를 닦아주고 나면 부모는 완전히 녹초가 된다.앞으로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텐데. 아이고, 삭신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