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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아 리 Oct 20. 2021

무지개꽃

세 번째 창작동화

어느 날,

장대 비가 쏟아지고 난 자리에 아름다운 무지개가 떴어요.


무지개 끝자락에는 무지개꽃 한 송이가 피어있었어요.

무지개를 타고 흘러내린 빗방울이 무지개꽃으로 스며들었어요.

그러자 무지개꽃이 활짝 피었답니다.


무지개꽃 안에는 아기가 잠을 자고 있었어요.

아기는 기지개를 크게 피고 무지개꽃에서 내려왔어요.

그런데 세상이 온통 검은 역병으로 덮여있는 게 아니겠어요?

무지개꽃에서 태어난 아기는 엉엉 울었답니다.


아기의 눈에서 붉은 눈물이 똑 떨어졌어요.

그러자 세상의 검은 역병이 씻은 듯이 사라졌어요.



무지개 꽃에서 태어난 아기의 눈물이 병을 치유한다는 소문이 널리 퍼졌어요.

소문을 들은 사람들은 아기에게 찾아와 눈물의 대가로 온갖 값진 것을 주겠다며 감언이설로 꾀었어요.


돈 많은 사업가가 말했어요.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 유리병에 네 눈물 한 방울만 떨어뜨려 주렴."

하지만 아기는 눈물이 나지 않았어요.


세계적인 유명인이 편지를 보내왔어요.

"눈물 한 방울만 나눠 주면 널 아주 유명하게 해 줄 수 있어."

이번에도 아기는 눈물이 나지 않았어요.


한 아기의 엄마가 애절하게 호소했어요.

"나와 내 아기에게 영생을 준다면 내 젖을 좀 나눠 주마."

그러나 아기는 눈물이 나지 않았어요.


그때 누군가 말했어요.

"불쌍한 아기를 혼자 내버려 둡시다."


그러나 아무도 자리를 뜨지 않았답니다.



사람들은 아기의 눈물을 얻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했어요.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 도깨비를 부르겠다고 협박하고,

냄새만 맡아도 코 끝이 아려오는 양파를 아기에게 쥐여주고,

무시무시한 표정을 지으며 아기를 울리는데 혈안이 됐어요.

그러나 그중 어떤 것도 아기를 울리지는 못했어요.

다만 아기는 너무나도 무서웠답니다.


그때 누군가 외쳤어요.

"한 명씩 돌아가며 사연을 말하고 아기가 선택하도록 합시다!"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리하여 아기는 젊음을 흘려보내고 슬퍼하는 노인에게

당근색 눈물을


이미 지나간 사랑에 가슴 아파하는 청년에게

황색 눈물을


시험 결과가 걱정돼 잠을 못 이루는 학생에게

녹색 눈물을


불편한 다리 때문에 산책이 귀찮아진 노견의 주인에게

푸른색 눈물을


절망의 심연에서 빠져나올 생각이 없는 이에게

검푸른 눈물을


스스로의 목숨을 위태롭게 한 중상 환자에게

자색 눈물을 흘려주었답니다.



모든 눈물을 흘린 아기는 아주 깊은 잠에 빠졌어요.

사람들이 아기를 흔들어보았지만 아기는 일어나지 않았어요.

눈물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서러움에 엉엉 울며 집으로 돌아갔어요.

사람들의 눈에서 내린 눈물은 바닥으로 흘러내려

욕심, 두려움, 불안, 질투와 같은 어두운 마음을 휩쓸고 검게 변했어요.

검은 눈물은 폭우가 되어 며칠 밤낮 동안 내렸어요.



어느 날,

비가 그치고 난 자리에 아름다운 무지개가 나타났어요.

무지개 끝자락에는 무지개꽃 한 송이가 피었답니다.




그림. 리아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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