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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Dec 11. 2024

그날 밤

어둠이 다시 내려앉을 줄은 몰랐다

어둠은 영영 사라진 줄만 알았다


그날 밤.

우리는 있을 수 없는 일을 마주했다


군화 소리가 울릴 수 없는 곳에서 군홧발 소리를 들었고

몸을 부대끼고 소리를 지르던 수십 년 전 그날이 재현되었다


그 밤에는

짙은 어둠이 내려앉았다


그토록 쌓아 올린 자유의 벽은 이다지도 연약했던가

우리는 절망하고 분노했다


하지만, 보라

무엇보다 끔찍한 것이 사람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아름다운 것이 사람이기도 한 것을.


어둠이 짙어짐으로 빛이 나타났다

한 사람 두 사람에게서 시작된 불씨는

어느새 이곳을 가득 채우고도 남을 밝기와 강렬함을 갖추었다


등을 내주고

손을 내주고

온기를 내준 사람들


그들은 자기의 일부를 기꺼이 태워

불씨를 건네주었고

그 불씨는 우리를 다시 타오르게 한다


나는 깨달았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에 의해

밝아지고 타오르며

아주 오랫동안

어둠을 물리쳐왔다는 것을.


< 출처 : adobe stoc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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