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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표 Jun 21. 2020

자신에 대한 글을 쓰고 싶은 사람에게 꼭 추천하는 책

일본 대표 작가가 평균연령 60세 , 43명 수강생에게 책을 쓰게한 비결

최근에는 ‘최고의 리더는 왜 글을 쓰고, 그들은 어떻게 글을 쓰는가’라는 주제로 연달아 글을 올렸습니다. 요즘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이기 때문이죠.     


리더와 글쓰기라는 주제에 대해 고민하면서 이 두 주제에 대해서 다룬 여러 책들을 읽고 있는데요. 리더들의 자서전과 이들에 대해 다룬 평전, 비즈니스 서적은 예전부터 많이 읽었지만 글쓰기에 대해 다룬 책을 읽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주변 지인들한테 빌리기도 하고 몇 권 사기도 해서 읽고 있는데요. 생각보다 읽을 만한 책이 얼마 없다는 아쉬움이 들더군요.     


글쓰기 책이라는 이름을 달고는 있지만 실제로 읽어보면 글쓰기를 소재로 한 에세이에 가까운 책들이 많았습니다. 독자들이 글쓰기 책에서 원하는 건 당연히 글을 잘 쓸 수 있는 방법과 어떻게 하면 망설이지 않고 첫 문장을 쓸 수 있을지 설명해주는 내용일 텐데요.      


많은 책들이 이런 내용보다는 글쓰기에 대한 작가의 개인적인 감상을 소개하는 데 치우쳐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글쓰기 책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유명한 베스트셀러들도 마찬가지였고요.         



평범한 작가는 자기가 쓰고 싶은 내용을 쓰죠.     


최고의 작가는 독자들이 알아야 할 내용을 쓰고요.     


이런 점에서 볼 때 시중에 나와 있는 여러 글쓰기 책들은 대부분 실망스러웠고, 중간 정도까지 훑어보다가 덮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말씀드릴 이 책만큼은 다르더군요. 저절로 정독하면서 읽게 됐습니다. 글쓰기 실력을 높이고 싶어 하시는 분께, 특히 자기 자신에 대한 글을 써보고 싶은 분께 강력하게 추천해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일본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다치바나 다카시가 쓴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이란 책인데요. 말 그대로 자기 역사를 쓰는 방법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대부분의 분들이 처음 들어보시는 책일 텐데요. 저 역시 지난번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일본경제신문)에 60년 넘게 연재되고 있는 명사들의 자전적 칼럼 시리즈인 <나의 이력서>에 대한 내용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알게 된 책입니다.     


검색된 내용을 살펴보고 참고할만하다고 생각해서 바로 구매했는데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이 책은 ‘자기 자신에 대한 꽤나 긴 분량의 글을 쉽고, 깔끔하게 쓰는 법’에 초점을 맞춰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 책 자체가 43명의 수강생들에게 자기 인생을 담은 한 권의 짧은 책을 쓰도록 하는 걸 목표로 진행됐던 13강짜리 강의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말로 했던 강의 내용을 글로 옮긴 책이죠.      

수강생들에게 글을 써서 제출하도록 하는 게 목표였던 수업이었으니 글 쓰는 방법에 집중적으로 이야기하는 건 당연하고요.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은 일본 릿쿄대학에서 2008년에 시작한 시니어 세대를 위한 교육 과정인 ‘릿쿄 세컨드 스테이지 대학’이 개설한 강좌 <현대사 속의 자기 역사>의 강의 내용을 정리한 책입니다.      


릿쿄 세컨드 스테이지 대학은 말 그대로 인생 2막을 맞은 장년층 이상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인데요. 50세가 넘은 지원자만 입학할 수 있습니다.      


<현대사 속의 자기 역사>는 이렇게 50세가 넘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그동안 자신의 삶에 대해 돌이켜보고 정리해보는 의미에서 자서전을 쓰도록 하는 수업이고요.      



“나는 누구나 시니어 세대가 되면 한 번은 자기 역사를 쓰는 일에 도전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기 역사를 쓰지 않으면 자기라는 인간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강사이자 저자인 다치바나 다카시가 이 강좌를 연 이유에 대해서 설명한 말인데요.     


이 책의 장점은 글 쓰는 방법에 대한 실용적인 조언과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한 설명이 가득하다는 점입니다.      

수강생들 대부분이 글쓰기를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도, 글을 통해 돈을 벌어본 적도 없는 아마추어들이었으니 모든 걸 하나하나 차근차근 설명해야만 했었는데요.      


다치바나 다카시는 일본에서 1급 작가, 1급 저널리스트로 손꼽히는 인물입니다. 1974년엔 당시 일본 총리의 비자금과 정경유착을 폭로하는 기사를 써서 사회를 뒤흔들었고요.      


1979년엔 고단샤 논픽션상을, 1983년엔 ‘철저한 취재와 탁월한 분석으로 폭넓고 새로운 저널리즘을 확립’한 공로로 31회 기쿠치간 상을 받았습니다. 1998년엔 <료마가 간다>의 작가 시바 료타로의 이름을 딴 시바 료타로상의 1회 수상자로 선정됐죠.      


말 그대로 1급 작가, 1급 저널리스트라고 부를 수 있는 인물인데요.     



이 같은 인물이 글을 쉽고, 편하게, 잘 쓸 수 있는 방법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한 학기 강의 계획을 세운 뒤 이에 맞춰 매 강의마다 자신이 갖고 있는 노하우를 차근차근 설명한 것이죠. 덕분에 실용적인 조언들이 가득합니다.     


예를 들어 아래 있는 사진으로도 보실 수 있듯이 이 책 중간중간에는 다른 글쓰기 책에서는 볼 수 없는 긴 연표가 다른 재질의 종이에 인쇄돼 첨부돼 있는데요. ‘야기누마 마사히데 씨의 자기 역사 연표(활동 실적·재산·역사적 배경 외)’라는 제목과 같은 연표입니다.     


저자는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이에 대해 다루는 글을 쓰기 전에 먼저 꼭 ‘자기 연표’를 만들어보라고 조언합니다.      


짧은 글이더라도 개요를 미리 짜두고 글을 쓰면 짜임새 있는 글을 쓸 수 있지요. 한 사람의 인생을 다룬 짧지 않은 글이라면 미리 개요를 작성해두는 일은 더욱더 꼭 필요한 일이죠. 자서전을 쓸 때 개요의 역할을 하는 게 바로 자기 연표인데요.      



시간 순서대로 자신이 살아온 삶을 연표로 나타내는 거지요. 단순히 자신이 몇 년도에 어땠는지만 쓰지 말고 그 무렵 사회에는 어떤 큰일이 있었는지, 특정 시기마다 자기 곁에 가장 가까이 있었던 사람들은 누구였는지까지 표로 정리해서 나타나면 글을 쓰기 전에 큰 줄기를 잡을 수 있다는 게 다치바나 다카시의 설명입니다.      


그냥 글로만 설명하면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드니까 실제로 수업 시간에 수강생들이 작성한 연표들을 책에 첨부해 독자들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한 것이죠.        


<현대사 속의 자기 역사> 수업은 기본적으로 강평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수업이 끝날 때마다 수강생들에게 과제를 내준 뒤 다음 수업에서는 수강생들이 제출한 글쓰기 과제를 하나하나 읽어가면서 어떤 점은 좋았고, 어떤 점은 아쉬웠는지에 대해서 선생님과 학생들이 함께 짚어나갔다는 말입니다.      


“매주 엄청난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수강생 전원이 제출한 자기 역사를 강의 전날까지 필사적으로 읽어야 했다. 수업 당일에는 내용에 관해 강평하면서 자기 역사를 쓰는 좋은 방법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조언을 덧붙여 주었다. 수강생이 43명이었기 때문에 작품 전부를 읽는 것은 녹록치 않은 일이어서 언제나 철야를 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지성이자 작가인 다치바나 다카시가 매주 쏟아져 들어오는 43편의 수강생들의 과제 글 앞에서 ‘이걸 언제 다 읽나’하면서 막막해했을 모습을 생각하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 책에는 작가와 수강생들이 화면에 띄어놓고 보면서 함께 이야기를 나놨던 수강생들의 글이 계속해서 사례로 등장합니다. 이 사례 글들을 바탕으로 좋은 글이 갖춰야 하는 조건들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해나가는 방식이죠.      

예를 들어 머리말과 후기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설명할 때는 수강생인 츠구 기요시 씨의 머리말과 후기를 갖고 와서 설명하는데요.      



왼쪽 눈에 황반상막과 녹내장이 발병해 실명의 위기를 겪으면서도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수시로 눈에 안약을 넣으면서까지 자기 역사를 쓰는 일에 매달렸다는 츠구 기요시 씨의 후기를 읽으면 글을 쓴다는 게 한 개인에게 얼마나 큰 의미를 갖는지 알 수 있습니다.     


“나는 사후 추도집 등을 출간할 만한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그럴 필요도 없다. 나에게는 나에 대해서 적나라하게 기록한 <자기 역사>가 있다. 이 <자기 역사>가 나의 추도집이 될 것이다.”     


“<자기 역사>의 자료를 SD카드에 저장해서 보존해 놓을 것이다. 내가 사망했을 때 복사한 SD카드를 관 속 한켠에 넣어 주기를 바란다는 것만은 지금 이 자리에서 유언으로 남기고자 한다.”       


(츠구 기요시, <자기 역사> 후기 중에서)     




사례는 언제나 이론보다 강하기 마련이죠. 그때그때마다 딱 맞는 사례들이 이어지는 덕분에 작가가 전하려 하는 내용들을 쉽게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온 수강생들의 글을 읽어나가는 재미도 쏠쏠하고요. 평생 글쓰기와는 상관없는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라고 하더라도 조금만 글쓰기 방법을 배우면 이렇게 글을 잘 쓸 수가 있구나 하는 생각에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굳이 기교를 부리지 않고 자신이 살아온 삶을 담백하고 솔직하게 적어내려가는 것만으로도 독자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줄 수 있다는 걸 배울 수 있었죠.      


이 책에 실린 수강생들의 글을 쭉 읽어가다보면 ‘나도 노력하면 이렇게 쓸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도 분명히 얻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좋을 글을 쓰는 데 꼭 필요한 단 하나의 조건은 바로 첫 문장을 쓸 수 있는 자신감이니까요.       


홍선표 한국경제신문 기자

ricke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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