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선표 Nov 20. 2020

[3분서평] 경영의 신의 마지막 가르침 <사장의 그릇>

이나모리 가즈오, 그가 반세기 동안 단 한번도 적자를 보지 않았던 비결.

2010년 1월 일본은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 파산으로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한때 세계 최대 항공사였던 일본항공(JAL)이 2조3221억엔(2010년 환율 기준 28조5000억원)의 빚을 지고 도산했기 때문이다. 


공기업 시절부터 이어져 오던 부실 경영의 폐해가 결국 터져 나오는 순간이었다. 


당시 일본항공의 임직원은 4만8000명, 협력업체 직원들과 그 가족들까지 포함해 수십만 명의 생계가 위기에 처했다. 이 정도 규모의 회사가 무너지면 안 그래도 장기 침체에 빠져있던 일본 경제는 또 한 번 뒤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일본항공은 살려야만 했다.  


법정관리에 처한 회사를 재건할 책임자를 물색하던 일본 정부는 교토에 은거하고 있던 한 노인을 찾아간다. 회사 경영에서 물러나 몇 년째 후배 중소기업인들을 가르치고, 자신의 경영철학을 담은 책을 내면서 한가로운 생활을 보내던 78세의 노(老) 경영자였다.  


이나모리 가즈오가 썼거나 그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책들


담당 부처 장관은 물론 하토야마 유키오 당시 일본 총리까지 직접 나서서 삼고초려한 끝에 그는 난파선의 선장 자리를 받아 들인다. ‘회사를 살린다고 해도 얻는 건 아무것도 없고, 자칫 일본항공이 잘못되기라고 하면 그동안 쌓아 올린 모든 명성이 땅바닥에 떨어진다’는 주변인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결정을 내렸다.


그가 일본항공 회장직을 수락한 이유는 세 가지. 일본항공이 무너지면 국가 경제에 큰 위기가 닥친다는 게 첫째, 구조조정 이후에도 남아있을 3만 2000명 직원들의 일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게 둘째, JAL이 무너져서 일본에 국적 항공사가 하나만 남게 되면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진다는 게 세 번째 이유였다.

  

그가 회장직을 수락하며 요구한 조건은 두 가지. 나이가 나이인 만큼 매일 나가 일할 수는 없으니 일주일에 3일만 일하겠다는 것과 임시직이니 급료는 받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회사를 살린다고 해도 그에게 돌아오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이렇게 독이 든 성배를 받아들였다.

  

2010년 2월 그가 일본항공 회장직에 취임하며 함께 데리고 간 부하 직원은 단 세 명이었다. 평생 그를 따랐던 50, 60대 임원들이었다. 28조 원의 빚을 지고 도산한 직원 4만8000명의 회사를 재건하기 위해 투입된 인원이 그를 포함해 단 네 명뿐이었다.

  

일본항공 회장으로 일할 당시의 이나모리 가즈오


2년 7개월이 지난 2012년 9월 일본항공은 도쿄증권거래소에 재상장하며 부활을 알린다. 2011년 3월과 2012년 3월 두 해 연속 사상 최대의 흑자를 내리면서 시작된 회사의 부활이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순간이었다.

  

물론 일본항공 부활의 모든 공로를 이 남자에게만 돌릴 수는 없다. 정부의 막대한 공적자금 투입, 그의 취임 전부터 예정돼있던 대규모 구조조정, 남아있는 직원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경영의 신이라고 해도 회사를 되살릴 수는 없었을 것이다. 


다만 그가 아니었다면 일본항공이 이만큼 빨리 다시 날아오를 수 없었을 것이라는 사실 역시 분명하다. 

  

2013년 3월 일본항공 이사직에서 물러나며 가졌던 기자회견에서 그는 일본의 경영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듣는다.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경영자들에게 전하는 그의 메시지였다.

  

“기업의 리더는 더 강한 의지로 회사를 이끌어나가야 합니다. 투지 없는 경영은 안 됩니다. 자신의 회사를 어떻게 해서든지 훌륭하게 만들고자 하는 투혼을 불태워주십시오”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창업자는 일본은 물론 전 세계에서 존경받는 기업인이다. 1959년 교세라를 창업한 이후 단 한 번도 적자를 보지 않으며 ‘살아있는 경영의 신’이라는 호칭을 얻었다. 그는 지금껏 44권의 책을 펴내며 일본과 전 세계에서 1500만 부의 책을 판 초대형 베스트셀러 작가기도 하다. 

  

2020년 1월 출간된 <사장의 그릇>은 한국에 출간된 그의 최신작이다. 1983년부터 2019년 12월까지 36년간 중소기업 경영자 학습모임인 ‘세이와주쿠’를 이끌면서 중소기업 경영자들에게 들었던 질문들에 대해 그가 직접 답한다. 

  

‘경직된 조직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가?’,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평가법이 있는가?’, ‘3D업종의 직원들이 꿈과 긍지를 가지게 하려면?’, ‘능력이 각기 다른 간부는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 ‘나이 어린 사장이 리더십을 잘 수행하려면?’과 같은 질문들에 하나하나 답해가는 방식이다. 

  

교세라가 직원 8만 명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뒤에는 그는 항상 ‘우리 중소기업인들은’이라는 말로 대화를 시작하며 동료 중소기업 경영자들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자신의 회사를 강하고 바르게 키우고 싶은 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읽어야 하는 책이다.      


필자는 지금껏 국내에 나온 이나모리 가즈오의 책을 거의 대부분 읽었고, 필자의 책을 출간하는 출판사 대표와 편집자는 여태껏 그의 책을 여러 권 출간한 경험이 있다. 


우리 셋이 그의 다른 책을 읽어보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하는 책은  <카르마 경영>, <아메바 경영>, <왜 일하는가>, <일심인언>이다. 그의 철학의 정수가 담겨있는 책들이다. 


홍선표 한국경제신문 기자 / 작가

rickeygo@naver.com

<최고의 리더는 글을 쓴다>(출간 예정), <내게 유리한 판을 만들라>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상식>, <리치 파머>(공저) 저자


(뉴스레터 <홍자병법>을 구독하시면 지금 이 글과 같은 고급지식을 매주 한 편 이메일로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메일 주소만 입력하시면 바로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최고의 리더는 글을 쓴다> 시리즈




(유튜브 채널 <홍선표의 고급지식>을 구독하시면 기본적인 경제 상식부터 뛰어난 경영인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까지 세상을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고급지식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내게 유리한 판을 만들라>를 읽으시면 손정의, 앙겔라 메르켈, 빌 게이츠, 레이 달리오, 윈스턴 처칠, 이나모리 가즈오 등 탁월한 리더와 창업자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낸 23가지의 사례를 쉽고, 깊이 있게 만나실 수 있습니다.


예스24

교보문고

알라딘

인터파크


(출간 한 달만에 1쇄 3000부를 모두 팔고 2쇄를 찍은, 교보문고에서 2020년 4월 'CEO  필독서'로 선정한 <내게 유리한 판을 만들라>를 먼저 PDF로 만나보세요. 책과 똑같은 내용으로 전체 분량의 3분의 1을 담아낸  PDF를 먼저 읽으시고 결정해주세요)



(어떤 책인지 살펴보고 다운받기)



(매주 한 번 홍선표 기자가 보내드리는 뉴스레터 <홍자병법>을 읽으시면 세상을 더 넓고, 깊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고급지식을 쉽고, 편하게 만나실 수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메일 주소만 입력시하면 바로 <홍자병법> 뉴스레터를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3분 서평] 말단 사원을 디즈니 CEO로 만든 교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