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호로위츠 <하드씽>, 닷컴버블을 이겨낸 창업자의 생존경영법
“나는 경제경영이나 자기계발 서적을 읽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중얼거린다. ‘그래, 무슨 소린지는 알겠는데……. 그런데 진짜 어려운 문제는 그런 게 아니잖아.”
실리콘밸리 최고의 벤처투자자 벤 호로위츠는 이 말과 함께 자신의 책 <하드씽>을 시작한다. 그가 설립한 ‘앤드리슨 호로위츠’는 오늘날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벤처캐피털(VC·신생 벤처기업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회사)이다.
페이스북, 에어비앤비, 트위터에 대한 초기 투자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인 모습은 기술과 세상의 흐름을 꿰뚫는 그의 탁월한 안목을 잘 보여준다.
지금은 투자자로 더 유명하지만 벤 호로위츠 역시 한때는 IT 벤처기업을 창업해 이끌던 기업인이었다. 회사를 창업해 성공적으로 매각까지 할 수 있었기에 벤처투자자에게 필요한 안목과 판단력, 투자 회사를 차릴 수 있는 두둑한 밑천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가 라우드클라우드라는 서버 서비스업체를 창업한 지 1년도 안 돼 전 세계 주식시장은 닷컴 버블 붕괴의 수렁에 빠져들었다. 하늘 높이 솟구치던 닷컴기업들의 주가가 한순간에 폭락하고 하루에도 몇 개씩의 기업들이 문을 닫았다.
누가 봐도 신생 IT 벤처기업을 창업해서 키워나가기에는 최악의 시기였다. 그 역시 회사가 갖고 있는 돈으로는 단 3주밖에 버틸 수 없는 처지에까지 몰렸다.
하지만 벤 호로위츠와 회사는 살아남았다. 시장의 공포가 절정에 달했던 2001년 온갖 고생 끝에 회사를 나스닥에 상장시켰고, 주력 사업모델을 통째로 바꾸는 전략을 통해 회사를 키워나갔다. 결국 그는 2007년 회사를 휴렛팩커드(HP)에 16억 달러에 매각할 수 있었다.
<하드씽>은 그가 최악의 시기에 회사를 이끌면서 배웠던 생생한 교훈들을 날것 그대로 담아낸 책이다. 이 책은 고상한 이론과 틀에 박힌 정답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똥을 밟으려거든 과감하게 짓밟아라’처럼 점잖은 다른 경영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속된 표현들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벤 호로위츠는 비즈니스의 난제를 풀어내는 마법의 공식은 없다고 단언한다. 그렇기에 그는 정답을 말하는 대신 그는 자신이 어떤 일들을 겪었고, 어떻게 이를 해결해나갔는지, 경험을 풀어내는 데 집중한다.
“대부분의 경영서는 상황을 그르치지 않는 법, 일을 똑바로 해 나가는 법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나는 상황을 그르친 뒤에 취해야 할 조치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비즈니스에서 ‘난제’란 크고 대담한 목표를 세우는 게 아니다. 그런 목표가 실패로 돌아갈 때 사람들을 해고하는 일이다”
그의 책은 오직 직접 겪어본 사람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목차만 훑어봐도 확인할 수 있다.
‘직원을 해고하는 올바른 방법’, ‘임원을 해고하는 올바른 방법’, ‘충직한 친구를 강등해야 한다면’, ‘친구의 회사에서 직원을 빼돌려와도 괜찮을까’, ‘나도 해 본 적 없는 일의 적임자를 어떻게 찾을 것인가’, ‘직원들의 오해에 대처하는 올바른 자세’, ‘사내 정치를 최소화하는 법’ 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오늘도 악전고투 속에서 한발 한발 나아가야만 하는 사람들과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봐야 하는 책이다.
<최고의 리더는 글을 쓴다>(출간 예정), <내게 유리한 판을 만들라>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상식>, <리치 파머>(공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