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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표 Dec 04. 2020

자선단체에게 배운 탁월한 뉴스레터 마케팅 비결

조금 전 이 자선단체 계좌로 30만원을 송금한 이유

이번 글에선 제가 평소에 즐겨 읽는 뉴스레터와 여기서 배울 수 있었던 탁월한 마케팅 효과를 만들어내는 비결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실제로 제가 조금 전 이곳 계좌로 30만 원을 송금했던 것도 이 단체가 보내는 뉴스레터 때문이었으니 그 마케팅 효과는 충분히 검증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매일 읽고 있는 이 뉴스레터는 사회복지단체인 <따뜻한 하루>가 보내는 같은 이름의 뉴스레터입니다. 서울 구로구에 자리 잡은 직원 7명의 작은 자선단체인데요. 설립된 지는 6년 정도 되는 단체입니다.     


제가 언제부터 <따뜻한 하루> 뉴스레터를 구독했는지, 어떻게 해서 구독하게 됐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는데요. 글을 쓰기 위해 찾아보니까 2016년 7월 30일부터 메일이 오기 시작했네요. 생각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구독하고 있었다는 걸 알고 조금 놀랐네요.     

6년 동안 1712통의 뉴스레터를 보내다


이곳은 오늘(2020년 12월 3일)까지 모두 1712통의 뉴스레터를 보냈는데요. 설립된 지 6년 정도 된 단체니까 휴일을 빼고는 매일 빠짐없이 뉴스레터를 보냈다는 사실을 아실 수 있습니다.   


사실 <따뜻한 하루>가 보내는 뉴스레터에 대단한 정보와 번뜩이는 인사이트가 담긴 건 전혀 아닙니다. 매일 소박한 그림 한 장과 길어봐야 A4 반 장이 조금 넘는, 2분 정도면 다 읽는 짧은 글을 한 편씩 보내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글을 쓰고 있는 오늘 아침엔 <강아지를 팝니다>라는 제목으로 아래와 같은 내용의 뉴스레터가 왔네요. 그리 길지 않으니 한 번 내용 전부를 옮겨보겠습니다.         



한 소년이 강아지를 판다는 팻말이 붙어 있는 가게 앞에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들어가 강아지를 얼마에 살 수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가게 주인은 소년에게 자상하게 말했습니다. "100달러 정도면 살 수 있을 거란다."


어린 소년은 황급히 주머니를 뒤져봤지만, 강아지를 사기에는 한참 부족한 금액이었습니다. 강아지를 무척 좋아했던 소년은 그냥 가게에서 구경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한 강아지가 소년에게 뛰어왔는데 그 강아지는 다리가 불편한지 계속 절뚝거리면서 소년 앞에서 꼬리를 흔들었습니다.


소년은 가게 주인에게 다시 말했습니다. "저 이 강아지 사고 싶어요."     


가게 주인이 소년에게 말했습니다. "미안한데 이 강아지는 돈을 받고 팔 수가 없단다. 정 데리고 가고 싶으면 그냥 데려가거라."



소년은 가게 주인을 보며 다시 말했습니다. "저는 이 강아지를 공짜로 데려가고 싶지 않아요. 조금 아플 뿐이지 다른 강아지랑 똑같은 가치를 지니고 있는 강아지라 생각해요. 지금은 돈이 조금 부족하지만 매달 조금씩 가져다 드릴게요."


그리고 소년은 가게 주인에게 자신의 바지 한쪽을 걷어 올려 보여 주었습니다. 놀랍게도 소년도 다리에 불편한 장애를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도 장애가 있어 다른 친구들처럼 뛸 수가 없어요. 그래서 항상 외로웠는데 저 강아지도 자기를 이해해 줄 친구가 필요할 거예요."


가게 주인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는 강아지를 소년의 품에 안겨 줬습니다.     

 

나를 이해해 줄 존재가 곁에 있는 것만큼 세상에 행복한 일은 없을 것입니다. 서로가 어떤 아픔을 가졌더라도 비난하지 않고, 아픈 곳을 채워주고 위로해 준다면 그 어떤 역경도 두렵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이 진정한 동행입니다.     

  

내가 이 뉴스레터를 읽는 이유


예, 읽어보셨다시피 그리 대단한 내용을 담고 있는 건 아닙니다. 그저 읽고 나면 마음이 조금 따뜻해질 뿐이죠. 때로는 스스로를 조금 반성하게 만들기도 하고, 좀 더 착하게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도록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요즘은 뉴스레터 마케팅이 각광을 받으면서 각 분야마다 최신 정보와 깊이 있는 분석을 담은 훌륭한 뉴스레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요. 저 같은 경우도 이런 좋은 뉴스레터들을 몇 개 구독하고 있지만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특별히 흥미를 확 잡아끄는 제목이 아니고선 잘 클릭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경제신문에서 일하고 있고, 따로 경제와 비즈니스 전략에 대해 다룬 책도 쓰고, 유튜브‧팟캐스트도 만들고, 이런 콘텐츠들을 담은 뉴스레터도 보내고 있긴 하지만     


평소 업무시간에 하는 일이 경제 분야 뉴스와 각종 보고서, 콘텐츠들을 읽고, 분석하는 일이다 보니 뉴스레터까지는 손이 잘 가지 않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오히려 경제‧경영 분야와는 전혀 상관없는 <따뜻한 하루> 뉴스레터를 자주 읽게 되는 것 같습니다. 비록 1, 2분이긴 하지만 이 뉴스레터를 읽으면 잠시나마 편하게 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요.     


 

<따뜻한 하루>에선 이렇게 잔잔한 감동을 주는 글들 아래 자신들의 활동을 소개하는 여러 배너들을 붙여놓고 있는데요.     


코로나 19 바이러스 사태로 학교에 가지 못하면서 급식을 못 먹게 돼 제대로 된 밥을 먹기가 힘들어진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도시락을 제공하는 사업, 부산에 있는 어느 가정집에 마련된  한 센터에서 원장님 부부와 함께 살아가는 청소년 7명의 이야기,      


독거노인에게 쌀과 반찬거리를 제공하는 사업의 모습, 동티모르에 사는 가난한 마을을 찾아가 아이들에게 영영가 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봉사활동, 6‧25 전쟁에 참전했던 에티오피아 참전군인들을 돕는 사업 등을 다룬 배너들이죠, 배너를 누르면 당연히 해당 사업을 후원할 수 페이지로 넘어가고요.     


가끔은 배너뿐만이 짧은 글과 사진을 통해 각각의 사업에 대해 소개하기도 하는데요. 이런 글을 읽으면 <따뜻한 하루>라는 단체가 어떤 단체인지, 무슨 활동을 하는지, 여기에 돈을 기부하면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를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사실 이곳에 돈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한지는 꽤 됐는데요. 오늘 뉴스레터를 읽으면서 연말이 더 가까워지기 전에 빨리 기부해야겠다고 생각해 조금 전에 송금을 했습니다.     


(따뜻한 하루 뉴스레터 구독하기)


코로나 19 사태로 인한 피해를 가장 심하게 입는 아이들


첫 번째 책과 두 번째 책을 내면서 서문에서 제가 받는 인세의 20%를 ‘어려운 환경에서도 꿈과 희망, 용기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해 쓰겠다’고 독자분들과 약속했는데요.      


감사하게도 책이 생각했던 것보다 잘 나간 덕분에 비록 많지는 않지만 지난해부터 조금씩 기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마침 얼마 전에 출판사에서 돈이 입금된 게 있어서 이번에는 <따뜻한 하루>에 돈을 보냈고요. 정확히는 <코로나 19 우리 아이들은 지금, 도시락을 부탁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사업에 송금했는데요.      


코로나 19 사태로 학교 급식이 중단돼 제대로 된 밥을 먹기 힘들어진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 든든한 식사와 도시락을 제공하는 사업입니다.      


<따뜻한 하루>와 연계된 지역아동센터 등을 통해서 아이들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있고요. 독거노인분들께 배달되는 도시락을 조리하는 데도 후원금이 사용됩니다.     



송금을 하기 전에 <따뜻한 하루>에 전화를 걸어 이 사업에 기부하면 기부금의 몇 퍼센트가 아이들의 식비로 활용되는지 물어봤습니다.   

   

일부 단체들에서 후원금을 받아 단체 운영비로 사용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문제가 됐던 게 생각나 제가 낸 돈의 몇 퍼센트가 실제 사업에 사용되는지를 먼저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화로 여쭤보니 제가 낸 후원금의 15%가 운영비로 쓰이고 나머지 85%는 지역아동센터에 전달돼 아이들의 식사를 마련하는 데 쓰인다고 하시더라고요. 15%만 운영비로 쓰이는 거면 괜찮다고 생각해 전화를 끊고 바로 돈을 입금했습니다.      


아무리 자선단체라고 해도 조직을 운영하려면 당연히 돈이 필요하죠. 직원들 월급도 줘야 하고 월세도 내야 하고,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 돈을 쓰는 건 일반 회사들과 마찬가지니까요. 15%만 운영비로 쓰이고 85%는 실제 사업에 쓰이는 거면 적정한 수준이라고 생각되더군요.     


전화를 받으신 직원분께서 최대한 운영비를 후원금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마련하기 위해 공정무역 커피 판매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고 친절하게 설명해주셨습니다.     


(코로나 19 우리 아이들은 지금... 캠페인 살펴보기)


사실 책 인세와는 별개로 매달 후원하는 단체가 한 곳 있는데, 이곳 역시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식자재와 음식을 제공하는 자선단체입니다.      


이곳의 경우 후원자들이 낸 후원금 전액을 식자재 구입에 투입하고 있긴 하지만, 사실 여기가 이렇게 할 수 있는 건 든든한 재단이 뒤에서 받쳐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몇몇 분이 거액을 기부해 사회복지재단을 만들었고 이 재단에서 직원들을 고용해 자선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죠. 직원들의 월급과 사무실 임대료 등의 운영비는 고액 기부자들의 돈으로 충당하는 시스템입니다.     


이런 케이스가 아니라면 자선단체들이 후원금의 100%를 사업에만 투자한다는 건 사실 쉽지 않은 일이죠.      


아, 앞서 말씀드린 부산에 있는 센터의 경우 따로 센터 계좌가 있어 이곳에 기부된 돈은 전액 그곳에 사는 학생들을 위해 사용된다고 합니다.     



첫 번째 비결, 멈추지 않는 꾸준함


지금까지는 제가 왜 <따뜻한 하루>의 뉴스레터를 즐겨 읽는지, 그리고 이런 경험이 <따뜻한 하루>에 비록 많지는 않지만 기부금을 보내는 데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말씀드렸는데요.     


그렇다면 이 글의 제목에도 썼듯이 <따뜻한 하루>의 뉴스레터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성공하는 이메일 뉴스레터 마케팅을 만들어내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많은 분들이 이미 눈치채셨듯이 첫 번째 답은 바로 꾸준함입니다. 6년 동안 1712통의 뉴스레터를 보내면서 1712개의 그림을 그리고, 1712편의 글을 썼던 <따뜻한 하루>의 사례는 ‘꾸준함이야말로 그 어떤 창의적인 아이디어보다도 고객의 믿음을 얻어내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너무 뻔한 말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꾸준함이야말로 개인이든 조직이든 가장 갖추기 능력 자질이죠.      


꾸준히 운동하기, 꾸준히 일기 쓰기, 꾸준히 책 읽기, 꾸준히 감사하는 마음 갖기, 꾸준히 영어 공부하기, 어떤 종류가 됐든 꾸준히 무엇 하나를 하는 일에 도전해보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다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조금 전에 통화를 하면서 <따뜻한 하루>가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가 더 작은 단체라는 사실을 알게 됐는데요. 아마 재정 상황이 그리 넉넉하지 않은 단체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렇게 작고, 재정적인 여유가 없는 단체였기에 자신들의 활동을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수단도 별로 없었을 거고요. 그랬기에 이메일로 후원자들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택했을 거라 생각됩니다.     


글을 통해 사람들과 매일 만나는 건 아이디어와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니까요. 물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멈추지 않는 꾸준한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죠.     



두 번째 비결, 상품이 아닌 고객이 원하는 것에 집중하는 태도


자신들의 ‘상품’을 홍보하기보다는 구독자들에게 필요한 것을 먼저 제공하려 하는 태도도 <따뜻한 하루>가 뉴스레터를 통해 마케팅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자선단체, 사회복지단체들에서 보내온 뉴스레터를 보면 상황의 절박함을 강조하면서 후원에 동참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그만큼 후원금이 꼭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렇게 메일을 보내시는 거겠지만 이런 메일을 매번 챙겨 읽기란 힘든 일이죠.      


모든 사업을 후원할 수도 없는 거고, 자신이 돕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런 메일을 접하게 되면 마음만 무거워지게 되니까요.     


이에 비해 <따뜻한 하루>에선 매일 작지만 따뜻한 감동을 주는 이야기들을 담아서 보냈고요. 구독자들은 이런 메일을 읽으면서 휴식을 취하는 것과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따뜻한 하루>는 이렇게 구독자들과 조금씩 친밀감을 쌓아나가고 사람들의 신뢰를 얻으면서 동시에 하단 배너를 통해 자신들의 활동을 드러나지 않게 알렸고요. 중요한 행사나 프로그램이 있을 때면 글을 통해 자신들의 활동을 알려왔습니다.      


평소 뉴스레터를 꾸준히 읽어온 구독자라면 이런 사업 관련 글도 관심 있게 읽게 되고 이는 결국 후원금 모금으로 연결되죠.      


유용한 콘텐츠를 통해 고객들의 신뢰를 쌓고 이를 통해 구매(후원) 전환율을 높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뉴스레터를 통해 자신들의 상품을 홍보하는 일보다 구독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집중했던 게 <따뜻한 하루>가 콘텐츠 마케팅을 통해 효과를 얻을 수 있었던 두 번째 이유입니다.             



평소 <따뜻한 하루> 뉴스레터를 재밌게 읽다가 자연스럽게 이곳의 활동에도 관심을 갖게 된 저 자신의 사례를 보면서 꾸준한 노력이야말로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이란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돼 이번 글을 쓰게 됐는데요.     


코로나 19 사태로 인한 고통은 원래부터 형편이 안 좋은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훨씬 더 크게 가해지는 것 같습니다.      


급식이 중단돼 제대로 식사를 하기가 힘들어진 어린이와 청소년. 봉사활동이 줄어들면서 식사를 제공받는 게 힘들어진 독거노인들처럼 말이죠.      


연말이 되면서 기부를 생각하시는 분들이라면 이런 이웃분들에게 힘을 보태드리는 데 참여해보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따뜻한 하루 뉴스레터 구독하기)

(코로나 19 우리 아이들은 지금... 캠페인 후원하기)

(따뜻한 하루 홈페이지)


홍선표 작가 / 한국경제신문 기자


<내게 유리한 판을 만들라>, <최고의 리더는 글을 쓴다>(출간 예정)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상식>, <리치 파머> 저자


rickeyg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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