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피크는 일본 아웃도어 시장을 선도하는 브랜드다. 지난 8월에는 실적이 호조가 전망되면서 2015년 도쿄 증권시장에 상장한 이후 처음으로 시가총액이 1,000억 엔(약 1조 600억 원)을 넘었다.
본사가 위치한 니가타현 츠바메 산조는 수자원이 풍부하고 금속가공업으로 유명한 지역으로, 지역의 금속업체만 해도 1,500여 곳이 넘는다. 츠바메 산조에는 오랜 역사 전통을 가진 장인들이 많다. 지역에서는 ‘츠바메시 산업 사료관’을 운영하며, 금속 가공업, 장인의 공예의 역사와 발전과정을 전시한다. 방문객들을 위하여 금속 가공 체험공방도 운영하는 곳이다.
스노우피크는 1958년 철물 도매상을 하던 야마이 유키오가 본인이 쓸 등산용 장비를 만들며 시작한 아웃도어 브랜드이다. 회사명 스노우피크도 산봉우리라는 뜻으로 타니카와 산봉우리를 의미한다. 타니카와는 많은 조난자가 발생하는 위험한 산이지만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특히, 산봉우리는 많은 등산 마니아들이 목숨을 걸고 도전하는 곳이다.
험난한 지형을 등반하면서 사용한 등산용품의 품질에 실망한 야마이는 자신이 직접 필요한 물건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그가 찾은 곳은 츠바메 산조의 금속 장인 기업들이다. 장인의 뛰어난 금속가공 기술을 활용해 최고의 오리지널 등산 용품을 개발할 수 있었다.
1986년에는 창업자의 아들이자 지금의 CEO인 야마이 토루가 스노우피크에 입사해 ‘정말 가지고 싶은 것은 스스로 만든다’는 아버지의 신념을 이어간다. 지금까지 스노우피크의 베스트셀러 상품으로 불리는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화로대’, 과도할 정도로 튼튼한 ‘솔리드 스테이크’처럼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캠핑 장비를 만든다.
야마이 토루는 단순히 새로운 캠핑용품을 만들고 기술을 발전시키는데 그치지 않는다. 더 많은 사람들이 캠핑용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젊은 세대들이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로 캠핑문화 자체를 새롭게 해석하고 시장 자체를 확대한다. 나가타 지역의 산악 스포츠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캠핑을 새롭게 해석한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하는 것이다. 생활 속에서 자연을 사랑하고 즐기는 문화를 기업이념으로 삼는다. 일 년에 최소 100회 이상 캠핑 생활을 하겠다고 약속하고, 캠핑의 생활화에 솔선수범한다.
캠핑 문화에 대한 스노우피크의 의지는 본사 운영방식에서도 볼 수 있다. 2011년 지방의 골프장이었던 부지를 매입해서 캠핑장으로 바꾼 후 그곳으로 본사를 이전한다. 5만 평의 공간에 본사 사옥 5천 평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을 모두 캠핑장으로 만든다. 가족 단위의 캠핑족들이 사용하기 편리하게 샤워실, 화장실을 캠핑장 곳곳에 비치해두고, 스노우피크의 다양한 제품들을 살 수 있는 샵도 구비한다.
스노우피크 직원들도 캠핑을 즐기고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을 이끌고 있다. 자연주의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철학을 가지고 이를 실생활에서 실천한 직원들의 경험은 '진짜' 아웃도어 브랜드를 창조한다. 스노우피크는 고객들에게도 일상에서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할 기회를 주며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을 어반 라이프스타일과 결합하는 시도를 한다. 도시에서 캠핑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줌으로써, 캠핑을 경험해보지 못한 소비자들이나 캠핑 초보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캠핑에 관심을 갖게 해 준다.
이제 캠핑장을 집안으로 들여온다. 일본 부동산 개발사와 협력하여 집안에서도 스노우피크의 캠핑용품을 사용하는 ‘어반 아웃도어 사업’을 진행한다. 아파트의 공용공간을 캠핑장으로 개발해, 스노우피크의 제품으로 채웠다. 아파트 주민들은 스노우피크 제품을 갖춘 캠핑장에서 캠핑을 무료로 즐긴다.
일반적으로 아파트 1층은 고층보다 선호도가 낮다. 아파트 1층도 베란다 공간을 정원과 연결해서 스노우피크의 그늘막과 캠핑체어, 테이블을 놓고, 집을 도시에서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수 있는 장소로 꾸민다. 이렇게 꾸민 1층 아파트들은 보통 미 분양되는 다른 아파트들과 다르게 완판으로 이어진다.
오피스 공간도 캠핑의 장소로 변화한다. 2016년에는 도쿄 시부야에 있는 도심의 공원에 텐트, 의자와 빔프로젝트, 화이트보드를 비치한 회의 장소로 활용하는 ‘캠핑 오피스’ 이벤트를 진행했다. 시간당 대여할 수 있는 공간으로, 회의에 참여하는 팀원들은 마치 캠핑장에 온 것처럼 느끼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토론할 수 있다. 스노우피크는 이처럼 아파트, 집, 오피스의 일상에서도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캠핑라이프스타일을 확대하고 스노우피크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접점을 늘리고 있다.
스노우피크는 본사 이전 10주년을 기념하여, 5만 평의 캠프 부지를 15만 평으로 확장하는 ‘스노우피크 미래구상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기존의 캠핑장에서 의식주가 담긴 라이프 필드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노천탕에서는 일본의 유명한 산 300대 중 하나인 아가가타케산을 감상할 수 있고, 레스토랑에서는 지역 식자재를 활용한 음식을 제공한다. 스노우피크의 라이프스타일을 캠핑족들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즐길 수 있는 문화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으로, 마이크로 타운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스노우피크는 로컬 브랜드로서 경쟁력을 유지할 뿐만 아니라 다른 로컬 브랜드와 협력해 새로운 로컬 브랜드를 창출한다. 2017년 브랜드 구보타와 공동으로 개발한 사케 ‘구보타 셋 포’가 대표적인 사례로, 야외에서 일본 주를 쉽게 휴대할 수 있게 만든 점이 특징이다. 사케 산업과 아웃도어 산업은 각각 독립된 영역이지만, 니가타 자연환경을 공유한다. 이런 지역성을 브랜드를 연결하는데 적절히 활용한다.
지역과 협력하여 지역 여행상품 '로컬푸드투어리즘’, '로컬웨어 투어리즘'을 개발한다. '로컬푸드투어리즘'에서는 지역의 어민들에게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배우고, 지역의 요리사에게 직접 음식을 배운다. 저녁에는 스노우피크가 준비해 놓은 캠핑장비로, 지역의 사찰과 같은 특별한 캠핑장에서 캠핑을 즐기고, 지역 주민들과 진솔한 이야기도 나눈다.
1박 2일 동안 진행하는 투어의 참가비는 4만 4,000 엔(우리 돈으로 46만 원)으로 결코 저렴하지 않지만, 참가자들은 지역과 사람, 음식이 연결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어 투어는 인기가 많다. 여행에 참가한 한 고객은 “점심에서 저녁까지 모든 것이 맛있었습니다. 모든 재료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신선하고, 가격보다 더 가치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저녁에 진행되는 토크 세션에서는 현지 식재료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듣고,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음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라고 자신의 여행 경험을 설명한다.
스노우피크는 로컬의 자원을 활용하고, 지역의 커뮤니티와 협업하여 다른 기업이 복제할 수 없는 콘텐츠를 만든다.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스노우피크를 경험한 고객들은 캠핑에 대해서 호감을 갖고, 캠핑장비를 구입할 때도 한 번이라도 경험해본 적이 있는 스노우피크 브랜드를 선호하게 된다.
스노우피크는 지역의 장인들과 협업하여 산악지역에서도 뛰어난 품질을 자랑하는 캠핑 용품을 만든다. 아버지의 대를 이어 CEO가 된 야마이 유키오는 아웃도어 스포츠를 오토 캠핑 문화로 새롭게 해석하고, 일상 속에서 가족들과 함께, 친구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캠핑 라이프스타일로 발전시킨다.
지역의 자원과 장인과 협업하여 캠핑 라이프스타일을 만든 스노우피크 성공은 최근 고전을 면치 못하는 한국의 아웃도어 기업들과 대비가 된다. 한국의 아웃도어 기업은 패션상품에 치중하고, 캠핑 라이프스타일에 적합한 전문 캠핑 장비를 개발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골프 열풍도 자칫하다가 패션상품 개발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 골프 업계도 더 이상 패션의 영역이 아니라 지역의 자원과 장인들의 기술을 활용한 골프용품 산업으로 영역을 확장할 것을 제안한다. 골프 특수를 누리고 있는 제주 지역에서도 로컬 자원을 활용해서 장인들과 협업한 골프용품 개발, 지역성을 기반으로 한 제주만의 골프 라이프스타일을 발전시키다면 코로나가 종식되어 더 이상 코로나 특수를 누릴 수 없는 제주 골프산업도 경쟁력을 갖고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회사에서도 텐트 치게 만드는 마성의 캠핑 브랜드가 있다”, 퍼블리, 2021.02.23
스노우피크 일본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