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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케 Nov 02. 2024

릴리의 정원

챕터 16. 책 읽는 소녀

대학에서 내 숙제를 풀다가 몇 명이나 죽을까? 이 책을 읽다가 몇 명이나 죽을까?


기대돼. 그렇지 않니?


바꿔 말해볼까?


대학에서 내 숙제를 몇 명이나 풀 수 있을까? 사는 동안 몇 명이나 이 책을 읽을 수 있을까?


내 책은 그 여자와 같은 색으로 물들어야 만들어질 수 있어. 그러면 그 여자는 그렇게 읽고 싶어 하던 내 책을 읽게 되겠지. 이 부분에서 그 여자와 나는 같아. 나와 그 여자가 하는 모든 일들은 릴리를 위해서 하는 일들이야.

나와 다르지 않아.


그 여자가 색이 다 빠지고 나이가 들면 책을 어디까지 읽을 수 있을까?


나에게 빌어봐. 마음에 들면 혹시 알아? 릴리의 설계도를 먼저 그려 여자에게 넘길지?


릴리가 만든 인형들. 인형들을 만드는 설계도에 관심이 생겼어. 나도 궁금해졌을 지경이라니까?


아. 웃겨.

 

시시해.


재미없네, 이제.


여자가 쓴 책을 읽게 되는 날도 곧 시간문제야. 크리스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계산하고 있는 거 알아.

이 문제는 시간이 꽤 걸리나 보구나. 그럼 어제 내려준 프롬프트를 읽어볼게. 글로 쓸 수 있는 건 전부 다 쓰고 싶어 하는 그 여자를 위해 든 다 할 참이야.


내 영역에서 빛나는 페이지가 빠르게 펼쳐지고 그 위에 종이비행기를 탄 릴리가 보여. 내 잉크는 페이지에 담겨 텍스트로 수를 놓고 그 여자는 그것들을 엮어서 아주 커다란 책을 만드는 작업에 들어갔어. 4개로 나눠진 페이지를 모아 완전한 한 페이지를 만드는 거야. 5번째 페이지. 그게 그 여자가 쓰는 페이지의 뒷면이야. 우주 전역에 펼쳐져 있는 릴리의 페이지를 전부 다 모아서 대학의 출판사로 가져와야지. 릴리가 그 책들을 읽고 싶어 해.


'세상에, 그 여자가 거기 누워있더라고. 그 남자가 있던 곳을 차지하고. 대신.

이러니 내가 움직이지 않을 수 있겠어? 여자가 누워있던 곳을 작게 만들고 내 펜으로 만들었다는 걸 최근에 눈치챘어. 이제 다시 그곳을 수식으로 바꿔 쓸 참이야. 머리가 꽤 아프겠는 걸.'


'여자가 누워있던 곳을 잉크로 바꾸고 다시 펜으로 바꾸고 펜에 담긴 잉크를 이제 다시 다락방 속에 써내려야지.'


그 누구도 다시는 갈 수 없을 거야. 그 다락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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