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는 '나'를 찾고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
진정한 '나'에 대해 이렇게까지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있나 싶었다.
마음이 달뜨거나 헛헛해서, 현실이 싫어 벗어나고 싶어서, 미래가 막연하고 앞이 보이지 않아서... 이것저것 시도도 많이 해보았다.
돌이켜보면 이 방황의 시작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었다.
그리고 코칭을 만난 후 '나 탐구'에 대한 질문의 깊이가 깊어지고, 나만의 'Why'가 더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들은 높은 직급과 연봉이 직장에서의 최종 목표라고 하던데, '왜' 난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자꾸 '다른 가치'에 끌릴까?
나는 '왜'이 회사를 다니는 걸까?
나는 '왜' 상사의 한 마디에 이렇게까지 분노가 치미는 걸까?
나는 '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꾸 야근을 하는 걸까?
가벼운 숙제로 시작했던 감사 일기는 점점 더 '나'에 대한 탐구 일기가 되어가고 있었다.
회사에서 워크숍을 하며 느꼈던 나만의 감정을 적고, 내가 왜 그 감정을 느꼈는지 써보기도 하고, 아침 출근길에 듣는 유튜브 콘텐츠가 내 마음에 꽂히면, 왜 나에게 그렇게 크게 와닿았는지 정리해 보았다.
오롯이 내가 '왜' 그렇게 느꼈는가에 집중하고 내 마음과 생각을 수첩에 적어 내렸다.
지난 챕터에서 밝혔듯이, 나는 일기를 학교 숙제 외에는 써본 적도 없는, 한마디로 회고와 글쓰기 혐오론자였다.
그런데 한 번 그렇게 쓰다 보니, 신기하게도 내 생각과 마음이 수첩 속에 차분하게 흘러나오며 정리가 되는 게 아닌가!
아니 이게 뭐지?
예를 들어, 타 부서 직원들과 어제 회의를 하다가 열받는 일이 생겼다면, 솔직한 감정을 담아 수첩에 마음을 적었다.
그리고 감정선 깊은 곳까지 들어가 '유독 왜 그 직원 때문에 열받고 꼴 보기 싫었는가' 나에게 다시 물었다. 그러다 보면 '그는 인정받는 일만 하려고 다른 일은 떠넘기려고 한다'라는 답변이 나오고, 한 차원 더 들어가 질문해 봤다. '이 직원이 그렇게 행동하는 건 나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고 혼자 셀프로 답했다. '힘들고 티 안나는 일은 우리 팀에서 다 해야 되는데, 일에 대한 공로는 자기네 부서가 쏙 가져가겠구나'
여기에서 한 층 더 들어가다 보면, '우리 팀도 정당하게 우리가 한 일로 주위의 인정을 받아, 일에 대한 정신적 보상과 동기부여를 제공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빡친다'에서 시작한 감정선은 '내가 진짜로 원한 건 공정에 기반한 인정이었구나'라는 '나'에 대한 결론으로 귀결되었다.
적어 내려가다 보니 내 안의 '직장인 사춘기'에 대해 불안과 혼돈과 가보지 않은 미래에 대한 궁금증까지, 내 마음속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질문을 하면서 결국 나의 'Why'를 작게 하나씩 발견해 나갔다.
처음부터 쉽게 나를 발견했던 건 아니고, 내가 당시에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기 때문에 내가 왜 힘든지 알기 위해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안 그러면 나는 계속 침전해서 물속에서 영원히 빠져있을 것 같았으니까...
이렇게 살면 영원히 부정적인 감정과 불행을 느껴야 된다는 끔찍함에, 살기 위해 계속 질문하고 답을 써 내려갔던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 중 나처럼 성격 급하신 분들이라면, '그래서 뭐지? 결국 직장인 사춘기를 끝내고 지금은 글쓰기로 치유되었다는 건가?'라고 궁금해하실 수도 있을 것 같다.
장담컨대 나의 직장인 사춘기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하지만 방황의 질문 방향이 기존에는 회사와 동료들과 퇴사였다면, 지금은 '나를 알아가는 여정'으로 완전히 바뀌고, 마음의 소용돌이도 점차 잠잠해지고 있다.
이 챕터의 결론인 '커리어는 나를 찾고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 관점에서 보자면, 나는 지금 열심히 나를 찾아가고 있기 때문에 덜 불안해졌고, 더 나를 이해하고 믿게 되었다.
자기 계발서나 콘텐츠에 "내가 진정 원하는 일을 찾으세요"라는 문구를 보면, 예전에는 '한가한 소리 한다. 직장은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다니는 거 아닌가'라는 마음이 들었다면, 지금은 '결국 나를 이해하고 발견하지 못하면, 지금의 회사와 직장에 불만인 채 평생 잘못된 커리어 선택을 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다른 해석으로 다가온다.
직장이 아닌 '직업'의 시대라고 요즘 많이 얘기한다.
커리어는 단지 연봉과 높은 직급에 대한 계단이 아닌, 내가 진짜로 좋아하고 잘하는 '업'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하는 게 맞을 것 같다는 자기 계발서에 나오는 뻔한 결론으로 마무리해 본다.
결국 뻔한 건 실행하기 가장 어려운 걸 수도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