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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오전
혼자 카페에 있었다.
아빠에게 전화가 왔다.
운동을 다녀오셨다고 했다.
아빠에게 말했다.
“아빠도 윤서 생각으로 우울해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일 한두 가지는 꼭 하면서 일상을 지켜."
동생이 서울 집에서 발견되었다는 소식에 급하게 티켓을 구해 탄 KTX 열차 안.
동생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사실에 나는
슬픔, 절망, 암울, 혼란과 같은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을 뭉쳐놓은 것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한편으로는, 어이없게도, 나의 내 삶에 대한 애착에 대해 생각했다.
함께 놓았을 때 서로의 영향으로 각각 더 뚜렷하게 보이는 보색처럼
동생이 삶을 저버리는 선택을 했을 때
나는 묘하게도 오히려 내 삶에 대한 강한 애착을 느꼈다.
인간관계, 일,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
부딪히며, 살아오며 형성해 온 나의 가치관
믿음직한 동료로 나를 브랜딩 하기 위해 직장에서 고군분투했던 순간들
내가 원하는 나와 그에 따라 내려졌던 수많은 크고 작은 나 다운 결정들
이 모든 것에 대한 나의 애착은
삶을 포기하려 한 동생을 보며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더 선명해졌다.
매일 출근길에 사는 커피의 신선한 원두 냄새
좋아하는 동료와의 점심 약속을 앞두고 메뉴를 고르는 시간
주말 오전 카페에서 느끼는 조용한 한가함
하루의 계획한 일을 성실하게 해냈을 때 드는 마음
달릴 때 들어마시는 겨울의 맑고 차가운 공기
내가 좋아하는, 소소한 일상의 요소들을 포기할 수 없었다.
나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만한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지만
나는 내 인생과 일상이 소중했고,
지키고 싶고, 지켜야겠다고 생각했다.
정반대인 보색은 섞이면 하얀색이나 검은색이 된다.
보색과도 같은 동생과 나는 결국 어떤 색으로 어우러질까
우리가 보색이 아닌 비슷한 색이 될 순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