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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iro May 08. 2024

Day10 밴쿠버 마지막 먹부림

칠순 아버지와 함께하는 첫 해외여행


내일이면 한국으로 돌아가는데, 오늘의 점심 메뉴는 안타깝게도 한식으로 결정되었다. 며칠 전에 왔다가 브레이크 타임이라 먹지 못한 아버지가 좋아하는 냉면을 먹으러 다운타운의 한식당 고수 KOSOO로 향했다. 




해외여행 중에는 한식보다는 현지식을 선호하는 편인데, 고모 집에서도 한식을 많이 먹었고, 밖에서도 한식을 주로 먹어서 고수에서는 솔직히 별로 먹고 싶은 것이 없었다. 그러자 네모남자가 즉석 떡볶이가 2인분 기본이라며 같이 먹자고 했다. 한국 가기 전날에 즉석 떡볶이라니, 참 얄궂은 메뉴 선택이었다. 그런 나와는 달리, 아빠는 한 번 실패했던 냉면을 다시 드시게 되어서인지 무척 만족해하셨다. 전날 잼 카페에서 베지볼을 드시고 여러 번 메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투덜거리셨는데, 냉면을 드시고는 그런 말씀 없이 정말 즐겁게 식사를 마치셨다.











떡볶이 양이 엄청나서 배가 터질 듯했지만, 대식가로 변한 나는 브레카 베이커리 카페(Breka Bakery & Cafe)로 향했다. 솔직히 이 집 빵이 특출 나게 맛있는 편은 아니지만, 종류가 다양하고 가격도 적당해서 디저트 빵이나 케이크가 먹고 싶을 때 종종 찾게 된다.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 길어, 나도 간신히 줄 끝을 찾아 서 있었다. 이곳은 빵을 직접 담지 않고 점원에게 요청하면 진열장 뒤에서 담아주기 때문에 먹고 싶은 빵이 보이면 바로 주문하는 것이 좋다. 줄이 길어서 마치 컨베이어 벨트 위에 선 것처럼 진열장을 옆에 두고 지나가며 주문하게 되고, 사람이 많아 되돌아볼 틈이 없기 때문이다.








고모가 미리 주문해 둔 저녁인 초밥과 롤을 픽업하러 먼저 가고 아이들과 나는 다운타운을 슬슬 돌아 구경하고 씨버스를 타고 노스 밴쿠버로 돌아왔다. 오늘도 아이스크림을 먹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아이들 때문에 집에 가는 길에 봐둔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들렀다.


마이 쿠치나(My Cucina)라는 이름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가게에서 직접 만든 젤라토도 판다고 되어 있어, 언젠가 아이들과 함께 와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곳이다. 가게에 들어갔는데 일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아 오늘은 아이스크림을 못 먹나 하고 아쉬워하던 찰나에 한 점원이 나타났다.




각자 먹고 싶은 맛을 주문하자, 작은 컵에 젤라토를 담아주고 그 위에 작은 과자까지 올려 주었다. 작고 귀여운 젤라토를 한 입 먹으니 사르르 녹았다. 2호는 캐나다에서 먹은 아이스크림 중에 가장 맛있다며 이곳을 최애 아이스크림 가게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오늘도 어니스트 아이스크림 집에 가겠다는 걸 데리고 온 보람이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캐나다에서의 마지막 날 저녁이 되었다. 고모는 우리를 위해 다시 연어 음식을 준비해 주셨고, 사촌 동생 부부가 사 온 피자와 함께 마지막 만찬을 즐겼다. 이번 여행에서 못 먹어본 것이 너무 많은데 벌써 10일이 지나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라니 믿기지 않았다.
















다행히 연어는 여전히 맛있었고, 피자도 캐나다스러운 맛이라 열심히 먹었다. 언제 또 캐나다에 오겠어, 많이 먹어둬야지. 한국에 돌아가면 특별한 것도 아닌데도 자꾸 생각날 맛일 것이다. 캐나다에서의 마지막 밤은 결국 먹부림으로 마무리되고 있었다. 언제 다시 이곳에 올지 알 수 없지만, 이번 여행의 마지막 맛들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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