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노 사이더리' 카페를 알게 된 것은 순전히 사과 때문이다. 아삭하고 새콤한 사과를 좋아하는 둘째를 위해 맛있는 사과를 찾아 검색하던 중, 양구에 있는 사이더리에서 사과를 발효해 식초를 만든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가보게 되었다. 천문대 근처 길가에 작은 간판을 보고 들어가면 빨간 기둥이 눈에 띄는 곳이 바로 '까미노 사이더리'이다. 카페 뒤쪽에는 주차장이 있고, 앞쪽에는 캠핑장과 나무들이 자리하고 있다. 가게 안은 그리 크지 않지만, 우드톤의 인테리어로 차분하고 내츄럴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래도 우리는 강원도에 온 만큼 더 자연에 가까이 앉고자 주로 나무들이 보이는 야외 테이블에 앉았다.
카페 한쪽에는 사과를 발효시키는 데 사용하는 듯한 기계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말린 허브들이 가득하다. 바삭하게 잘 말린 허브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어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이곳에서는 양구의 파지 사과로 만든 사과 식초, 사과 발사믹 식초, 발사믹 식초 블록, 그리고 강아지용 비건 바 같은 상품들도 판매하고 있어서 카페를 나설 때에는 식초를 한병씩 사온다.
그리고 이 카페의 메뉴도 사과에 진심인 사장님들 덕분에 대부분 사과와 관련된 것들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는 발효빵이나 크레페 등 다양한 메뉴가 있었지만, 현재는 약간의 메뉴 조정을 거쳐 조금 더 단출한 구성을 유지하고 있다. 사장님이 직접 발효한, 약간 쿰쿰하면서도 상큼한 향이 나는 탄산이 톡 쏘는 콤부차, 사과가 들어 있어 더욱 맛있는 상쾌한 민트티, 그리고 생사과가 가득 들어간 영국식 애플케이크 등이 있다. 이 케이크는 사과를 조려서 만드는 애플파이보다 가벼운 식감으로 사과의 새콤함이 살아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가을에 방문했을 때는 쫀득한 식감의 파부르통과 제철 사과주스, 그리고 커피를 시켰다. 사장님이 서비스로 주신 사과는 아삭한 식감과 함께 새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지며, 역시 사과는 양구 사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방문 때는 카페 앞 캠핑장이 공사 중이라 주변이 어수선했지만, 카페 안은 너무 유난히 조용하다고 느꼈다. 나중에 인스타 공지를 보니, 이번 달까지만 운영하신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이 카페를 알게 된 이후 매년 가을마다 사과를 사러 양구에 올 때면 항상 들렀는데, 이렇게 문을 닫게 되어 너무 아쉬울 뿐이다. 여기서 먹었던 모든 음식들은 속이 편하고 은은한 감칠맛이 있어 우리 가족 모두가 좋아했는데, 언젠가 다시 까미노 사이더리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