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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iro Oct 25. 2024

가을에는 카푸치노와 비스코티, 캐시미어 커피

그림과 에세이


을지로 사무실에서 일하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점심시간을 조금 자유롭게 쓸 수 있어서 우리는 가끔 애매한 시간에 만나서 점심과 커피를 같이하는데 이 날은 충무커리에서 밥을 먹고 근처에 있는 캐시미어 커피에 갔다. 커피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친구는 사무실을 오다가다 이 작은 커피집을 봤는데 누가 이곳을 알고 올까 궁금했었다고 한다. 우리가 이 커피집을 간 시간은 한참 피크 타임은 아니었지만 제법 손님이 있었다. 운이 좋게도 일어나는 사람이 있어서 구석 원두 볶는 기계 앞 테이블에 앉았다.









계산대 옆에는 디저트 전시대가 있고, 그 위에는 쿠키와 비스코티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우리는 2개씩 나오는 비스코티를 골랐고, 티라미수가 맛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처음 보는 에스프레소 파운드케이크가 궁금해서 그것도 함께 주문하고 차를 시켰다. 먼저 비스코티를 먹었는데, 오도독 부서지는 바삭한 식감이 참 일품이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차와는 조합이 아니고 커피랑 먹어야 더욱 맛있을 것 같다.




그래서 다시 방문을 했다. 가을에는 역시 카푸치노이니까 인기 메뉴인 하우스 카푸치노를 시키고, 비스코티도 물론 함께 주문했다. 퍼석하고 목이 살짝 메이는 비스코티를 씹으니 단맛과 고소함이 함께 퍼지면서 디저트를 먹으면서 씹는 욕구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기분이다. 카푸치노의 거품에 찍어먹으면 더욱 맛있다길래 슬쩍 찍어서도 먹어보았다. 하우스 카푸치노는 조금 단 맛이 있는데 이 카푸치노의 거품이 부드럽게 비스코티를 감싸고 아래서 커피의 카페인이 딱 치고 올라온다. 비스코티와 카푸치노는 가을에 같이 먹기 딱 좋은 조합이다.



그 후 캐시미어 커피의 비스코티에 빠져서 충무로에 가게 되면 꼭 들르곤 했다. 한 번은 한옥마을 가서 먹으려고 비스코티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포장했는데 결국 참지 못하고 한옥마을 가는 길에서 먹어버렸다. 보통 아이스커피는 커피의 풍미가 덜해지기 마련인데, 이곳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산미가 상쾌해서 비스코티의 퍽퍽함을 잘 씻어 내려주었다. 비스코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차보다는 커피와 함께 먹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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