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부터 커피를 마시면서 짧은 고요를 즐기고 싶어졌다. 집 근처에 어느 카페가 열었을까 검색을 했더니, 효창공원 근처에 아침 8시부터 여는 카페 mtl이 눈에 띄었다. 효창공원은 아이들이 운동하러 자주 찾는 곳인데 그 근처에 이런 카페가 있었던가 기억이 없었다. 아침 일찍 아이들과 함께 집을 나서 등교를 시킨 후
mtl로 슬슬 걸어갔다.
카페는 효창공원 근처, 용산구 시설관리공단 안쪽 골목에 자리하고 있었다. 대나무로 둘러싸인 건물 안쪽에 숨겨져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평소에는 주의 깊게 보질 않아서 이 안쪽에 카페가 있는지 몰랐다.
이른 아침부터 문을 여는 작은 카페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내부는 넓었고 메뉴도 다양했다. 여러 디저트와 간단한 브런치 메뉴, 그리고 베를린 스페셜티 로스터리 ‘보난자’ 커피를 판매하고 있었다. 이곳을 알기 전에는 ‘보난자’라는 이름조차 몰랐는데, 유명세 때문인지 커피 가격이 꽤 높은 편이었다. 고민 끝에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직원은 무심한 태도로 주문을 받고 커피를 만들었다.
커피가 나오기 전, 카페 안을 둘러보았다. 디저트는 따로 테이블에 진열되어 있었고, 한쪽 벽에는 그릇, 올리브유, 작은 먹거리, 펜, 친환경 용품 등 다양한 잡화가 놓여 있었다. 하나같이 예뻐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 사이 커피가 나왔다. 보난자 원두 맛이 궁금해서 구경을 마치고 얼른 테이블에 앉았다.
‘BONANZA’라고 쓰인 귀여운 컵에 담긴 커피는 산미가 톡 쏘며 입안을 채우고, 진하면서도 끝맛이 맑았다. 생각보다 아메리카노가 마음에 들어 이후로도 가끔 아침 커피가 생각날 때면 이곳을 찾았다. 주로 아메리카노를 마셨지만, 가끔 우유 베이스의 피콜로 라테나 라테도 시도해 보았다. 그래도 깔끔한 아메리카노가 가장 맛있었다.
비건 메뉴 중 크럼블이 올라간 디저트가 신기해 한 번 먹어봤는데, 꾸덕한 속과 달면서 밍밍한 것이 별로네 라고 생각해 놓고는 이상하게도 가끔 그 맛이 생각나 다시 시켜 먹곤 했다.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와 아침 산책을 하고 커피로 마무리하며 이곳을 종종 함께 찾기도 했다.
내가 찾을 때는 이른 아침이라 매장은 늘 한산했는데, 어느 날 한 연예인이 방송에서 “아침 일찍 열어서 자주 가는 카페”라고 소개한 후로는 상황이 달라졌다. 방송의 영향으로 한동안 유명세가 대단해져 조용했던 카페가 붐비는 곳이 되어버렸다. 유명세가 가라앉을 때까지는 자연스럽게 발길이 뜸해졌다. 지금은 이사를 해서 예전처럼 자주 갈 수는 없지만, 내게는 언제나 아침의 조용한 카페 mtl 효창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