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어쩌면 셋이 함께 고립되는 과정
가끔 아이가 내 안에서 툭 튀어나온 어린 시절의 나같을 때가 있다. 모든 면에서 닮았기 때문이겠지.
부모가 된다는 건 어쩌면 내가 가졌던 세상에 대한 무한한 설렘을 가질 아이를 부러워하다, 내가 받았던 무수한 상처들을 비슷하게 받을 아이를 안쓰러워하다의 반복일지도.
여행은 어쩌면 셋이 함께 고립되는 과정. 싸우면 갈 곳 없는 작은 세계에서 서로의 감정을 계속 읽어가는 시간. 아주 솔직해지고 가까워지고 멀어지면서 본 모습을 들켜버린다.
아이의 다이어리에서 이런 글귀를 보고 머리가 띵했다.
우리가 이룬 것만큼 이루지 못한 것도 자랑스럽다.
가끔 아이는 인생의 정답을 알고 있는 것만 같다.
조금 더 적극적인 여행자가 되었어야 했는데 아쉬운 생각이 드는 마지막날 저녁, 이루지 못한 것도 자랑스러워할 줄 아는 아이의 마음을 배우며 스스로를 토닥거린다.
우린 이미 충분하고 충만한 여행자.
매일 걷고 매일 쓰는 도시산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