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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iya Jan 28. 2018

너무나 어려운 점심 식사 메뉴 결정

사회 초년생으로 살아가기_6

  10월 9일 JTBC <비정상회담>의 출연자 마크가 전해준 이야기가 귀를 사로잡았다. 상사와 대화를 할 때 “~합시다.(Let’s do something.)”라고 얘기했더니 상사가 “그 말은 아랫사람한테 쓰는 존댓말이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다행히 그는 “~합시다.”를 대체할 방법을 찾았다고 한다. “어! 부사장님. 다음 주 시간 어떠실지 모르겠는데 혹시 시간 되시면 같이 식사하시는 게 어떠실는지요?”(@http://tv.naver.com/v/2144922)


  이렇게 공손한 식사 제안 뒤에 기다리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식사 메뉴와 장소다. 우리 몸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음식물을 채워 줘야 한다. 쓱 둘러보면 먹을 것은 많지만 우리는 늘 먹을 게 없다고 말한다. 옷장에 옷은 있지만 입을 옷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오늘 점심은 뭐 먹을까?”는 직장 생활을 시작한 이후 가장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었다. 특히나 나는 입이 짧은 탓에 입에 맞는 것만 늘 먹다 보니 메뉴 선택폭도 좁았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또 배가 고파질 테니 당장의 허기만 달래면 무엇을 먹어도 큰 상관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회사 근처 식당은 기껏해야 다섯 개 정도였다. 오늘 이걸 먹고 내일 저걸 먹으면 그만이었다. 조삼모사라는 말처럼 점심 식사 메뉴는 큰 의미가 없는 선후 관계로 보였다.


  나름의 고찰 끝에 식사 메뉴와 장소는 그 사람의 안목, 감각, 성향을 단 번에 파악할 수 있는 정보 덩어리임을 깨달았다. 흔히 말하는 ‘센스’를 볼 수 있는 잣대인 것이다. 식사 메뉴와 장소를 정할 때는 식사의 성격, 참석자들의 입맛, 식사 장소의 인테리어, 내부 배치, 서비스 등 수많은 요소들을 고려해야 한다. 회사생활에서나 일상생활에서나 어떻게 메뉴와 장소를 정했는지에 따라 사람이 달리 보였다.


  가게도 몇 개 없는데 자꾸 뭘 먹을지 물어보니 한 번은 “조용한 곳에서 커피 한 잔에 빵 한 조각 먹고 싶어요.”라고 말해버렸다. 그렇게 답하니 한동안 나에게 점심 메뉴를 물어보지 않았다. 너무 좋았다.


  다행히(?) 일을 하게 되면서 학창 시절 때와 또 다른 나름의 입맛도 생기게 됐다. 모범 답안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오늘은 날씨도 답답한데 시원한 냉면 먹으러 갈까요?”, “오늘 기분도 꿀꿀한데 매콤한 거 먹으러 갈까요?”라고 답한다.


  요새는 주말에 안 가본 맛집을 의도적으로 찾아다닌다. 물론 내 성향은 갔던 곳을 또 가는 게 좋다. 하지만 최대한 다양한 분위기, 다양한 메뉴를 찾아다니려고 한다. 메뉴와 장소의 선택이 또 하나의 사회생활 능력임을 나 스스로가 깨달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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