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하다가 삶의 전투까지.
"윤군, 밥 먹자. 네가 좋아하는 메뉴야."
밥을 먹자고 했지만 아이는 조금 더 시간이 지체된 후 나타났다.
게임을 한참 하고 있었는데 밥을 먹으려고 전투를 중단해야 했다고 말하며 매우 슬픈 표정을 지었다.
"오우, 그거 슬펐겠다. 세상에, 전투를 하다가 멈춘 거면, 죽은 거네."
"그렇지. 그런 거지."
"그럼, 다음에는 엄마한테 이야기를 꼭 미리 해줘. 식사가 식으면 맛이 없어질까 봐 불렀지."
"먼저 얘기하면 오락 끝날 때까지 기다려줘요?"
"웬만하면 기다려 줄게. 엄마도 뭐 하던 중간에 그만두라고 하면 싫거든. 게다가 전투 중이었다며. 목숨이 걸려 있었네."
하지만 나는 역시 경우에 따라 다르며 너무 길어져서 일정에 심하게 차질을 두는 경우는 예외가 된다는 것을 통지해 줘야만 했다. 전투만 하고 살 수는 없으니까.
밥을 먹으면서 아이는 게임에서 나오는 캐릭터와 어떤 전투였는지 이야기해 주었다.
“왜 게임에서 전투하는 것이 좋은 거야?”
“그냥 재미있어서 하는 것 같아.”
아이는 고맙게도 어이없는 질문에 속 깊게 생각해보며 대답해줬다.
나는 꼰대같이 들리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함께 생각해 볼만한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나도 모르고 너도 모르고 우리는 겪어 본 적이 없는 그 전쟁은 엄청나게 잔혹한 거라더라고.
영화 속의 게임 속의 캐릭터 영웅은 죽으면 살아나고 마치 최강자처럼 싸우지만 현실의 삶은 그렇지 않고 죽으면 끝나는 거라고. 전투는 반드시 뭔가 걸고 싸우는 거라고.
이 이야기는 밤까지 계속 되었다.
자기 전에 아이와 함께 읽은 성경 속 이야기에서도 기드온의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싸우라고 했더니 숨어버렸던 용사의 이야기를. 그 부분을 읽으면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전쟁의 두려움을 느낄 수 있었다.
"보통 전쟁 이야기를 보면 두렵지만 나가서 싸우는 이유가 꼭 지켜야 할 것이 있는 경우더라고. 믿음이나 사상이 지켜야 할 것인 경우도 있고,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싸우기도 하고."
그러나 보통은 인간의 욕심이 원인이 되고, 재미로 싸우면 대가가 크다는 것도 이야기의 주제가 되었다. 물론 아이는 총의 종류에 대해 나에게 설명할 때 가장 즐거워 보이긴 했지만.
그러고 보면 살아가는 것도 약간 전투 같은 느낌이다. 재미있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은 중요하지만 우리는 지킬 것이 있어서 하루하루 전투를 치른다. 재미로 남을 괴롭힌다면 사이코가 되는 거고.
오늘도 전투에서 승리해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