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제이 Oct 30. 2022

계테크스터디를 마치며
: 관계의 레시피

Epilogue #1

 이제 계테크스터디를 마무리할 시간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관계의 시작에서 끝을 훑으며 총 12번의 스터디를 거쳐 왔다. 개인적으로는 당신과 더 나누고 싶은 생각이 아직도 많아 아쉽지만, 첫 스터디인 만큼 이 정도로 만족해보려 한다. 아래에 12번의 스터디 제목과 요점을 정리해 보았으니 기억을 상기하며 한 번 읽어보기 바란다.


여기까지 함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1 스터디의 목적

 인간관계를 공부해야 하는 목적은 사람마다 다름.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인간관계의 상태를 정의해봄으로써, 자신만의 관계 맺기 원칙과 목적을 정해 보기.


#2 기교보다는 경향성에 집중하기

 인간관계에는 답이 없어 보이나 분명한 경향성이 존재. 상황에 따라 바뀌지 않는 관계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이를 기반으로 나의 태도를 다듬어나가는 노력이 중요함.


#3 조금 치사해도 괜찮아

 너무 잘하려, 좋은 사람이 되려, 남에게 맞추려 하지 말기. 과하지 않게, 조금은 치사하게 요령껏 세상을 사는 마음가짐이 필요.


#4 고? 스톱? 좋은 상대를 선택하기

 상대를 너무 재다가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됨. 안 되는 이유보다는 되는 이유를 생각하기.


#5 관계의 속성, 관성

 에너지를 투자하지 않고 가까워지기는 어려움. 불편한 관계를 멈추기 위해서도 마찬가지. 의도적으로 관계가 나아갈 방향을 주도할 줄 알아야 함.


#6 천천히 하다 보면 빨리 될 거야

 관계가 무르익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 급하게 하지 말고, 속도보다는 방향성을 중시하기.


#7 몸값 올리기

 내가 매력적이면 다른 사람들이 먼저 나를 찾게 됨. 나의 우선순위를 높이기.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상대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되기.


#8 희로애락적 사람들

 인간은 감정의 동물. 이성적으로만 접근하려 하지 않기. 감정 (=호르몬) 과 억지로 싸우기보다는 인정하고 활용할 줄 알기.


#9 빌런 끄기

 이상한 사람은 피하는 것이 상책. 좋은 집단에 속하여 빌런을 만난 확률을 줄이고, 피할 수 없다면 다른 빌런을 활용하거나 여론을 통해 압박하는 등 당하고만 있지 말기.


#10 싸우지 말고 친하게 지내요, 우리

 크게 기대하면 실망도 큼. 상대의 기대치를 관리하고, 나 또한 상대에게 너무 기대하지 말 것. 주변에 서로 존중할 수 있는 좋은 관계 많이 만들어 두기.


#11 조금 쉬어 가도 괜찮아

 인간관계에도 휴식이 필요. 때로는 불필요한 관계를 가지치기 필요. 의도적으로 휴식하기.


#12 최애 드라마 후유증

 끝난 것에는 완결성을 부여하기. 끝을 인정하고 다른 관계로 덮어야 다시금 행복할 기회가 생김. 끝이 두려워도 진정성 있게 사람을 대하려는 노력 버리지 말 것.





 어떤 사람이든, 매 순간 완벽한 행동이나 말을 할 수는 없다.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행동도 때로는 운이 없거나 상황에 따라 기대했던 반응이 돌아오지 않거나, 감정과 습관 때문에 실수를 하곤 한다. 10개의 공 중에 3개만 쳐도 훌륭한 야구선수라는 점을 명심하자. 그러니, 저 위의 스터디 내용을 포함해 시중에서 '인간관계는 000해야 한다'라고 하는 것들을 메모해가며 완벽히 기억하려 할 필요는 없다. 대신 나와의 스터디를 통해 단 한 가지만이라도 당신이 삶의 방식이 좋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면 좋겠다. 그래서 당신을 괴롭히는 인간관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가 스터디에 쏟은 시간이 의미 있겠다.


 이제 계테크스터디를 익힌 우리는, 나와 상대방의 관계가 어디쯤 위치하고 있는지, 그 위치에서 일반적인 사람들은 어떤 경향성을 갖고 행동하며,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상대를 대해야 하는지 생각하며 관계를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생각 있게, 영리하게, 때로는 조금 치사하게 인간관계를 하나하나 꾸려가는 과정에서 계테크스터디가 도움이 될 순간이 분명 있을 것이다. 애널리스트가 추천하는 주식 종목이 항상 오르지는 않는 것처럼, 나의 의견들이 모든 상황에서 꼭 정답으로 귀결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구체적인 행동은 어차피 우리 각자가 결정해야 할 부분이며, 어떤 행동을 하든 인간관계에서는 절대적인 모범답안은 없다. 다만 조금 더 나은 선택이 있을 수는 있으며, 그 작은 차이를 만들기 위해 계테크스터디는 참고할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기를 바란다.


후후후 계테크스터디만 있으면 100점은 문제없지!




 계테크스터디는 요리 레시피와 비슷하다. 아무렇게 조리해도 맛만 있으면 상관은 없으나, 보통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선호하는 레시피가 있게 마련이며, 레시피대로 요리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진다.


 인간관계를 파스타 요리에 비유해 보자. 우리는 파스타 면을 삶고, 팬에 재료를 넣어 익히는 대중적인 레시피를 따라 요리를 시작할 것이다. 면을 1시간 동안 푹 삶아서 흐물흐물하게 한다거나, 까르보나라를 한다더니 갑자기 토마토소스를 붓지는 않을 것이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경향성이 있고 맛있게 요리하기 위한 대략적인 방법도 정해져 있다. 다만 우리가 갖고 있는 식재료, 주방의 구조, 조미료, 음식을 먹는 사람 등 구체적인 상황이 다를 뿐이다.


이... 이거 먹어도 되는 요리인가?


 파스타에도 종류가 좀 많은가. 까르보나라, 알리오 올리오 등 기본적인 파스타에서부터, 우리가 갖고 있는 재료와 상대의 취향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파스타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그러나 기본적인 요리 레시피조차 모르는 사람이 마음대로 만든 요리가 맛있을 확률은 극히 낮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나아가 정말 훌륭한 파스타를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히 레시피만 알아서는 안되며, 많이 조리해보고 많이 실패하면서 조리법을 조금씩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그래야 다음 파스타, 그다음 파스타를 더 맛있게 만들 수 있다. 계테크스터디가 당신에게 인간관계의 레시피가 되었기를 바란다.





 레시피, 경험보다 요리에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 바로 진심이다. 레시피를 완벽하게 익히고 수없는 요리 경험을 익혀 요리를 한다 한들, 어머니께서 끓여주신 김치찌개와 백반에 계란 프라이가 훨씬 더 맛있을 수 있다. 어머니의 진심과 애착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요리이기 때문이다. 관계의 본질도 마찬가지다. 조금 서툴러도, 진심을 있다면 극복할 수 있는 부분도 많다.


  사람에게 진심을 다 쏟아 보는 경험은 매우 소중한 경험이다. 가족이든 연인이든 친구든 진심을 오롯이 공유할 수 있는 순간을 일생에 단 한 번이라도 경험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충분히 의미 있는 삶을 산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내가 지금까지 스터디에서 읊어 온 관계의 경향성, 요령 같은 것들을 초월하며, 우리가 한 명의 인간으로서 인생을 살아가면서 도전하고 또 마땅히 누려야 할 큰 목표 중 하나이다.


 하버드대에서 실시한 유명한 실험이 있다. 75년간 724명의 사람들을 추적 관찰하며 인터뷰한 결과, 노년까지 행복한 삶을 살았노라 대답한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주변에 친밀하고 의지할 수 있는 특별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었다. 수십 명의 피상적인 인간관계보다는 우리가 고민을 터놓고 경험을 공유하며 생각을 교감할 수 있는 단 몇 명이 있다면, 세상 대부분의 사람보다 훨씬 더 의미 있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뜻이다. 당신 또한 그런 삶을 살고 있기를,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젠가 그런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계테크는 재테크처럼 결과(돈)가 중요한 개념이 아니다계테크에서 중요한 것은 방향성이며, 인간관계를 공부하는 과정은 진정한 의미의 '내 사람'을 찾기 위한 과정이다. 판타지 세계에서 마왕을 물리치기 위해 모험을 떠난 용사는 마법사, 궁수, 전사 등 동료 한 명 한 명을 마주치며 그들을 동료로 만든다. 언젠가는 마왕을 무찌르고 이야기가 끝나는 순간이 오겠지만, 이야기에서 대부분의 비중을 차지하는 내용은 마왕을 무찌르는 장면이 아니라 동료를 만들고 동고동락하는 긴 여정이다. 마왕을 무찌르는 순간까지 용사가 걸어가는 한 걸음 한 걸음의 서사가 삶에서는 더 중요하다. 


피자 사줄 테니까 내 동료가 되어주련


 사람은 그 누구도 완벽하지 않으며 혼자 살아갈 수 없다. 따라서 타인과 함께 할 때 비로소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으나, 인간관계는 어렵고 의도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가깝던 친구에게서 어느 날 거리감을 느낄 수도 있고, 때로는 혼자서 잠들며 외롭다고 느낄 때도 있다. 오해를 살 수도 있고, 느닷없이 새로운 사람이 찾아와 설레게 하는 것이 인간관계다. 우연과 필연이 겹쳐 새로운 상황과 새로운 일들이 생겨나고, 영원할 것 같던 관계의 선들도 끊어지고 다시 연결된다. 따라서 우리는 흔들리지 않도록 부지런히 관계의 중심을 찾아가고, 중심에 근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전 14화 계테크스터디 #12 최애 드라마 후유증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